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에 녹물까지 버텼는데 현금청산?”…규제 날벼락에 서울 재개발 재건축 비상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5. 11. 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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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61]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강해진 재건축·재개발 규제
까다로운 조합원 지위양도
정비사업 재당첨 5년 제한
이주비·중도금 대출도 ‘뚝’
“서울 주택 공급 억제 우려”
재건축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사진출처=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번에 규제지역으로 묶인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 얘기입니다. 규제지역이 되며 자동적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대폭 강화됐습니다. 당장 내가 원할 때 마음대로 집을 팔기가 어려워졌죠.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할 때 필요한 각종 대출도 확 줄었습니다. 오늘은 규제에 발목 잡힌 정비사업 현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0년간 못 팔수도”...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재건축·재개발 절차가 어느 정도 진행된 노후 아파트나 주택은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에 속하는 순간 사고파는 게 상당히 까다로워집니다. 특정 시점부턴 내가 가진 조합원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게 원칙적으로 막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규제라고 합니다.
재건축 사업지의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시점 [사진출처=국토부]
어떤 시점부터 막히냐고요. 재건축 단지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 주택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이 규제가 적용됩니다. 쉽게 말해 재건축 단지는요. 조합이 만들어졌다는 공식 인가를 받은 뒤부턴, 내가 가진 조합원 지위를 남에게 넘길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법적으로 낡은 아파트를 거래할 순 있습니다. 아파트 자체를 사고파는 건 가능합니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원이 될 수 없는데 누가 조만간 철거될 노후 단지를 사겠다고 나설까요. 조합원이 못 되니 새 아파트 입주권을 얻을 수 없을 텐데요. 낡은 집에서 잠깐 살다가 현금 청산 대상이 되는 건 다들 싫을 겁니다. 결국 거래가 제한돼 버리겠죠. 내가 원할 때 아파트를 자유롭게 팔 수 없는 겁니다. 재건축 초기 사업장이라면, 이 규제가 싫다며 일부 주민들이 조합설립을 미루자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예외 사유가 몇 가지 있긴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10년 보유·5년 거주’ 요건입니다. 집을 파는 사람(양도인)이 △1가구 1주택자이고 △해당 아파트에 5년 이상 살았고 △10년 이상 소유하기까지 했으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 입장에서 바꿔 말하면요. 노후 단지를 10년 이상 갖고 있을 때만 파는 게 가능하단 소리입니다. 집안 식구들이 모두 다 지방으로 이사를 가는 등 극히 일부 경우를 제외하곤 말입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재건축 구역 전경 [매경DB]
재건축 사업이 오랜 기간 지연될 때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규제가 풀립니다. 다음 절차로 3년 안에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선 흔히 이를 ‘3·3·3 원칙’이라고 합니다. △조합설립인가일부터 3년 동안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을 때 △사업시행인가일부터 3년 안에 착공하지 못했을 때 △착공일로부터 3년 동안 준공되지 않았을 때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는 게 가능합니다. 재건축이 늦어져야 집을 쉽게 팔 수 있다니 아이러니하죠.
재건축 새집 받으면 재당첨 5년 제한...다주택자 직격탄
이뿐만이 아닙니다. 규제지역에 속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엔 다른 규제도 덕지덕지 붙게 됩니다. 당장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당 주택 공급 수가 딱 1가구로 제한됩니다. 내가 하나의 재건축 단지 안에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있어도요. 딱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는 현금청산 대상이 됩니다. 다주택자 입장에선 재건축을 크게 반대할 요인이 생기는 거죠.
재건축 추진이 한창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 아파트 전경 [매경DB]
다른 정비사업 단지를 가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제지역에선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통해 새집을 한 번 분양받은 사람은 이후 5년 동안 재당첨이 제한됩니다. 예를 들어 여의도 재건축 단지와 노량진 재개발 주택을 각각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 이때 두 사업지의 개발 속도가 비슷하면 크게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시기가 5년 내로 겹치면 딱 1가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현금청산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여의도 새집을 분양받은 조합원이라면 노량진 주택을 포기해야 하는 거죠. 5년간 재당첨이 막히니까요. 여러 재건축·재개발 물건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라면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는 규제입니다. 아예 일부 사업지의 속도를 늦추려고 작업할 수도 있겠죠. 앞서 언급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규제 때문에 집을 팔아버리는 것도 힘드니 말입니다.

이주비 대출 LTV 40%...잔금대출은 더 강력 규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막바지에 있는 곳들은요. 강력해진 대출 규제가 속을 썩이고 있습니다. 규제지역으로 새롭게 지정된 곳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주택담보대출비율인 LTV가 70%에서 40%로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아주 쉽게 말해 내집의 가치가 10억원이라면 기존엔 7억원(70%)까지 대출이 됐지만 이젠 4억원(40%)만 빌려준단 뜻입니다.
노후 단지가 몰린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 전경 [매경DB]
이 규제는 ‘이주비 대출’에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재건축·재개발로 인해 낡은 집이 철거될 때 조합원들은 새집이 지어질 때까지 다른 곳에 옮겨 살아야 합니다. 혹은 곧 부서질 낡은 집에 세입자가 살고 있었다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기도 합니다. 이때 조합원들이 받는 대출이 바로 이주비 대출입니다. 이 대출 규모가 이전보다 줄어 자금 사정이 빠듯한 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나 용산구에서 추진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선 이주비 대출의 LTV가 40%보다도 낮을 수 있습니다. 이주비 대출의 최대한도가 6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10월 15일 이전에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난 정비사업지는 이전처럼 대출을 해주긴 합니다. 당장 이주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으니까요.

강남 재건축 상징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경 [매경DB]
규제가 강해진 건 잔금대출도 마찬가지입니다. LTV 40% 규제는 물론 집값이 비싸질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규제까지 걸렸습니다. 고급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해 나중에 새집의 감정평가액이 15억원을 넘어서면요. 대출이 4억원 이하로 줄어듭니다. 재건축·재개발 분담금이 많이 나오는 곳일수록 줄어든 잔금대출로 인해 조합원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오늘 살펴본 여러 규제로 인해 일각에선 서울의 주택 부족 문제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빈 땅이 거의 없는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필요한데 오히려 반대 효과를 낼 수 있단 지적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이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란 정책 방침과는 상충되는 사안이긴 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부동산 이기자’는 도시와 부동산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주는 연재 기사입니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생긴 진입 장벽, 한번 ‘이겨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초보도 이해할 수 있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루겠습니다. 기자페이지와 연재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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