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기업, 베트남 넘어 중남미·북미로 거점 확장

배현정 2025. 11. 8.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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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한세실업 C&T 3공장 기모기. [사진 한세실업]
지난달 30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북쪽으로 88㎞ 떨어진 동나이성 민흥공업단지. 이곳에 있는 한세실업 자회사 C&T(COLOR&TOUCH) Vina 제3공장에서는 1000㎏ 규모 염색기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열기와 수증기가 퍼졌지만 매연 냄새는 없었다. 석탄 대신 왕겨·캐슈너트 껍질·톱밥을 압축한 바이오매스 연료를 쓰기 때문이다. 공장 보일러실에는 왕겨 펠릿이 곡물창고처럼 쌓여 있었다. C&T는 베트남 섬유 공장 가운데 처음으로 보일러 연료를 100% 바이오매스로 전환했다.

이 공장은 한세실업의 친환경 전략이 집약된 거점이다. 지난해 말 도입한 최신 염색기는 물 사용량을 40% 이상 줄이고 기존 염색기 대비 염색 속도도 1.8배 빨라 경쟁력이 높다. 폐수도 그대로 버려지지 않는다. 하루 4500t 넘게 발생하는 폐수를 역삼투압(RO) 방식으로 정화해 1500t씩 다시 공정에 투입한다. C&T는 2027년까지 탄소 60%, 용수 50%, 전력 15%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 덕분에 C&T Vina는 베트남 진출 한국 섬유 공장 가운데 처음으로 친환경 건축물 인증(LEED)을 받았다. 박준영 C&T 공무실장은 “폐수를 처리한 물은 수돗물 수준으로 깨끗하다”며 “해외 바이어는 이제 탈탄소와 친환경 생산을 필수 요건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류용 로봇. [사진 한세실업]
C&T는 한세실업의 수직계열화(원사 생산부터 봉제까지 공정을 한 지역에 묶는 방식) 전략의 중심축이다. 한세실업은 2013년 현지 원단 공장을 인수한 뒤 호찌민 인근에 원사→편직→염색·가공→봉제가 한 번에 돌아가는 구조를 구축했다. 생산지와 공정이 짧게 묶이면서 원자재 수급이나 물류 변수가 생겨도 납기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한세실업은 갭·H&M·무인양품·타깃 등 대형 바이어를 고객사로 둔 글로벌 의류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으로 신뢰를 받아왔다.

한세실업은 베트남에서 구축한 ‘친환경·수직계열화’ 생산 모델을 중미 지역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내년 3분기 가동을 목표로 과테말라 미차토야산업단지에 약 3억 달러(약 4290억원)를 투자해 50만㎡ 규모의 공단을 조성 중이다. 과테말라 산단에는 베트남 C&T 공장에서 검증된 ‘방적→원단 가공·염색→봉제’ 전 과정의 수직계열화 모델이 그대로 이식된다. 하루 5만㎏ 규모 원단을 처리할 수 있는 ‘C&T 과테말라’에는 친환경 염색기, 바이오매스 보일러, RO (정수) 시스템 등 베트남 3공장의 친환경 설비가 그대로 적용된다. 최종 검사 단계에는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인공지능(AI) 카메라 기반 품질 관리(QC) 시스템도 새롭게 도입한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섬유업체 ‘텍솔리니’도 중미 수직계열화 전략의 핵심이다. 텍솔리니의 합성섬유 기술을 과테말라 공장에 접목해 액티브웨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세실업은 이를 통해 과테말라를 베트남에 이은 ‘제2의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과테말라 프로젝트는 동반구와 서반구, 양국 대륙에 걸친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특정 국가 위험을 효과적으로 분산하고 고객들의 생산 인프라 선택지를 다양화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테말라를 제2의 거점으로 택한 이유는 생산 물량의 상당 부분이 미국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과테말라는 북미 시장과 가깝고 관세 부담도 적어 니어쇼어링(최종 소비시장 인근 생산) 전략에 유리하다. 베트남·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생산지는 대미 관세율이 20%대, 중국은 약 45%에 달하지만 과테말라는 1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미·중 관세전쟁 속에서 K패션업계는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둔 ODM·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들은 관세 강화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기준 전체 생산 물량의 40%를 베트남에서 만들었고, 이 가운데 85% 이상을 미국에 수출해왔다. 세아상역, 화승엔터프라이즈 등 주요 기업도 아시아 비중이 높아 관세 영향권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K패션 기업은 생산 거점을 이동하거나, 한 지역에 공정을 묶는 수직계열화·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아상역은 최근 엘살바도르 공장과 미국 법인을 인수해 북중미 생산 능력을 강화했고,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인도 남부에 친환경 소재 신발 공장을 지어 생산망을 다변화 중이다.

실제 미국 인근 생산기지가 가동되면 납기(리드타임)·재고 대응·품질 관리 측면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 주문부터 납품까지 보통 6개월이 걸리지만, 과테말라는 약 4개월로 두 달 이상 단축된다. 한세실업은 과테말라 공장이 가동되면 빠른 매출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생산기지 매출과 합산한 내년 C&T 기대 매출액은 올해보다 30% 늘어난 2760억원 수준이다.

호찌민(베트남)=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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