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안 와서 이사했다" "최소 수면시간 확보해줘야"

유성운.신수민 2025. 11. 8. 01: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벽배송’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

고(Go)? 스톱(Stop)? ‘새벽배송’ 논쟁이 수일째 사회를 달구고 있다.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택배노조가 “오전 0~5시 택배 배송을 제한하자”고 제안하면서다. 진보단체·노조 측은 과로사 등을 거론하며 중단을 주장하는 반면, 택배기사·소비자 쪽은 “과도한 간섭”이라며 맞서고 있다. 한 물류산업 학회에선 새벽배송과 주7일 배송 서비스가 금지되면 54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새벽배송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을 소개한다.


손솔 (진보당 국회의원)

Q : 새벽배송 금지돼야 하나.
A :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지,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면서까지 유지돼야 하는 서비스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필수노동·필수서비스라면 안전하게 근로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게 아니면 줄여가야 한다. 2019년엔가 이틀에 한 번꼴로 새벽배송 기사의 과로사 소식이 들렸던 적이 있다. 당장 서비스의 존치 여부를 논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근로자가 죽지 않게 해달라는 호소에 답해야 한다.”

Q :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막는 건 아닐까.
A : “어쩔 수 없는 선택인데 죽음에 가까이 있는 것이라면 사회가 막아줘야 한다. ‘아동 노동금지’나 ‘8시간 근로제한’이 만들어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새벽배송을 ‘필사의 선택’이라 할 순 있어도 이걸 ‘자유’라 말하는 건 안 된다.”

택배사별 3일 이상 연속휴무 경험한 비율

Q : 왜 새벽배송만 문제 삼느냐고 한다.
A : “필수야간, 새벽노동은 3교대로 많이 굴러간다. 그런데 새벽배송은 고정야간근로가 수개월 반복된다. ‘근육이 녹아내렸다’는 과로사 부검결과를 들은 적도 있는데, 그 정도로 밤새 물건을 들고 뛰어야 한다. 고강도이기 때문에 심각하고 긴급하게 다뤄져야 한다.”

Q : 특히 문제 되는 건 뭔가.
A : “시간대별 배송이다. 오전 7시까지 못 마치면 페널티로 배송 나갈 구역이 줄어들고 수입 감소로 직결된다. ‘클렌징’이라 한다. 배송 전 물류 분류작업까지 추가로 공짜노동도 해야 한다. 이걸 알고도 새벽배송을 요구할 수 있을까.”

Q : 어떻게 줄여갈 수 있나.
A : “사용자는 소비자·배송기사가 원치 않는다며 숨어 있다. 서비스를 유지해야겠다면 분류인력 증원, 주야교대 근무 도입 등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배주환 (새벽배송 기사)

Q : 이 일을 하기 전 어떤 일 했나.
A : “일반 중소기업 제조업을 다녔다.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회사가 어려워져서 희망퇴직을 당했다. ‘뭘 하지’ 막막했다. 마침 그때 새벽배송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였다. 새벽배송 6년 차다.”

Q : 왜 새벽배송을 택했나.
A : “가장 큰 이유는 보수다. 수입 자체가 일반 주간보다 훨씬 높다. 수입은 한 달 평균 700만~800만원 정도인데, 많게는 1000만원까지도 번다고 한다. 낮에 볼일도 볼 수 있어, 시간 활용도도 높다.”

Q : 일과는 어떻게 되나.
A : “오후 8시에 일어나 9시까지 캠프로 들어간다. 간선차가 오면 30분 정도 물건을 나눠 배송트럭에 싣고 배송을 간다. 오전 6시30분까지 그렇게 총 3회전을 돌면 마무리된다.”

Q : 건강 걱정은 안 되나.
A : “밤낮이 바뀔 뿐 생체리듬은 일정하다. 오히려 3교대가 더 노동강도가 세다. 수면 패턴이 일정치 않으니 더 건강에 해로울 거 같다. 정말 건강을 걱정했다면 (새벽배송 금지 대신) 배송환경을 더 안전하게 할 방법을 고민했어야 했다.”

Q : 죽음을 감수하고 일한다더라.
A : “주간도 과로사가 있다. 노동강도가 더 높다. 소화 물량이 훨씬 많고 차도 막히고 사람들도 많이 마주쳐 스트레스가 꽤 있다. 새벽은 그 반대니까 훨씬 편하고 업무 효율성이 높다. 주간에 돈을 더 준다 해도 안 갈 거 같다.”

Q : 오전 0~5시 새벽배송 금지, 가능할까.
A : “그냥 쉬라는 거다. 0~5시까지 쌓인 물량을 한 번에 가져와서 오전 5~7시까지 2시간 내 배송하라는 거다. 이게 더 부담된다. 급하게 하다 사고 날 확률이 더 높지 않나.”


이설아 (직장맘)

Q : 새벽배송 금지해야 한다는데.
A : “새벽배송을 받지 못하면 육아 때문에 내가 직장을 옮기든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새벽배송 서비스 때문에 이사를 했다. LH에 공모해 두 곳(경기 용인시 마평동·김량장동) 중 선택할 수 있었다. 가족들이 마평동에 살았지만 새벽배송이 안 되는 곳이라, 어쩔 수 없이 김량장동으로 갔다. 집이 조금 더 작았는데도 그랬다.”

