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손흥민의 해병대 같은 부대 후배가 된 훈련병 임성재

김종석 기자 2025. 11. 8. 06: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항저우 AG 금메달로 병역 혜택. 3주 신병 교육 
- 메이저대회 첫 티샷 앞둔 기분으로 입소 
- 입대는 20대 선수 인생의 분기점. 혜택과 공백 사이
- 테니스 이형택, 정현 ATP투어 진출의 발판
-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또 다른 관심사
미국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임성재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뒤 제주에 있는 해병대 신병교육대에서 3주 훈련을 받고 있다. 임성재는 손흥민과 같은 부대에 입소했다. 사진 출처 임성재 지인, 에펨코리아

임성재(27·CJ)가 골프채 대신 총을 잡았습니다.


  임성재는 최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해병대 9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해 3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21일 퇴소할 예정입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골프 단체전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 혜택을 받았습니다. 예술 체육요원으로 입대한 그는 이번 훈련만 마치면 해병 이병으로 복무를 마치게 됩니다. 앞으로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하면 병역 의무가 끝납니다.


  임성재가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특히 그가 이번에 입소한 해병대 9여단은 과거 손흥민이 2020년 입대한 부대와 같습니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로 같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손흥민이 임성재의 바로 같은 해병대 부대의 직계 선배가 됩니다.

해병대에서 신병 교육을 받을 때 손흥민. 해병대 페이스북

손흥민이 해병대를 선택한 이유는 당시에는 해병대가 육군보다 1주 짧은 3주 만에 보충역 신병 훈련을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손흥민의 입대를 계기로 형평성 논란이 일면서 해병대와 육군 모두 같게 3주가 됐다는 후문입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며 결혼 후 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임성재가 손흥민과 같은 사유로 해병대에 입대한 건 아닙니다. 임성재를 관리하는 올댓스포츠 구동회 대표는 "제주에서 태어난 임성재 프로의 주소지가 제주도이고 제주도 훈련소는 해병대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입대를 앞두고 머리를 9㎜ 길이로 짧게 깎은 임성재는 현지 취재를 간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지금 기분을 표현하자면, 처음 출전하는 메이저대회에서 1번 홀 티샷을 앞둔 느낌과 비슷하다"라고 긴장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또 "국방의 의무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4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해 지금까지 3주라는 시간 동안 골프채를 잡지 않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오겠다"라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제대 후 임성재는 봉사활동을 위해 내년 1월 중순까지 한국에 머물 계획입니다.

PGA투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골퍼로 이름을 날리는 임성재. 타이틀리스트 홈페이지

미국 PGA투어에서 통산 2승을 기록한 임성재는 아시아 최초로 PGA투어 신인왕에 올랐습니다. 또 시즌 마지막 무대로 최고 선수 30명이 출전하는 PGA 플레이오프 투어챔피언십에 7년 연속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만 상금으로 508만2896달러(약 73억 259만원)을 벌었으며 현재 세계랭킹은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27위입니다. 


  임성재에게는 병역 혜택을 통해 중단 없이 투어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내년 1월 23일 개막하는 PGA투어 아메리칸익스프레스부터 출전할 계획입니다. 

해병대 훈련소 시절 손흥민. 해병대 페이스북

손흥민 역시 3주 훈련을 끝낸 뒤 2020년 바로 EPL에 복귀해 공동 득점왕까지 오르며 최고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비록 3주간의 짧은 경험이었지만 손흥민은 주위를 돌아보고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20대 한창때 남자 운동선수에게는 '대박'에 비유됩니다. 임성재가 만약 입대해야 했다면 2년 정도는 필드를 떠나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과거 군대 골프병이나 테니스병 등의 보직이 특혜 시비를 일으키면서 군복을 입은 동안에는 군인으로서 본업에만 충실해야 하기에 공백기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20대 전후의 젊은 선수에게 병역은 해외 진출의 최대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 초 입대한 권순우가 코트에서 경례하고 있다. 테니스 코리아
제80회 한국선수권에 출전해 포핸드 스트로크를 하고 있는 홍성찬. 대한테니스협회

테니스에서는 이형택, 윤용일이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해외 투어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형택은 2000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 16강 진출의 신화를 쓴 뒤 한국 선수 최초로 ATP투어 우승까지 달성했습니다. 정현 역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복식에서 우승으로 병역 혜택을 받은 뒤 해외로 시선을 돌려 2018년 호주오픈 4강에 들었습니다.


