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관광객 몰려 오는데...혐중이라는 정치적 선동 안된다! 

고현승 2025. 11. 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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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승의 중국통신] 정치권은 혐오세력과 과감히 단절해야
중국이 무서울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세계 경제를 이끄는 G2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동맹국인 미국, 바로 옆 이웃인 중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주의소리>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 글로벌 리더이자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바로 알기 위해, 중국 경제전문가인 고현승 박사가 쓰는 '고현승의 중국통신'을 다시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오랜만에 추석연휴를 제주에서 보냈다. 마침 중국국경절 연휴와 겹쳐서 내 휴대폰은 세상 조용했다. 한가로이 버스를 타고 제주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중앙로와 신제주거리가 관광객들로 가득찼다. 아침에 제원아파트 앞 빵집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데, 중국어와 영어가 들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더니 기사님이 중국관광객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버스요금 결제가 안되었다며 답답한지 소리를 친다. 중앙로에서 신발을 고르는데 점원이 중국어로 말을 건넨다.  

법무부가 9월 29일부터 내년 6월까지 중국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체류를 15일간 허용했다. 제주는 이미 무비자관광지역이니 크게 달라질 것이 없겠지만 서울을 방문한 일부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제주공항 입국장과 출국장이 더 혼잡해진 것 같다.

중앙로 지하상가 상인들은 신이 나서 상품을 진열하고 있는데, 우려도 많다. 얼마 전 관광지에서 노상방뇨하는 중국꼬마의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금도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다. 최근 가뜩이나 높아진 혐중정서에 편승하여 '중국인들은 시끄럽고 지저분하다'는 이미지가 각인되는 것 같다.

지난 9월, 52만명의 중국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작년 9월보다 16%가 증가했다. 8월에는 61만명이 방문했다. 2019년 8월의 57만명보다도 많다. 단체관광객 무비자정책 시행 전임에도 이미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10월 통계를 봐야 알겠지만 무비자 정책시행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다. 올해 전체 외국인관광객 3명 중 1명이 중국인이다.

2010년 제주도는 부동산이민제도를 도입했다. 5억원 이상 투자를 하고 5년을 유지할 경우 영주권을 주는 제도이다. 그리고 녹지그룹 등 중국기업 투자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10년은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베이징올림픽 직후이다. 중국이 자신감을 가지고 해외로 진출하던 때였다. 중국진출이나 중국자본유치라는 이벤트가 있으면 우리 기업들의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왠만한 기업들은 중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중국투자 러시였다.

1992년 한⋅중수교를 하고 이듬해부터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듬해인 2003년에는 무역수지 흑자가 132억달러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정점은 2013년으로 628억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부터 무역수지 흑자액이 꺾이더니 2023년에는 처음으로 적자(180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수출 급감과 배터리 등 전기자동차부품, 중국소비재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스마트폰 수입이 2023년 35억달러로 전년대비 25.8%나 증가했다. 2024년 대중 무역수지도 68억달러 적자였다. 같은 기간 대미 무역수지는 사상최대 흑자(556억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대부터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국기업의 탈중국이 시작되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전체 해외투자 중 중국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9%에 그쳤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8.9%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낙차가 꽤 크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교역국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시장에서 한국기업의 입지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위험신호이다.

제조업분야로 좁혀서 보자. 2023년 한국제조기업의 해외투자 중 중국비중이 6.8%에 그친  반면, 미국 51.4%, 아세안은 17.6%이다. 미국 바이든정부의 IRA와 반도체법 시행에 앞서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선행한 반도체투자가 마무리되었고 중국제조업 고도화로 중국국산화와 공급망이 구축되어 우리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 중국투자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중국 인건비 상승 등으로 저부가가치제품 생산기지가 중국에서 아세안 등 타 지역으로 이전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바이든의 IRA, 트럼프정부의 관세협상 등의 이유로 반도체, 자동차, 조선 분야에서 대미 직접투자가 크게 늘었다. 아세안지역 투자비중은 2013~2017년 33.6%에서 17.6%로 감소했다. 아마 아세안으로 이전할 기업들이 모두 이전하여 후속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2024년 중국의 대한국 직접투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작년 중국기업의 한국직접투자가 68억달러, 전체 해외기업 직접투자신고액의 19.6%로 신고액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주요투자분야는 배터리, 디스플레이, 전자상거래유통 등이다. 다만, 실제 집행된 도착액 기준으로 보면 12.3억달러, 7%에 그친다. BYD, ZEEKER가 전기자동차공장, CATL 등이 배터리공장, 알리익스프레스, 테무가 전자상거래 물류기지에 투자했다. 

