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SNS로 무장한 2030…위계적 직장문화·꼰대상사 비꼬며 밈 놀이

원동욱 2025. 11. 8.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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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티 둘러싼 세대 논쟁
“영포티 조롱이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의 발달로 크게 달라진 업무 방식을 기존의 조직 문화가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문화평론가·사진)는 최근 AI와 SNS의 대중적 확산으로 MZ세대가 문화의 전면에 서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40대가 ‘기득권의 얼굴과 젊은 감성’을 동시에 지닌 세대로 비판의 표적이 됐다고 진단했다. AI로 개인 역량이 과거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기존의 위계적 업무 관행에 대한 청년 세대의 불만이 커졌고, 그 균열이 ‘영포티’ ‘젊은 꼰대’ 류의 밈 확산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Q : 한국에서 2030세대가 문화를 이끄는 경향이 유독 강한 이유는.
A : “외국은 중장년층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를 주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 비해 한국은 SNS의 비교·경쟁 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남과 다른 소비’를 보여주려는 욕망이 뚜렷하고,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일상적으로 표출된다. 한때 유행했던 오마카세, 명품 뽐내기, 카푸어 등의 키워드도 같은 맥락이다. 그 결과 온라인 매체를 보다 수월하게 이용하는 2030세대가 트렌드를 선도하고 중장년층은 그 흐름을 따라가는 구조가 굳어졌다.”

Q : 영포티에 대한 조롱이 점점 확산된다.
A : “처음에는 20대 여성에게 찝쩍대는 40대를 풍자했던 밈이었지만 이렇게까지 확산된 데는 회사 조직 내부의 권위적인 구조에 대한 반감도 한 축을 담당했다고 본다. 최근 SNL의 ‘직장인들’ 코너가 2030세대의 큰 공감을 얻는 것도 같은 이유다. 2030이 막상 입사하면 직속 상사 대부분이 40대인데, 겉은 개방적이지만 실제 의사 결정은 위계적으로 이뤄지는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AI 시대에 자신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사의 능력에 대한 의심도 커진다. 이런 불일치가 불편함으로 이어지고 밈과 풍자라는 디지털 언어로 끊임없이 재가공돼 확산되는 것이다.”

Q : AI가 세대 갈등에 미친 영향은.
A : “AI와 디지털 도구가 개개인의 작업 반경을 폭발적으로 키웠다. 특히 단순 서류 작업이나 자료 취합 업무가 그렇다. 과거엔 전형적인 팀플레이 구조 속에서 하향식으로 배분됐지만 이제 그런 업무는 AI가 너끈히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세대는 ‘왜 이런 일도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나’ ‘업무 방식이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고, 반대로 기존의 업무 관행에 익숙한 40대는 20대의 이런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괴리가 영포티 논란의 구조적 배경이다. 결국 영포티는 AI 기술 발달로 해체 위기에 처한 권위적·위계적 구조 속에서 길을 잃은 세대가 된 셈이다.”

Q : 영포티는 주로 남성으로 표상되고 있다.
A : “구조적인 이유다. 한국에선 여성이 40대까지 조직에 남아 리더가 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성공한 40대 여성이 사회적으로 드러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부장님’ 하면 자연스레 남성이 떠오르는 거다. 이는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존재했던 성별 격차가 만든 문화적 결과다.”

Q :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A : “세대 갈등은 언제나 있었지만 한국은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그 충돌이 더욱 도드라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더더욱 급격한 변화보다는 단계적 전환, 즉 연착륙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이런 현상을 이해하고 해소하는 책임은 기본적으로 어른, 즉 영포티 세대에 있다고 본다. AI로 바뀐 생산 방식을 받아들이고 연공서열이 아닌 역량 중심으로 조직 문화를 재설정하며 젊은 세대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할 때다.”

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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