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거운 이야기 : 우승 상금 1억 원인데 벌금은 30억 원?

최창환 2025. 11. 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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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성적이 돈과 직결되는 프로스포츠에서 타이틀 스폰서는 기업이 이름을 알리는 데에 있어 최고의 창구로 꼽힌다.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로 꼽히는 KBO리그의 타이틀 스폰서는 2018년부터 신한은행이 맡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연간 약 3200억 원의 광고 효과를 누렸고, 2024년 관중 1000만 시대를 지나며 일찌감치 2027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반면, KBL의 실상은 녹록지 않다. 외부에서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 반복돼 결국 우승 팀이 의사와 관계없이 차기 시즌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관행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우승 상금은 1억 원인데 벌금은 30억 원’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KBL은 2025-2026시즌 개막을 약 보름 앞둔 9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5-2026시즌 타이틀 스폰서 및 공식 대회명을 발표했다. 공식 대회명은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KBL과 LG전자는 KBL 센터에서 조인식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LG전자는 2025-2026시즌 대회 공식 명칭을 포함해 KBL 10개 구단 경기장 내 광고 권한 및 기타 제작물의 홍보 권리를 갖게 됐다.

이 내용을 두고 농구 관련 커뮤니티에 ‘뉴비’로 추정되는 이가 남긴 글이 눈에 띄었다. “LG가 어쩐 일로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나요? 이제 OO콜 안 봐도 되겠네요.” 기사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글에서 시작됐다.

타이틀 스폰서의 역사
KBL은 이전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의 모기업이 차기 시즌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2024-2025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V1을 달성한 LG가 2025-2026시즌 타이틀 스폰서를 맡게 됐다.

이처럼 기형적인 체제가 출범 초기부터 갖춰진 건 아니었다. 원년인 1997시즌과 1997-1998시즌은 FILA배, 1998-1999시즌은 현대 걸리버배가 공식 대회명이었다. 1999-2000시즌부터 2004-2005시즌까지는 삼성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고, 삼성의 주력 핸드폰 브랜드에서 착안한 애니콜 프로농구를 공식 대회명으로 사용했다.

이후 KCC, 현대모비스, SK텔레콤이 각각 한 차례씩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던 KBL이 이사회를 통해 이전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팀의 모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것으로 바뀐 것은 2008-2009시즌의 일이다.

2007-2008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한 원주 동부(현 DB)의 모기업 동부화재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는데,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KBL 발표에 따른 후원금액은 28억 원이었지만, 동부화재가 실질적으로 지급한 금액은 18억 원이었다.

“국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10개 회원사에서 1억 원씩 분담금을 부담하기로 해 28억 원이 결정됐다”라는 게 당시 KBL의 공식 발표 내용이었다. 실질적 후원금인 18억 원은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1999시즌 현대전자가 13억 원을 낸 이후 가장 적은 규모였다.

동부화재가 ‘우승 팀이 다음 시즌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다’라는 의결 사항을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게 후원금이 대폭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이었다. 신규 투자에 미온적이었던 동부화재가 애초부터 난색을 표명했음에도 KBL은 이렇다 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시즌 개막이 임박하자 예년에 비하면 헐값에 타이틀 스폰서를 맡겼다.

2009-2010시즌, 2010-2011시즌에도 이전 시즌 우승 팀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던 KBL은 한선교 총재 시절이었던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타이틀 스폰서를 KB국민카드에 맡겼다. 출범 초기 FILA를 제외하면 10개 회원사와 관련이 없는 유일한 후원 기업이었다.

당시 KB국민카드는 국민은행으로부터 분리하면서 독자적인 브랜드 파워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선 터였다. 당시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슈퍼스타K’의 스폰서를 맡으며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 이후 스포츠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덕분에 타이틀 스폰서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KBL도 한숨을 돌렸고, 오랫동안 20억 원대에 머물던 후원 규모도 30억 원대로 회복할 수 있었다.

또다시 부딪힌 현실의 벽
KB국민카드와의 동행이 마무리된 후, 2014-2015시즌부터 3시즌 동안 KCC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던 KBL은 이사회를 통해 2017-2018시즌부터 다시 우승팀=타이틀 스폰서로 회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019-2020시즌이 조기 종료된 직후인 2020-2021시즌을 제외하면, 2017-2018시즌부터 올 시즌에 이르기까지 이전 시즌 우승팀의 모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왔던 배경이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상금은 1억 원, 타이틀 스폰서 후원금은 부가세 포함 약 30억 원이다. 우승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순 없겠지만, 우승팀이 차기 시즌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야 하는 구조가 명문화된 지도 약 10년이 흘렀다.

의사와 관계없이 30억 원을 투자해야 하니 ‘우승 벌금’, ‘우승 세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전에 삼성, KCC, SK 등 시즌 성적과 관계없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기업도 있었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마케팅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투자를 했던 건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때 KBL에서는 ‘스폰서콜’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결국 회원사 이외의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게 가장 이상적인 마케팅 방향인데 순탄치 않으니 강압적인 조항까지 생긴 게 현재의 KBL이다.

그렇다면 왜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는 게 어려운 일이 된 걸까. 쉽게 말하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기업은 대회 공식명을 포함해 10개 구단 경기장 곳곳에 대한 광고 권한을 갖고, 기타 제작품의 홍보 권리도 주어지지만 이로 인한 홍보 효과가 미미하다 보니 프로농구는 대기업들의 구미를 당기는 상품이 되지 못했다.