신고액과 도착액간 차이가 많은 것은 중간에 포기하거나 투자지연이 있어서다. 중국기업이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이유는 미국수출을 위한 경유지로 포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직접 한국유통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국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반길 일이다. 특히 그동안 애물단지였던 새만금지역에 중국배터리와 에너지회사가 입주하고 있다. 해외투자유치에 화폐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미국이 집중규제하는 분야이고 우리 산업의 주춧돌이다. 그리고 알리와 테무는 우리 로컬유통에 위협요소이다. 투자는 반기되, 부당경쟁행위, 기술유출 방지, 실투자집행 등 투자 후 모니터링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지난 30년간 한국이 누려온 중국특수가 끝나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한⋅중경제관계의 변곡점은 2015~2020년 사이에 이미 찾아왔다. 이 시기에 롯데마트, 삼성스마트폰 공장과 LCD 공장이 철수했다. 현대자동차는 충칭공장을 매각했다. 하지만 때마침 발생한 2016년 사드사태, 트럼프 1기 집권과 관세전쟁, 2020년 코로나 등 외부환경으로 체감하지 못했다.

2015년 이후 한국사회 내부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인구구조는 고령화되고 출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 되었다. 대기업 공채가 사라지는 등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수도권 부동산가격은 언터처블이 되었다. 근로소득은 늘지 않고 자산소득 차이가 신분사회를 만들고 있다. 고급인재는 의대와 로스쿨에 몰려있고 혁신은 정체되었다. 정부가 주도하던 R&D도 주춤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타이완에 추월당했고 명목성장률이 2%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의사파업, 젠더, 장애인 등 소수자차별과 갈등이 불거지고, 해외시장에서는 중국제품과 위태롭게 경쟁하고 있다. 몇 해 사이 G8, 글로벌경제 10대 강국, BTS, 기생충 등으로 대표되던 호기로운 국력의 확장세가 의기소침한 수축단계로 변해버린 느낌이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럴 때, 공공의 적이 만들어진다. 

나치가 그렇게 등장했다. 1차 세계대전 패전 당시, 독일인들은 영문을 몰랐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의 전선은 독일 국경 밖이었다. 독일황제의 충성스런 대신들은 제국군이 연합국을 상대로 연전연승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킬 항구에서 발생한 해군반란으로 황제가 망명하고 바이마르 공화국이 수립된다. 그리고 종전되었다. 독일이 연합국에 군사적으로 점령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이 찾아온 것이다.

정치적 패전이었다. 국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연합국이 요구한 보복적 배상금과 영토할양, 전후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찢겨진 국가자존감은 독일신화 속의 영웅 지그프리드를 소환했고 히틀러가 등장했다. 히틀러는 공공의 적이 필요했다. 당시 유대인은 유럽의 금융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비기독교도였고 자기들만의 신앙공동체를 폐쇄적으로 유지했다. 곤궁한 독일 서민들에게는 고혈을 짜는 고리대금업자, 기독교인에게 그들은 부정한 피가 흐르는 종족이었다. 정치인들은 그들의 선민의식과 은밀하고 끈끈한 공동체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독일영웅은 그들을 사탄으로 지목했다. 대중은 열광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 한국은 중국경제발전의 수혜를 받았다. 반도체부터, 바나나우유, 설화수는 중국에서 대박이 났다. 면세점에는 중국보따리상들로 넘쳐났다. 한국대학들은 유학생들을, 공무원들은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중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왔다. 한국에게 중국은 화수분이었다. 중국인들은 한류를 즐겼다. 평화로운 시기였다.

