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0만명 굶어죽을 판이라는 ‘무늬만 선진국’…손놓은 정부 “야당 탓”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5. 11. 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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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가 일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약 4200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저소득층 시민들이 배를 굶주리게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현재 SNAP의 보조를 받는 미국 내 저소득층은 국민 약 8명 중 1명꼴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2%에 해당하는 4200만여명이 자신과 가족의 식사를 위해 미 정부의 식품 지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 농무부 대변인은 "정부 셧다운이 중단되지 않는 이상 이달 SNAP에 필요한 90억달러를 충당할 수 있는 자금은 농무부 내 그 어디에도 없다"며 "지금의 재정난을 트럼프 행정부의 법안과 연관 짓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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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美, 저소득층 식비지원 중단시사
법원 판결에 “절반투입” 턱없이 부족해
각계 반발…“굶주린 채 잠들어선 안돼”
억만장자 투자자 120억원 기부 팔걷어
미국 텍사스주의 한 푸드뱅크에서 자원봉사자가 감자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가 일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약 4200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저소득층 시민들이 배를 굶주리게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미 의회가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아 재원이 고갈되면서 미 농무부가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영양 보충 지원 프로그램(SNAP)’ 보조금 지급 중단을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당초 전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미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미 정부는 비상 기금을 투입해 이달 프로그램을 일부 이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일부 중단으로 파장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미 농무부(USDA)는 이달에는 SNAP 수급 자격이 있는 가구에 지급되는 현재 할당액의 50%만 지급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달 지원금 지급에는 90억달러(약 12조9100억원)가 소요되는데 상황이 긴박한 만큼 비상 기금을 활용하라는 미 연방법원의 판결에 따라 절반 수준인 46억5000만달러(약 6조6700억원)만 우선 투입하겠다는 것입니다. 미 농무부는 나머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 외의 추가적인 비상 기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 사회에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 셧다운이 빈곤층의 식량줄을 쥐고 흔들기 위한 명분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SNAP의 보조를 받는 미국 내 저소득층은 국민 약 8명 중 1명꼴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2%에 해당하는 4200만여명이 자신과 가족의 식사를 위해 미 정부의 식품 지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수백만명이 아동, 노인, 또는 참전용사들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예산정책우선센터(CBPP)에 따르면 SNAP을 통해 1명이 하루에 받는 지원금은 6달러(약 8600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저소득층 가정에게 이는 없어서는 안 되는 생명줄입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지원금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하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미 공화당은 지난 여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통과시키면서 SNAP에 대대적인 타격을 가했습니다. 해당 법안에는 ‘역사상 가장 큰 폭의 SNAP 삭감’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미 농무부는 법안 통과 훨씬 전부터 저소득층에 대한 식품 지원 축소 기조를 내세웠습니다. 대표적으로 농가와 인근의 식품은행 및 학교를 연결해주던 ‘지역 식품 구매 지원 협력 프로그램’을 폐지한 사례가 있습니다.

영양 보충 지원 프로그램(SNAP) 지키기 집회에서 한 여성이 ‘SNAP을 보호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미 농무부는 이번에도 SNAP을 두고 비슷한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우물은 이미 말랐다’는 문구를 게시하며 정부 셧다운에 대한 책임과 비난의 화살을 민주당으로 돌렸습니다. 미 농무부 대변인은 “정부 셧다운이 중단되지 않는 이상 이달 SNAP에 필요한 90억달러를 충당할 수 있는 자금은 농무부 내 그 어디에도 없다”며 “지금의 재정난을 트럼프 행정부의 법안과 연관 짓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는 미 저소득층의 밥줄을 움켜쥐는 SNAP 중단 움직임을 일제히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미주리주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어떤 미국인도 굶주린 채 잠들어서는 안 된다’라는 기고문을 통해 셧다운 기간 동안 식품 지원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데이비드 수퍼 미 조지타운대 로스쿨 교수는 “농무부의 SNAP 중단 조치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이런 상황에 대비해 이미 수십억달러의 예비비를 확보해둔 만큼 이를 비상 기금으로 즉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대신 두 팔 걷고 지원에 나섰습니다. 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억만장자 벤처투자자로 알려진 마이클 모리츠 재단이 시 예산과 동일한 규모인 900만달러(약 129억원)를 기부하며 저소득층 밥상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미 뉴욕 로빈후드 재단은 긴급 기금으로 100만달러(약 14억3500만원)를, 메사추세츠주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자 빌 커밍스 재단이 100만달러를 비영리단체에 기부했습니다.

이 같은 기부금은 SNAP 이달 지원금 전액 충당을 위해 필요한 92억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정부 셧다운이 촉발할 수 있는 경제적 고통을 일부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이클 모리츠가 자신의 아내와 설립한 크랭크스타트 재단의 미시 나룰라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이번 SNAP 중단 사태를 정치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며 “저소득층의 일상 유지를 위한 지원을 이어가는 것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밝혔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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