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도매시장 청과동 붕괴 1년…복구 늦어 상인들 ‘속앓이’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가보니
장마철 물 새고 적재공간 부족
거래액 34% 급감 유통 ‘빨간불’

지난해 11월28일 폭설로 경기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동 남측 지붕이 무너졌다.

“여름철에 복숭아는 하루만 지나도 물러버렸죠. 비가 올 땐 천장에서 물이 새 과일상자에 회색 물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5일 오후 찾은 경기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동. 안으로 들어서자 20대가량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지붕은 전부 철거돼 있었고, 용마루역할을 하던 가운데 구조물만 우뚝 솟아 있었다. 이곳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 앞에는 팰릿 수십개가 쌓여 있었다. 팰릿들 앞에 덩그러니 놓인 대형 시계는 ‘12시1분’을 가리킨 채 멈춰 있었다.

지난해 11월28일 정오께 이례적인 가을 폭설로 이 시장 청과동 남측 천장이 무너졌다. 지하 1층, 지상 1∼3층으로 연면적 3만2794㎡(9920평)인 이곳은 채소·과일류 경매장, 중도매인 점포 등이 있던 안양도매시장의 심장부였다. 그러나 1년 뒤인 지금은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농산물 경매는 지하 주차장에 임시로 마련된 경매장에서 진행 중이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주차칸 3∼4개 간격으로 중도매인 점포가 줄지어 있었다. 각 점포에는 사과·반시 등 제철 과일상자와 팰릿이 가득 쌓여 있었다. 주차장 끝자락에 다다르자 찬 공기가 램프를 타고 들이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과일류 중도매인 A씨는 “여름철 이곳은 35℃까지 치솟으며 복숭아 등 과일이 하루 만에 물러지기 일쑤였다”며 “냉방 설비를 둘 수 없어 과일상자를 향해 선풍기를 틀어놓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점포 한편에는 비닐봉지에 싸인 대형·소형 선풍기가 놓여 있었다. 또한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과일상자를 적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하 주차장 일부 차량 보닛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회색 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올 3월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시장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복구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안양시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사업소에 따르면 올해 10월초가 돼서야 지붕 철거 작업이 모두 마무리됐다.

10월16일 방문한 경기 안양농산물도매시장 청과동 남측 모습. 무너진 지붕이 철거만 됐지 재건되지 않았다. 안양=정진수 기자, 연합뉴스

유통인 B씨는 “청과동이 무너진 지 1년 가까이 됐는데, 그동안 청과동 지붕 철거와 내부 폐자재 정리만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명절에는 하루 6000만∼7000만원, 평소에는 최대 4000만원까지 낙찰받는데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점포엔 과일상자를 적재할 공간이 부족하다”며 “농산물 수집·분산이라는 도매시장의 역할이 축소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1일∼11월5일 안양도매시장 내 안양원예농협 공판장, 안양농산물의 거래물량은 4만224t으로 지난해 동기(4만3873t)보다 8.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도매시장 거래물량은 457만t으로 지난해(459만t)보다 0.4% 적었다.

거래액은 감소폭이 더 컸다. 이 기간 전국 도매시장 거래액은 올해 11조3945억원으로 지난해(11조7232억원)보다 2.8% 하락했지만 안양도매시장의 거래금액은 1028억원으로 지난해(1557억원)보다 34.0% 줄었다.

안양시 공공시설과 관계자는 “우선 남측 지붕만 재건하는 방식으로 복구 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내년 3월 착공에 들어가 11월에 완공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