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거짓말’ 지켜본 대통령실 CCTV… 권력의 기록자[청계천 옆 사진관]

지난달 법정에서 공개된 대통령실 CCTV 영상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특검은 32시간 분량의 영상 중 20분을 편집해 ppt 보여주듯 재생했으며. 법원은 클로즈업해서 보도하면 안된다는 전제 조건을 달고 재판 녹화 영상을 언론에 제공했습니다. 화면에는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받아 든 것으로 보이는 장면, 일부 국무위원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 그리고 장관들과 문건을 주고받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계엄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한 전 총리의 주장과 CCTV 영상은 서로 엇갈렸습니다.
대통령실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은 권력자들의 ‘기억’과는 다른 장면을 보여줬고, 법정에서는 새로운 증거가 되었습니다.

한덕수 전 총리의 CCTV 영상이 공직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의 파괴력을 절감한 공직 사회가 사각지대가 더 늘릴 수도 있고 더욱 불투명한 의사 결정 방식이 연구될 수도 있습니다. 합법적인 ‘비화폰’처럼 CCTV -free zone(프리존)을 확대하는 것을 합법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번 주 ‘백년사진’에서는 동아일보 DB에 저장된 CCTV 관련 보도 사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 우리는 하루에 몇 번 CCTV에 찍힐까
대통령과 총리의 모습이 담긴 CCTV는 특별해 보이지만 일반 시민의 일상은 이미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1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에는 160만 7,388대의 공공 CCTV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민간 건물, 상가, 아파트, 차량 블랙박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2021년 행정안전부 조사에서는 30~40대 직장인이 하루 평균 약 98회 CCTV에 노출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민간 CCTV를 제외한 수치이므로 실제로는 훨씬 많습니다.
이제 우리는 ‘항상 누군가의 카메라 안’에서 살아가는 시대입니다.
● CCTV의 역사 — 도시의 첫 번째 눈
CCTV가 처음부터 ‘감시의 눈’은 아니었습니다.
1971년 10월 27일, 서울시경 교통정보센터가 광화문 사거리를 포함한 주요 교차로 10곳에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당시 동아일보 기사는 이렇게 썼습니다.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법규 위반 차량을 단속하기 위한 기술이었으며, 도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한국에서 CCTV는 그렇게 ‘통제의 기술’로 출발했습니다.
● 1980~1990년대 — 감시와 보호의 경계
1980년대 후반, 은행 강도와 절도범 검거에 CCTV가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신문 1면에 “은행 감시 TV로 범인 검거” 같은 제목이 등장했습니다.

1997년에는 영국 런던 시민이 하루 300번 CCTV에 찍힌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비판과 “범죄 예방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반론이 공존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CCTV가 자신들을 비춘다며 항의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 2000~2010년대 — 시민의 동의로 확산된 감시
사회적 논쟁을 거쳐 수용의 단계로 변한 건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2001년 일산구청 민원실에 CCTV가 설치되자 언론은 “시민보호일까, 시민감시일까”라고 물었습니다.

범죄율이 40% 감소했고, 주민의 85%가 설치에 찬성했습니다.
“안전이 우선이다”라는 인식이 ‘사생활 보호’의 논리를 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에는 서울 25개 구 중 22곳이 우범지역에 CCTV를 확대 설치했습니다.
감시의 논리가 시민의 동의 속에 제도화된 시점이 지금으로로부터 20년 전인 2004년쯤인 셈인 것입니다.
2023년에는 수술실 CCTV 설치가 법으로 의무화되며, 감시의 영역이 의료와 일상까지 확장되었습니다.빅브라더’의 우려는 줄고, ‘보안’이라는 새로운 윤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 ‘기억’보다 ‘기록’이 더 많은 시대의 딜레마
CCTV는 반세기 동안 ‘도시의 교통 관리자’에서 ‘사회적 증인’으로, 이제는 인공지능과 결합한 ‘판단의 기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또 영상은 사실을 증명할 수는 있지만, 의미를 해석하지는 못합니다.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결국 인간의 기억과 언어입니다. 오늘의 법정에서 CCTV는 증거가 되었지만, 내일의 역사에서 그 영상이 진실로 남을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오늘은 우리의 일상과 공직 사회 깊숙이 들어온 CCTV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댓글로 귀중한 생각을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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