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의 우리술 이야기)영화·드라마로 본 한국전통주의 세계화

최미화 기자 2025. 11. 8. 13: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만찬에 참가한 사람들이 검은색 도자기 술병을 들고 금빛 술잔에 술을 따른다. 마지막 게임을 앞두고 참가자들이 즐겨 보자며 술잔을 들고 건배를 한다. 갈비찜, 잡채 등 한식 한 상도 함께 잘 차려져 있다'.

넷플릭스 전 세계 1위 시리즈인 오징어게임 시즌3의 마지막 만찬 장면이다. 검은색 도자기 병은 무려 10분 이상 화면에 등장하며 시선을 끌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검은색 술병은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인 중원당 청명주다. 중원당 청명주는 1896년부터 빚기 시작했는데 2021년 청와대 대통령 추석 선물로 선정된 후 2022년에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다.

오징어게임 시즌3은 지난 6월 개봉한 지 하루 만에 91개국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였다. 여세를 몰아 양조장이 있는 충주시는 지역특산물 수출을 위해 다각도로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오징어게임에 노출 이후 수출을 원하는 무역회사들의 문의도 늘었고 청명주 매출 상승세 또한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뷰티와 K-푸드에 이어 K-술의 위상 또한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전통주가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국전통주가 심심찮게 등장을 하고 있다. 이미 미국 드라마에서도 한국전통주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올 여름 tvN에서 방영된 미국 드라마 '버터플라이'에는 경북 안동의 맹개술도가 '진맥소주'가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 가족이 닭백숙을 먹는 식사 장면에서 진맥소주로 건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 드라마이지만 김태희, 박해수, 성동일 등 한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관심을 끌었고 그보다 한국의 증류식 소주가 미국 드라마에 등장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한국전통주의 드라마 진출은 2월부터 6개월간 방송된 KBS2TV의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에서 절정을 이뤘다. 다섯 형제와 맏형수가 빚어내는 가족이야기인 이 드라마의 무대는 전통양조장인 '독수리술도가'였다.

이보다 훨씬 전인 2021년에는 tvN의 드라마 철인왕후에서 이화주(梨花酒)가 등장해서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화주라고 해서 배꽃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배꽃이 필 무렵에 빚는 술이어서 이화주라고 하기 때문이다. 흔히 떠먹는 막걸리로 알려진 이화주는 이 드라마에 등장한 이후 실제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2009년 개봉한 영화 '전우치'에서도 술은 등장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전통주가 아닌 위스키였다.

500년간 그림족자에 봉인되어 갇혀있다가 풀려난 전우치가 제일 먼저 찾은 것은 술이었다. 하긴 500년간 술을 마시지 못했으니 얼마나 목이 탔을까. 다만 아쉬운 장면은 갓을 쓴 전우치가 들이킨 술은 한국전통주가 아니라 싱글몰트 위스키인 맥캘란 30년산이었다. 도포자락 휘날리며 당연히 한국 전통주를 마실거라 생각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무리 영화의 간접광고(PPL)임을 감안하더라도 배신당한 느낌이랄까.

한국 전통주가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쓰인다는 것은 우리술이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기도 하다. 미국드라마나 외국영화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K-푸드에 이어 K-술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전통주의 세계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한국전통주는 술의 맛과 향뿐 아니라 역사와 체험, 스토리텔링 등으로 볼 때도 확장성이 무한정으로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통주가 소설이나 웹툰과의 협업을 통해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무협 장편 웹소설과 협업으로 출시한 '화산귀환 청명주'나 소설 원작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와 양조장 협업으로 출시한 '자가소주 김부장 에디션'과 '자가소주 송과장 에디션'이 대표적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웹툰과의 콜라보레이션이든 한국전통주의 맛과 향은 계속 세계 시청자들에게 노출될 것이다. 조만간 전세계적으로 K-술을 마시기 위해 K-푸드를 찾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