출범 초창기부터 농구단에서 근무해 온 A팀 관계자는 “농구대잔치 세대의 후광에 힘입어 프로농구가 출범했는데 초창기에는 페인트존 광고에 별별 브랜드가 실렸다. 심지어 구단 광고 시장도 현금이 가능한 시대였는데 농구대잔치 팬들이 빠져나가고, 미디어 정책이 지상파에서 케이블 TV로 넘어가면서 시청률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프로스포츠를 후원하는 기업 입장에서 시청률은 매우 큰 척도인데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프로농구는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실제 KBL은 타이틀 스폰서뿐만 아니라 중계권과 관련해서도 여러 차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2004-2005시즌에 지상파 3사와 34억 원 규모로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던 KBL은 2005-2006시즌에 IB스포츠와 4년 장기 계약을 맺었다.

50억 원씩 총 200억 원에 달하는 계약 규모였지만, IB스포츠는 스포츠채널을 보유한 방송사가 아닌 대행사였다. IB스포츠는 지상파에 재판매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으나 3사가 재구매를 거부했고, IB스포츠가 결국 Xports라는 자체 채널로 농구 중계를 할 수밖에 없었다.

혼동의 4년을 겪은 이후인 2009-2010시즌, KBL은 다시 방송사가 아닌 에이전트 에이클라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IB스포츠와 맺었던 금액을 웃도는 수준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인 중계권료는 양측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에이클라 역시 방송사 재판매가 수월치 않은 과정을 답습했고, 우여곡절 끝에 2016년 MBC 스포츠 플러스가 중계권을 따냈다.

MBC 스포츠 플러스가 중계한 3시즌을 통틀어 KBL 평균 시청률은 0.2% 수준이었다. 광고주 입장에서 시청률이 낮은 스포츠 프로그램은 광고 효과가 크지 않아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MBC 스포츠 플러스는 30억 원 이상의 제작비, 중계권료 약 30억 원 등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60억 원 안팎의 비용을 지출했지만 광고가 들어오지 않았던 탓에 적자만 쌓여갔다.

MBC 스포츠 플러스는 10개 팀에 각각 광고비 1억 2000만 원을 집행해달라는 부탁까지 했지만, 적자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였다. 중계를 하면 할수록 적자의 폭이 심화되는 구조였던 셈이다. MBC 스포츠 플러스는 결국 이를 버티지 못해 계약기간(5년)을 채우지 못하고 3년 만에 중계권을 포기했다.

“둘러보면 결국 다 돈인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일련의 과정에서 알 수 있듯 KBL은 대기업에도, 방송사에도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승 팀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것을 제도화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B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없다면 어떻게든 자구책을 구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모든 팀이 회비 명목으로 일부 금액을 지불하고 이외의 금액을 타이틀 스폰서에게서 구하는 것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방법은 찾으려면 찾을 수 있다. 단번에 ‘30억 원 구합니다’ 하면 (타이틀 스폰서가)나오겠나. 단계적으로 하나씩 채워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코치 챌린지 화면이 중계를 통해서도 노출이 되는데 그 시간에 대한 광고 독점권을 줄 수도 있고, 올스타게임 같은 이벤트 매치를 적자 면한 걸 다행이라 여기며 끝내서도 안 된다. 좌석이 적은 체육관에서 올스타게임을 개최하면 적자다. 돈 버는 올스타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농구장 주위를 유심히 둘러보면 결국 다 돈인데 놓치는 게 굉장히 많다”라고 견해를 전했다.

일단 ‘세일즈’를 하려면 인기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한국 농구에 라이징스타가 없는 건 아니다. 남자대표팀이 2025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에 앞서 국내에서 평가전을 치를 무렵, 필자는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먹거리를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때 복도에 있는 TV에서 마침 대표팀과 카타르의 평가전이 중계되고 있었고, 많은 여성 팬이 “너 여준석 봤어?”, “농구는 이현중이 확실히 잘하더라”라며 농구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들이 당장 KBL에서 뛰는 건 아니지만, 일단 농구에 관심을 끌 수 있는 대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건 KBL에게도, 한국 농구 입장에서도 기회라는 점은 분명하다.

B구단 관계자 역시 “일단 선수든 쇼츠든 농구라는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이슈가 계속해서 생겨야 한다. 추억의 선수들을 활용한 마케팅도 일시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결국 팬들은 새로운 스타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원한다. KBL에서 뛰는 베테랑이나 라이징스타, 해외파 선수들이 맞붙는 이벤트를 할 수도 있다. 쳇바퀴 돌듯 뻔한 일정만 소화하는 건 팬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굿즈든 값비싼 티켓이든 팬들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당장은 수익보단 투자를 통해 농구와 KBL이 잠재적인 팬이 있는 시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견해를 전했다.

1997년 출범한 KBL은 곧 30주년을 앞두고 있다. 경기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만큼, KBL이 출범 30주년을 맞아 FA부터 외국선수, 아시아쿼터 등 대대적으로 리그의 틀을 개선할 거란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경기력 못지않게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KBO리그나 B리그의 성공을 부러워하기만 할 게 아니라 KBL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명확한 로드맵을 꾸려 발전해 나가길, 더 이상 타이틀 스폰서와 관련해 볼멘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는 리그로 거듭하는 날이 오길 기다려 본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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