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1 경쟁률 뚫고 들어간 직장 그만두는 이유가 궁금했죠"
편집자주
온라인 플랫폼 등장 이후 온갖 콘텐츠가 엄청난 양과 속도로 생산·소비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의 주역은 1인 미디어와 독립 채널입니다. 이들이 자본과 기술, 인력을 갖춘 전통적 콘텐츠 생산 구조를 압도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크리에이터들의 창업 이야기와 고민, 애환을 들어보는 인터뷰를 격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늘 주목받는 콘텐츠 영역이다. 유튜브 등에 인터뷰 채널이 넘쳐나고 높은 구독자 숫자나 조회 수를 기록하는 이유다. '직업의 모든 것'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황해수(34)씨는 그중에서도 '일'에 주목해 사람들을 만난다.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에게서 그 직업의 속사정을 들어보는 영상을 올려 구독자 105만의 인기 채널로 성장시켰다. '대한민국 1등 인터뷰 채널'을 지향하는 황씨를 지난달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유튜브 채널 운영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고등학교 때부터 27세까지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야식 배달, 롯데리아, 막노동, 물탱크 청소, 삼성 반도체 공장, 롯데월드타워 건설 현장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 그 경험을 책으로 썼다. 그게 운 좋게 베스트셀러가 돼 강연도 다니고 했다."
-직업에 관한 채널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아르바이트 많이 한 백수로서 대기업 다니는 사람, 은행원, 공무원이 부럽더라.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청년 모임이나 강연장 같은 데를 많이 가고 베스트셀러 작가를 찾아다녔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물었다. 26, 27세 즈음이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 가지면 행복하게 잘 사는 줄 알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거다. 구글, 삼성, 현대, LG, SK 여러 대기업 다니다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20~30대 1 경쟁률을 뚫고 경찰, 소방관, 공무원 합격했는데 그만둔다. 그래서 왜 그만두냐고 물어봤더니 그 직업의 실상을 이야기하더라."
-어떤 이야기들을 들었나.
"소방관은 되고 보니 불이 정말 뜨거웠고 그 불이 자기를 덮쳐오더라고 했다. 소방 호스는 너무 무겁다고 한다. 그걸 소방관 되기 전에는 몰랐다는 거다. 해군 부사관 하다가 배 타는 게 힘들어서 나왔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애초 해군을 가지 말았어야지 했더니 해군 가서 배 타보고 그걸 알았다는 거다. 그 직업이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단점 하나를 견딜 수 없으면 사람들은 그만둔다. 그걸 들어가기 전에 미리 알 수 없을까. 내가 한번 알려줘 보자 해서 시작했다."
-언제 채널을 시작했고 어려움은 없었나.
"2019년부터 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시작 즈음에 세무사 직업을 다뤄보고 싶어 페이스북으로 세무사를 검색해 한 10명한테 인터뷰 요청 메시지를 보냈다. 일단 답장이 안 온다. 그중 한 분한테서 전화가 와서 그게 뭐 하는 채널이에요 이런 걸 물어보더라. 구독자 60명 유튜버라고 하고 이런저런 취지로, 이렇게 저렇게 영상 찍을 거라고 1시간 설명을 했더니 다 듣고 거절했다. 페이스북 친구 5,000명에게 세무사, 변호사, 노무사, 간호사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답이 3통 왔는데 그것도 모두 거절이었다. 시작 단계에서는 너무 힘들었다."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2017년에 쓴 제 책이 재미있다고 블로그에 글을 썼던 분들이 있었다. 그분들께 연락해 혹시 어떤 일 하시나요,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하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저는 변리사입니다, 저는 마트에서 시식 코너 맡아서 합니다, 저는 미용사입니다, 택배기사입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하더라. 그분들을 찾아가서 찍었다."
-구독자와 조회 수가 늘어난 계기는.
