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임배추 쪼개고 양념 묻히고…‘인생 첫 김장’ 어렵지 않아요

황지원 기자 2025. 11.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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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족’은 NO…생애 첫 김치 담그기
농협몰서 전국 절임배추·양념 판매 ‘한창’
세번 절이고 다섯번 헹군 고랭지배추 골라
물기 쫙 빼고 다시 반으로 갈라 포기 4등분
바깥쪽 잎부터 차례로 양념 묻히면 끝
갓 담근 김치에는 수육이 딱…침이 절로
배추값이 안정되고 할인까지 받을 수 있는 요즘, 기자가 절임배추와 김치양념을 사서 생애 첫 김장에 나섰다. 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김포족’이라고 들어봤는지. 배추 절이고 양념 만드는 게 엄두가 안 나서, 아니면 사 먹는 게 더 쌀 것 같아서 김장을 포기한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하지만 요즘엔 절임배추와 김치양념이 워낙 잘 나오고, 최근 배추·무 값이 안정돼 김장 비용도 지난해보다 10%나 내렸다. 기자가 생애 첫 김장에 도전한 것도 그래서다. 김장은 몰라도 김치를 포기할 수야! 그리고 그 포기, 배추 셀 때 쓰는 말 아니던가.

농협몰에선 강원 평창 대관령원예농협, 충북 괴산농협, 전남 해남 화원농협, 경북 서안동농협, 한국농협김치의 절임배추를 판매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하는 ‘농할대전’ 쿠폰을 적용하면 20% 할인돼 가격은 10㎏에 2만5800원부터 시작한다. 고랭지배추를 먹어보고 싶어 대관령원협의 제품을 골랐다. 세번 절이고 다섯번 헹군 배추란다. 그걸 직접 하는 걸 생각만 해도 허리가 아파오는 듯하다. 양념은 화원농협 것으로 샀다. 깔끔하고 개운한 서울·경기도 맛과 진하고 매콤한 전라도 맛 중 후자를 택했다. 강원과 전라의 만남은 어떤 맛을 빚어낼까.

주문하고 이틀 뒤 택배가 도착했다. 상자를 여니 절반으로 잘린 절임배추가 뽀얀 잎줄기와 노르스름하고 푸르스름한 잎을 자랑하고 있다. 10㎏을 주문했더니 10조각, 즉 5포기가 왔다. 무채가 가득 들어 있는 새빨간 양념은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절로 고인다.

초보도 할 수 있는 김장법 

절임배추와 양념을 준비한다.
바깥쪽 잎부터 양념을 묻힌다.
배추를 접어 겉잎으로 감싼다.
수육과 함께 먹어야 김장의 완성.

생애 첫 김장에 유튜브 선생님들 강의를 열심히 봤다. 보통 배추 절이는 법과 양념 만드는 법부터 알려주지만 그 부분은 넘어갔다. 나에겐 이미 전문가들이 준비해준 절임배추와 양념이 있으니. 우선 절임배추의 물기를 빼야 한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김치가 쉽게 무르고 쉰내가 날 수 있으며 양념도 희석돼 싱거워진다. 배추 속 부분이 아래로 가도록 소쿠리에 얹어 2시간 정도 기다리면 된다. 물기가 빠진 배추는 다시 반으로 갈라 4분의 1 조각이 되게 한다. 칼집이 나 있어 손으로 쉽게 쪼갤 수 있다.

이젠 배추에 양념을 묻힐 차례. 이번엔 배추 속 부분이 위를 향하게 놓는다. 왼손으로 배춧잎을 한데 모아서 쥐고, 오른손으로 양념을 퍼서 맨 아래 잎부터 차례로 묻혀나간다. 맛있는 건 많이 넣을수록 좋다는 생각에 양념을 듬뿍듬뿍 바르고 있는데….

“어어, 그렇게 많이 하면 안돼요.”

사진을 찍던 사진기자가 다급히 외친다.

“김치양념은 살짝만 묻히면 돼요. 너무 많이 하면 김치가 짜고 나중엔 양념도 모자랄 수 있어요. 제가 하는 거 한번 보세요.”

사진기자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비닐장갑을 꼈다. 그러더니 능숙한 솜씨로 배추에 양념을 척척 묻혀나갔다. 배추 한조각에 30초나 걸렸으려나.

“부모님 댁이랑 처가댁에서 매년 김장을 하거든요. 1년에 두번씩 김치를 담그니 고수가 될 수밖에 없죠.”

40대 아저씨가 김장 고수일 줄이야! 조언에 따라 다시 양념을 묻혀본다. 양념을 한큰술 정도 퍼서 밑동과 가까운 줄기 부분에 올리고 아래로 쓱 내린다. 양념이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끔 ‘중도’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군데군데 무채도 넣어준다. 맨 바깥쪽 배추 한잎만 남기고 이파리 쪽을 줄기 쪽으로 접어 올린 뒤 겉잎으로 감싸준다. 이렇게 해야 보관할 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수분이 증발하는 걸 막아준다. 김칫소 넣기를 반복하다보니 ‘인간 김치공장’이 된 기분이다. 사진기자에게 “저 이제 꽤 잘하죠?” 묻자 엄지를 들어 보인다.

김치를 쌓아놓고 보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뱃 속까지 든든해지려고 미리 수육을 준비했더랬다. 김치 한줄기를 떼어내 수육을 돌돌 감싸 입에 넣으니 ‘음∼!’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맛이다. 아삭아삭한 배추와 짭조름한 양념, 입맛 돋우는 액젓의 향이 고기와 잘 어우러진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김장하던 날, 할머니가 손으로 집어 입에 넣어주던 그 맛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팔할쯤은 재현된 듯하다. 내 손으로 1년 동안 나와 가족이 먹을 김치를 담그고 갓 담근 김치의 맛을 느끼는 것. 사 먹는 김치로는 느낄 수 없는 김장의 묘미다. 시간이 맛을 더해줄 내 김치. 좀더 익고 난 뒤엔 김치찌개를 끓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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