‘언제 들어가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들고 버티느냐’가 답 [김학균의 시장읽기]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2025. 11. 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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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장 속에서도 더 깊어지는 양극화…주식 투자, 지금 들어가도 될까

(시사저널=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놀랍다. 4월부터 반등을 시작한 코스피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4200포인트대에 올라섰다. 지난해 말 대비 75.9%, 올해 4월 연중 최저치 기준으로는 84.7%(이하 모든 주가 등락률은 11월3일 종가 기준)라는 기록적인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주가가 급등했지만, 모든 투자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이 급등하면서 코스피 상승을 견인하고 있지만, 절대 다수 종목은 상승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다. 올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로보티즈'로 1112%나 급등했고, 1031% 오른 '원익홀딩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두 종목을 포함해 코스피 연간 상승률 75.9%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 수는 277개였다. 시장도 달아올랐는데, 시장 대비 초과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이 277개에 달했으니 올해 시장이 대단한 활황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올해 주가가 하락한 종목 수도 968개나 된다. 코스피가 75% 넘게 급등하는 동안 주가가 하락한 종목 수가 1000개에 육박하고 있으니, 극심한 양극화 장세가 전개됐음을 알 수 있다. 강세장에서도 소외주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올해 장세는 좀 유별난 면이 있다. 

ⓒChatGPT 생성이미지

다 같이 오르는 시장은 없다

주가 양극화는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에 지뢰가 너무 많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전반의 상승세, 어떤 면에서는 주식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자산이 동반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만들어낸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자양분 삼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화되고 있는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우리 시대의 '뉴노멀'이 됐다.

풍부한 유동성은 꼭 필요한 구조조정도 지연시키고 있다. 그 결과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에서 경쟁력 없는 기업도 연명하는 '좀비 자본주의'가 창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상장 제조업체 중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업체가 1056개로, 전체 제조업 상장사의 42.2%에 달하고 있다. 이 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늘 인기와 소외가 반복되기 때문에 저평가된 종목은 보유하고 기다리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지속 가능성이 의심되는 종목을 계속 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손해가 커 주식을 팔지도 못하는 비자발적 장기투자에 내몰릴 수도 있지만, 소위 '물려있더라도 파산 가능성은 없는' 종목을 들고 있어야 한다. 재무 안정성이 취약한 기업은 강세장에서도 하염없이 소외될 수 있고, 운이 없는 경우라면 투자자에게 퇴출이라는 비수를 던질 수도 있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이들의 조바심도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주가가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주식에 대한 집단적 관심은 커진다. 주가 상승은 투자자들의 자기확신을 강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자책감은 후발 투자자들의 뒤늦은 몰입을 부른다. 

장기 투자일수록 플러스 확률 높아져

사실 투자하기에 안전한 시기는 없다. 투자는 불확실성에 대한 예측을 근거로 자신의 돈을 거는 행위라, 투자를 통해 얻는 수익은 위험 감수의 대가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투자의 세계에서 확실한 것은 없다. 오직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사실뿐이다. 특히 단기적인 주가 흐름은 무작위에 가깝다. 올해 들어 이렇게 단기간에 코스피가 급등할 걸 알지 못했던 것처럼 앞으로 맞이하게 될 조정도 부지불식간에 닥칠 것이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냉소 속에서 코스피가 급등한 것처럼, 약세장은 '한국 증시에 대한 도취감이 만연'해 있을 때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다.

주식시장에 대한 신규 진입을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코스피가 70% 이상 상승하는 장세에 동참하지 못했으면서 앞으로의 시장 흐름을 자신이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 무엇보다도 주식 투자의 성패가 시장의 흐름을 족집게처럼 맞히는 능력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장기 낙관론을 가지고,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돈으로 투자하면 높은 확률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인 주가 흐름은 무작위에 가깝다. 코스피가 현재와 같은 시가총액식으로 산출되기 시작했던 1980년 1월4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코스피가 상승한 날은 총 6173일, 하락한 날은 5807일이다. 하루하루 따져보면 상승 확률이 51.5%, 하락 확률이 48.5%다. 고스피가 상승한 날의 단순 평균 등락률은 0.98%이고, 하락한 날의 평균 등락률은 -0.96%였다. 상승·하락 확률이나 등락률 모두 반반에 가깝다.

투자 기간을 1개월로 늘려도 결과는 비슷하다. 상승 확률은 52.6%로 소폭 개선되지만, 절반의 확률에서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3개월만 보유해도 상승 확률은 57.0%로  높아진다. 1년을 보유했을 때의 상승 확률은 60.5%이고, 3년과 5년 보유 시의 상승 확률은 각각 74.2%와 82.2%로 높아진다. 역으로 코스피를 기준으로 보면 5년 투자했을 때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확률은 17%대까지 낮아진다. 또한 5년 투자 시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던 397회의 단순 평균상승률은 97%인 데 비해, 5년 투자 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86회의 단순 평균하락률은 -19%다. 단기에는 상승과 하락 확률과 기대값이 대칭적이라면, 장기로 갈수록 상승 편향의 비대칭성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주가지수가 왜 장기적으론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는지는 다음 기회에 논의해 보겠다. 시장 진입을 망설이고 있는 투자자들에겐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나 인덱스펀드를 추천하고 싶다. 투자 방식은 적립식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강세장에서도 개별 종목 주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을 늘 잊지 않아야 한다. 개별 주식에 대한 투자는 투자자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종목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그동안 투자와 거리를 뒀던 이들에게 충분한 지식이 축적돼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첫 투자는 시장 대표지수를 대상으로 하기를 권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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