Q : 그 정도인가.
A : “아이를 어린이집에 오전 8시까지 맡기는데, 오전 5~6시쯤 일어나 하루를 준비한다. 분유나 이유식을 만드는 재료는 그 이전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또, 저녁에 애가 토하거나 발진이 나면, 그에 맞는 분유나 연고도 급히 구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건 동네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하기 어렵다.”

Q : 다른 시간대 배달되면 안 되나.
A : “예컨대 오후 2~3시쯤 도착한다면, 냉장고에 보관하지 못한 채 바깥에서 방치될 테고, 상할 수도 있다. 그러니 택배부터 챙기려고 일찍 귀가해야 할 거다. 그게 싫으면 퇴근 후 마트를 가서 장을 봐야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야근이나 회식도 있지 않나. 현실적으로 전업주부만 버틸 수 있는 극단적인 구조가 되는 거다.”

Q : 새벽배송 논란을 어떻게 보나.
A : “답답하다. 지금 논의는 현실과 괴리되거나 소비자를 ‘악마화’하는 구조다. 새벽배송 금지 쪽은 ‘예전에도 새벽배송 없이 살았다’ ‘직장을 옮기면 된다’라고도 하더라. 지금 직장맘들은 출근 전 물건을 받는다는 전제로 가능한 것들이 많다. 새벽배송이 없어지면, 여성의 사회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Q : 왜 새벽배송만 문제 삼냐 한다.
A : “‘새벽배송’이란 단위에서 과로사 등 산업재해가 많은 건 심각한 문제다. 실제 46%가 30분도 못 쉰다는 극단적 노동강도에, 3명 중 1명은 우울증 증상이 있고 자살 고려도 10%나 했다는 통계가 있다. 문제 제기가 시급했던 이유다.”

Q : 수요가 많은데 합의가 될까.
A : “일반인 상대 조사에서 택배노동자의 과로를 고려할 때 새벽배송이 ‘불필요하다’고 65.8%가 답했다(이하 우리리서치). 노동자 생명권을 소비자 권리보다 우선으로 본 거다. 또 새벽배송 이용 경험자의 63.2%가 서비스 중단 시 ‘불편하지 않다’ 했다. 사실상 공급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수요다.”

Q : 배송기사들의 직업선택 자유는.
A : “기사 월 평균소득은 272만원으로, 시간당 계산해보면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다. 고강도 노동에 이 정도 임금이면 ‘실질적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차량비, 보험료, 비품 등 자비 부담도 높았고 산재보험 가입률이 48%로 평균(80%)보다 낮다. 새벽배송 근로자는 시간 제약, 물량 할당량 등 시스템이 정한 방식에 철저히 종속돼 있지만, 사용자는 책임이 없다. 사회의 연대책임이 필요한 이유다.”

Q : 어떻게 감축해갈 수 있을까.
A : “노동자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택배업도 지속가능한 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 수면시간을 확보하게 하거나 배송료 차등화를 통해 유도된 수요의 거품을 줄일 수도 있다. 실제 일본 야마토운수에선 심야일수록 높은 배송 수수료를 붙였더니 새벽배송 수요가 줄었다. 독일은 배송 대신 픽업스테이션 설치를 늘리고 야간노동 8시간 상한제를 뒀다.”


송영훈 (변호사)

Q :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생각은.
A : “당사자성이 중요하다. 당사자인 배달기사와 소비자는 금지에 반대한다. 반면 찬성하는 택배노조는 대표성이 의문시된다.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택배기사 중 8000명 정도만 택배노조 온라인 밴드에 가입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Q : 새벽에 일하는 업종이 많은데 새벽배송만 문제 삼는다는 지적도 있다.
A : “새벽배송 영역은 쿠팡이 가장 크다. 그런데 쿠팡 기사들이 만든 노조가 2023년 조합원 95% 찬성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또, 새벽 ‘배송’만 금지하면 물류의 앞 단계들(집하, 분류, 간선 등)의 야간노동은 더 심해질 텐데, 이들은 왜 외면하나.”

Q : ‘사회적 개입’과 ‘일자리 선택 자유’ 논쟁이 팽팽한데.
A : “노회찬 전 의원이 2012년 정의당 창당대회에서 한 ‘6411 연설’이 있다. ‘새벽 4시 6411번 버스를 타는 많은 청소노동자들이 새벽 5시 이전에 일을 시작할 것이다. 그 버스가 새벽 4시부터 다니는 건 4시 이전에 운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노동이 있기에 가능하다.’ 13년 전 ‘진보’는 그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자고 했지, 새벽에 일을 못하게 하지 않았다.”

Q : 건강권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A : “과도한 야간노동의 유해성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새벽배송을 금지하면 기사들은 대리운전 같은 다른 야간노동을 택하겠다는 통계도 있다. 택배기사 12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야간배송이 금지될 경우 ‘다른 야간 일자리 찾겠다’는 응답이 56.8%였다. (7월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의) ‘금지’는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 해결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

유성운·신수민 기자 pirat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