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가득한 세상...클래식으로 서로 듣고 배려하는 능력 되살리고파”
조화와 화합 강조한 베토벤 테마

“환희여! 그대의 힘은 엄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다시 결합시키고,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지난달 23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는 ‘합창 교향곡’으로 잘 알려진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이 울려 퍼졌다. 독일 대문호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를 가사로 붙인 이 악곡에서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와 노이 오페라합창단 소속 합창단원 80여 명의 음성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어우러졌다.
이번 음악회는 한국독일네트워크(ADeKo)가 한국 광복 80주년과 독일 통일 3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마련했다. 양국의 역사적인 기념일을 동시에 기린 연주회 무대에는 도독 경험이 있는 여러 연주자가 올랐다. 독일은 여러 시대에 걸쳐 베토벤, 바흐, 브람스, 말러 등 걸출한 음악가를 배출한 국가로 음악가들의 꿈의 무대로 여겨진다. 국내 연주자들이 사사한 독일 음악가들은 앞서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독일 현대사와 호흡하며 한국인 제자들과 화합의 가치를 나눴다고 했다.
음악가들은 앞서 생계와 국가를 위해 독일로 떠난 파독 광부·간호사의 자녀들인 이민 2세대와도 교류하고, 동서독의 통일이 독일 사회에 끼친 영향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유학했다고 전했다. KCO를 이끌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민 음악감독은 독일 활동 당시를 회상하며 “통일의 여운이 사회 전반에 남아있던 시기, 동서독 출신 연주자들이 하나의 무대에서 연주하며 ‘함께한다’는 의미를 실천하고 있었다”면서 “음악이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사회를 하나로 묶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깊이 느꼈다”고 했다.

연주회에서는 베토벤이 추구한 조화의 정신이 깃든 작품 두 곡이 연주됐다. 먼저 연주된 작품번호 56번 ‘피아노·바이올린·첼로를 위한 협주곡 다장조(삼중 협주곡)’는 바이올린·비올라·피아노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독특한 협주곡이다. 이 곡을 완성하기 위해 솔리스트들은 각자 기량을 뽐내기보다는 서로 눈을 맞추고 연주에 귀 기울이며 배려하고 화합해야 한다.
이어 연주된 베토벤 9번 교향곡은 현재까지 악보가 전해지는 곡 중에서는 처음으로 기악곡에 인간 음성을 더한 곡이다. 평생 고통 속에 살았던 베토벤이 청력까지 상실한 뒤 작곡됐지만,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우위를 다투지 않고 서로 받쳐주며 이전에는 없던 거대한 규모의 화음으로 연주회장을 채워 감동을 자아낸다. 평화와 연대의 의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곡으로 자리 잡아, 1985년부터 유럽연합(EU)의 상징가로도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연주회를 기획한 피아니스트 박종화 서울대 음대 교수는 “한독 양국의 역사적 사건을 통해 이 시대에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고민했다. 베토벤을 통해 국제적인 혼란과 인공지능(AI)의 위기 앞에 선 인간 존재와 윤리의 의미를 묻고 싶었다”고 선곡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와 세계 각국의 ‘스트롱맨’으로 인한 소음이 가득한 세상에서 서로 듣고 배려하는 능력은 상실된 것 같다. ‘우리가 진정 들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함께 고민하고 상실된 감각을 되살려 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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