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신호 정확히 읽어낼 때 마음은 스스로 ‘균형’ 찾아 [건강한겨레]

한겨레 2025. 11. 8. 08: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영주의 마음대로 9
일러스트 김대중

‘감정에 솔직하라’ ‘억누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라’ ‘참지 말고 표현하라’는 조언을 흔히 듣습니다. ‘화병’이라는 독특한 마음의 병이 존재하는 민족이라서일까요. ‘마음을 숨기면 병이 된다’는 말은 더욱 큰 공감을 얻으며, 솔직함이 곧 건강함이고 진정성이라는 인식이 익숙해진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감정에 충실하라’는 말이 자칫 ‘감정이 이끄는 대로 즉각적으로 해소하라’는 뜻으로 오해될 때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며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 채 그 감정에만 충실하다보면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파도 위를 서핑하듯 불안정한 마음의 흐름 속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래서 ‘감정에 충실하라’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감정에 충실하라’는 말의 본래 뜻은 지금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를 억누르거나 부정하지 말고 정확하게 인식하라는 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감정의 인식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그 감정을 일으킨 마음의 근원인 ‘욕구’와 마주하게 됩니다. 감정은 늘 그 끝에서 ‘내가 진짜로 바라는 것’ ‘나의 욕구’를 가리키고 있기에, 감정을 인식한다는 것은 곧 내 욕구를 알아차린다는 것과 같습니다.

감정은 순간적으로 밀려오고 또 쓸려가는 파도와 같지만, 욕구는 그 파도를 일으키는 깊은 심해의 물결입니다. 화를 참는 대신 ‘나는 지금 존중받고 싶구나’, 불안을 밀어내기보다 ‘나는 안전하고 싶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 서운한 마음을 애써 외면하지 말고 ‘나는 연결되고 싶구나’라고 느낄 때 감정은 해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도록 이끄는 신호가 됩니다. 감정은 언제나 욕구보다 한발 앞서 나타나는 마음의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욕구를 자각할 때 우리는 감정에 따라 반응하는 존재에서 감정을 이해하고 선택하는 존재로 바뀝니다. 즉, ‘내가 화났으니까 말해야지’가 아니라, ‘나는 존중받고 싶으니까 이렇게 표현해야지’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두려움, 미안함, 섭섭함 등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나’가 보내는 신호입니다. 감정을 통제하거나 해소하려 하기보다 그 신호를 정확히 읽어내고 해석할 때 마음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며 조용히 진정됩니다. 이것이 바로 정서 메타인지, 즉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마음의 작동 원리이자 마음을 성장시키는 힘입니다.

온더함심리상담센터대표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