그런데 사드사태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국민정서를 자극했고 중국의 굴기는 중국인의 자존감과 기업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과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기 시작했다. 가전, 자동차, 화장품, 화공 등 한국의 주력제품이 하나 둘 양산능력과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퍼스트 아메리카에 대항하여 중국도 분홍(애국주의세력)이 부상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한국에게 중국은 더 이상 성격 좋은 이웃이 아니라, 곳곳에서 부딪히는 힘센 트러블메이커로 보이기 시작했다. 꽤 오래전 한국TV에서 유럽 조선소를 탐방한 적이 있다. 네덜란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해양강국의 조선소가 한국조선소 때문에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한국을 크게 원망했다. 혐한 시위대도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몇 해 사이 확산된 혐중정서에는 당시 유럽노동자가 느꼈을 무력감과 절망감과도 닿아 있는 것 같다. 그 배후에는 거대한 경제환경변화가 있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중국이 자신만의 세력권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 내부의 갈등과 만나 불안을 자극했다. 불안은 온라인커뮤니티를 타고 공포와 혐오로 증폭되어 재생산되고 있다. 사회불만을 일소하는 유일한 출구로 찾은 것이 혐중이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강림이다. 공공의 적이 중국이다. 아니 중국이어야 한다. 이 얼마나 편한 논리인가. 

일부 커뮤니티에서 혐중 목소리가 현실적인 세력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정치권이 그들의 손을 잡아 줄 때부터였다. 모든 악의 근원이 중국이라는 진단은 정치인에게는 마스터 키이다. 사회갈등 해결을 위해 진지한 고민과 용기있는 행동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혐오세력의 정서와 잘 교감하면서 그들의 정치적 지지만 빨아들이면 된다.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광기의 불길이 더 이상 번지기 전에 냉정함을 되찾고 경제협력, 불공정무역개선, 상호기술보호, 대등한 외교관계와 국방, 에너지와 기후위기, 북핵해결 등 한⋅중관계의 지속가능한 상생모델을 찾아야 한다. 중국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에 미자하(彌子瑕)라는 미소년이 살았다. 빼어난 용모로 왕의 총애를 받았다. 하루는 미자하가 왕의 허락도 없이 왕의 수레를 타고 어머니를 보러갔다. 불충이요, 극형에 처할 죄였다. 그런데 왕은 효자라며 용서했다. 어느 날 미자하가 왕실 과수원에서 탐스런 복숭아를 따서 한 입 베어 물었다. 마침 곁에 있던 왕에게 내밀었다. 왕은 웃으며 받아 맛있게 나눠 먹었다. 시간이 흘러 미자하의 미모도 세월에 퇴색되었다. 왕은 다른 미소년을 찾았다. 한 신하가 미자하를 탄핵했다. 왕은 망설임없이 왕의 수레를 함부로 탔던 기억, 무엄하게도 먹던 복숭아를 왕에게 바친 죄를 물어 죽였다. 여도지죄(餘桃之罪)이다. 미자하는 변하지 않았지만 세월이 흘러 왕이 변한 것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관광객의 모습은 늘 그래왔으나 우리의 인식이 변했을 수도 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관광객은 최소한 한국에 친화적인 중국인들일 것이다. 중국단체관광객을 반기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오버투어리즘(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거나 관광객의 수준낮은 형태가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여야 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혐중이라는 정치적 선동구호로 확산되어서는 안된다. 혐오는 현명한 판단을 어둡게 하는 감정적 소모이다.  
고현승 박사

# 고현승

제주 출신으로 제주대(행정학과)를 졸업, 중국복단대학교 법학원에서 석사(민상법), 화동정법대학교에서 박사학위(경제법)를 땄다.

2009년부터 대광경영자문차이나(삼화회계법인 중국지사) 대표를 맡아, 중국기업의 한국증시 상장과 한국기업의 해외투자 설계 및 법무 컨설팅,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설계 및 법무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