   권순우, 정윤성, 홍성찬 등 유망주들은 현재 국군체육부대에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권순우는 우승을 노렸던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초반 탈락한 뒤 라켓을 부수고, 상대와 악수까지 거부하며 매너 논란에 휩싸였죠. 일각에서는 병역 혜택을 놓친 데 대한 아쉬움이 너무 큰 탓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 입대한 권순우는 30대 들어 전성기를 맞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권순우 정윤성 홍성찬은 나란히 김천에서 열리는 제80회 한국선수권대회에 출전했습니다. 권순우는 지난 데이비스컵에서 다친 갈비뼈가 완쾌되지 않아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만 나섰습니다. 김나리(수원시청)와 짝을 이룬 혼합복식에서 권순우는 결승에 올랐습니다. 홍성찬은 7일 단식 8강전에서 이겨 4강에 안착해 2017년과 2019년에 이은 통산 3번째 정상의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정윤성은 단식 16강에서 탈락했습니다.

입대를 둘러싼 논란을 일으킨 프로골퍼 배상문. 채널에이 자료

골프에서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한창 상승세를 타던 배상문, 노승열 등은 군 복무를 마친 뒤 좀처럼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대 연기를 둘러싼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며 논란을 일으킨 배상문은 29세로 입대하면서 "그동안 병역 문제로 국민들께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 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다한 뒤 다시 프로골퍼로 복귀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반면 제대 후 빛을 보는 사례도 있습니다. 군대 가서 철이 든 사례라고 해야 할까요. 통산 상금 1위를 달리는 박상현은 운전병으로 복무한 뒤 복귀해 국내 간판 프로골퍼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함정우는 프로 데뷔 전에 일찌감치 입대해 세계군인 체육대회를 위해 한시적으로 창설된 국군체육부대에서 복무한 뒤 2018년 KPGA투어 데뷔 후 통산 4승을 쌓으며 2023년에는 제네시스 대상을 받았습니다. '야생마' 허인회는 아예 국군체육부대 시절 프로대회에서 우승을 한 뒤 절도 있는 경례 세리머니로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임성재와 같은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혜택을 챙긴 김시우의 메인스폰서인 CJ에 따르면 아직 입대 계약은 없다고 합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 무산된 뒤 내년 일본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출전을 노리는 김주형. 

PGA투어의 새로운 유망주 김주형은 지난해 파리올림픽에 출전해 8위로 마친 뒤 눈물을 흘렸는데 일부 외신은 병역 문제에 주목하면서 "메달을 못 따면 군대에 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일부 남성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 문제로 인해 면제받기도 하며 부유한 가정에서는 이중국적을 취득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라며 "한국에서 징병 면제를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거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프로선수의 대회 출전이 허용되면서 병역을 마치지 않은 남자 프로골퍼들도 태극마크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내년에는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열립니다. 금메달이 어쩌면 로또가 될지도 모릅니다. 골프, 테니스 같은 개인 종목뿐 아니라 국내 대표적인 프로스포츠인 야구, 축구 등에서도 금메달 획득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다시 손흥민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손흥민은 해병대 신병교육대 수료식(퇴소식)에서 훈련생 157명 중 수료 성적 1위를 기록해 '필승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사격 훈련에서 10발 중 10발을 과녁에 명중시켰다고 합니다.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유명한 임성재 역시 특등사수가 될까요.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 테니스코리아 쇼핑몰 바로가기

▶ 테니스 기술 단행본 3권 세트 특가 구매

Copyright © 테니스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