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가장 이른 가을 독감 유행…“우리 아이 예방접종 서두르세요” [생활 속 건강 Talk]
유행주의보 발령 예년보다 한달 앞서
일반 감기와 달리 전신증상 나타나
중이염·세균성 폐렴 등 합병증 우려도
전문가 “백신 접종이 확실한 대비책”
5일 서울 양천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대기실. 평일 오전인데도 진료를 기다리는 부모와 아이들로 복도까지 줄이 길게 늘어섰다.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피곤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고, 부모들은 아이 이마에 손을 대며 상태를 살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데리고 온 김모(39)씨는 “감기인 줄 알았는데 열이 떨어지질 않아 진료를 받으러 왔다”며 “주변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병원 다니는 아이가 많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요즘은 내원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독감(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인다”며 “작년엔 11월 중순쯤부터 환자가 몰렸는데 올해는 10월 초부터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예년보다 빠르게 찾아온 독감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지고 실내 활동이 늘면서 감염 위험이 높아진 데다 예방접종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유행이 시작되면서 환자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발병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방역당국은 올해 독감이 최근 10년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호흡기 질환으로, 주로 겨울철에 유행한다. 감염력과 전파력이 매우 높아 짧은 기간 안에 지역사회 전체로 퍼질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은 물론, 어린이·임신부·노인 등 면역이 약한 사람에게 특히 위험하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보통 감기 바이러스와 다르다”며 “건강한 사람들은 독감을 독한 감기처럼 앓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65세 이상의 노년층과 면역이 억제돼있는 환자, 당뇨병이나 신부전을 앓고 있는 환자,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 후 1~4일의 잠복기를 지나면 갑작스러운 고열과 두통, 근육통, 피로감이 동반된다. 이어 기침, 인후통, 콧물 같은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 감기보다 전신 증상이 훨씬 강하고 회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소아의 경우 구토나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은 3~4일 안에 호전되지만 어르신이나 어린이, 만성질환자처럼 면역이 약한 사람은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크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중이염과 세균성 폐렴이다. 이외에도 심근염·심낭염 같은 심장질환이나 뇌염·뇌증, 횡단성 척수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드물게는 근육이 손상되는 횡문근융해증이나 라이증후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만성호흡기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환자는 독감 감염을 계기로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감기와 독감은 모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지만 증상의 강도와 진행 속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감기는 주로 코나 목에 가벼운 염증을 일으키며 콧물·코막힘·인후통 정도로 시작해 서서히 회복된다. 대부분 3~5일이면 증상이 사라지고 고열은 드물다.
독감이 유행하거나 환자가 발생했을 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바이러스제는 오셀타미비르와 자나미비르 두가지다. 윤진구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은 단순 감기와 달리 조기에 진단하면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할 수 있다”며 “고열과 심한 몸살이 동반되면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독감 여부를 신속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은 접종 후 약 2주가 지나면 면역이 형성되며, 한번의 접종으로 그해 겨울 동안 예방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백신은 감염 자체와 전파를 줄이는 것은 물론, 감염되더라도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춘다. 특히 올해처럼 유행이 빠르게 확산되는 시기에는 늦지 않게 접종을 마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 교수는 “예방이 곧 치료이며 백신이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라고 말했다.
백신접종과 함께 일상에서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나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사용한 휴지는 바로 버린 뒤 손을 깨끗이 씻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독감 유행 시기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가급적 피하고 부득이하게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고열이나 기침 등 독감 증상이 나타나면 출근이나 등교를 자제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독감으로 진단받은 경우는 해열 후 24시간이 경과해 감염력이 소실될 때까지 등교, 등원, 출근 등을 하지 않고 가급적 집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해열제를 먹은 경우에는 마지막 투약 시점부터 48시간까지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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