"유튜브 시작하고 3개월 만에 구독자가 1만 명이 되고 10, 11개월쯤 10만 명이 됐다. 빠르게 성장했고 정체된 적은 거의 없었다. 운이 좋았다. 유튜브 시작하고 한 3, 4개월쯤 스님을 인터뷰해서 스님은 연봉이 얼마예요, 스님은 얼마 벌까요 이런 영상을 올렸다. 그러고 나서 당시 개봉된 '엑시트'라는 영화를 보러 갔는데 첫 장면에서 주인공이 스님 연봉 얼마인가를 검색하더라. 거참 신기하다 생각하면서 영화 끝난 뒤 채널에 들어가 보니 40만 명이 본 거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화제가 뭔지 계속 찾아본다. 그 얘기를 속시원하게 해 줄 사람을 찾는다."
-인터뷰 대상자는 어떻게 찾고 어떻게 인터뷰로 연결시키나.
"지금은 인터뷰 요청을 해 오는 분들도 많다. 하루에 수십 통 메일이 온다. 그분들 중에 연락을 해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인터뷰는 직접 영업사원이 돼 발로 뛴다. 가서 인사하고 명함 보여드리고 직접 부닥쳐 인터뷰를 따낸다."
-인터뷰 해달라는 메일은 어떻게 소화하나.
"메일은 모두 확인하고 만나거나 통화로 검증을 해서 회의를 거쳐 그중 10~20% 정도가 촬영으로 이어진다. 인터뷰 요청하시는 분들은 본인 주장을 막 하는데 이 사람 말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검증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쓴다."
-채널에 올라 있는 동영상들이 직업 소개만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제가 찍고 싶어 하는 것과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게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직업 소개가 40% 정도라면 조금 재미있고 에피소드 위주인 것도 한 40% 있고, 정보 제공도 한 20% 된다. 크리에이터로서 더 많은 사람이 보고 싶어 하고 더 공감할 영상을 만드는 데 가치를 둔다."
-수익은 어떻게 나오나.
"지금까지 책을 3권 썼는데 거기서 나오는 인세가 있다. 강연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대학, 지자체 등에 나간다. 그리고 유튜브 수익이 있다."
-사무실 운영 현황은.
"정규직 4명과 프리랜서 4명이 같이 일한다. 정규직원은 PD 2명, 섭외작가 2명이다. 프리랜서는 기획, 강의안 작성, 섭외 등의 일을 맡는다."
-유튜브 채널 운영 이외의 활동은.
"구독자들과 재능기부 형태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부모님이 돌아가신 청각장애인의 집을 고쳐드렸다. 유튜브 하고 싶어 하는 분들 무료 컨설팅도 해 준다. 그렇게 해서 채널 키운 분들이 구독자 30만 하나, 20만 하나, 5만 하나, 1만 채널 하나 있다."
-강연은 주로 어떤 내용으로 의뢰가 들어오고 어떤 메시지를 전하나.
"크게 두 가지인데 유튜브 채널 키우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과 청년들이 동기 부여가 될 이야기를 해달라는 거다. 메시지는 한 가지로 귀결되는 것 같다. 제가 했다면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라는 거다. 유튜브 채널 하면서 정치인, 기업인, 회장님,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 많은 사람을 만나봤는데 잘나가던 사람이 한순간에 추락하는 경우도 봤고 평범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떼부자 되는 것도 봤다. 지금 잘나간다고 교만할 필요도 없고, 못 났다고 주눅 들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새롭게 계획하는 일이 있다면.
"테드나 세바시처럼 제 채널 출연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강연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싶다. 인터뷰 요청이 해외에서도 많은데 일본의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는 기회도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인터뷰 협회를 만들고 싶다. 유튜버 중에서 인터뷰를 전문으로 하는 채널 운영자들이 모이는 협회다. 그런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고 좀 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유튜브 채널 운영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어떤 직업이든 사람들은 빛나는 면만 보기 마련이다. 유튜버의 경우 남들이 알아봐주네, 사인해 달라고 하네, 돈 많이 버네 같은 거다. 얼마 전에도 기사 보니까 유튜버 상위 몇 프로가 몇 억을 번다, 누가 강남에 건물 샀다더라 이런 것만 알려진다. 유튜버가 300만 명인데 2023년 기준 구독자 10만 이상 채널이 4,900개인가 그렇다. 299만 명이 돈을 못 벌고 있다는 얘기다. 유튜버의 단점도 좀 알았으면 좋겠다. 영상 10분 내보내려면 2시간, 3시간, 4시간 하기 싫은 편집을 묵묵히 견디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김범수 선임기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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