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窓] 대장동 사건 ‘수뇌부’는 누구?

양은경 기자 2025. 11. 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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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3인방. 왼쪽부터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뉴시스 ·뉴스1

김만배씨 등 대장동 업자들에 대한 1심 판결문은 그들의 배임 행위를 인정하면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통령의 책임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유동규씨의 금품 수수를 잘 몰랐으며 ‘428억원 분배 약정’ 또한 직접 이 대통령과 연관 짓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정치 검찰의 조작 기소가 드러났다” “이 대통령과 무관함을 법원이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며 공소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검찰의 기소를 거둬들여 사건 자체를 없애라는 것으로 ‘재판 중지법’보다 훨씬 강력한 요구다.

719쪽 판결문에 ‘조작 기소’ 판단이 담겨 있을까. 재판부는 10년이 넘는 성남시와 대장동 민간 개발 업자들의 유착 역사를 짚었다. 업자들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재선을 도왔고, 새누리당 소속 의원을 시의회 의장으로 만들면서 공사(公社) 설립 조례까지 통과시켰다.

업자들은 환지(換地) 방식의 민간 개발을 선호했지만 결정권은 성남시에 있었다. 성남시가 시장 공약인 ‘1공단 공원화’를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수용 방식을 택하자 업자들은 ‘확실한 보장’이 필요해졌다. 공모 절차에서 반드시 사업자에 선정돼야 했다. 2014년 6월 단란주점에서 유동규씨 등과 ‘의형제 모임’을 가졌다.

이후 공모 절차에서는 건설사를 배제하는 등 ‘맞춤형’ 공모 지침이 만들어졌다. 재판부는 “경쟁이 필연적인 수용 방식에서 사실상 사업자로 내정되는 특혜를 받았다”고 명시했다. 그 대가로 유동규씨 측이 428억원을 약속받았다.

대장동 사업의 예상 개발 이익은 4000억~5000억원이다. 업자들의 대화 녹취록에도 “4000억짜리 도둑질”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하지만 출자 지분율 50.1%의 공사가 배분받은 이익은 고정 이익 1830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출자 지분율 7%에 불과한 업자들이 모두 가져갔다. 재판부는 “주민 토지가 헐값에 수용돼 업자들이 비용을 절약했다”며 “민간 업자들이 부동산 상승에 따른 이익을 왜 다 가져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판결의 백미는 재판부가 유씨 양형 이유에서 언급한 ‘수뇌부’라는 단어에 있다. “성남시 수뇌부와 민간업자들 사이에서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고 조율하는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담당했다”고 했다. 유씨 책임이 무겁지만 수뇌부만큼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재판부는 대장동 사건을 ‘장기간에 걸쳐 금품 수수 등을 매개로 형성한 유착 관계에 따라 서로 결탁하여 벌인 일련의 부패 범죄’라고 했다. 민간업자의 폭리를 방치한 행위가 곧 배임이고, 연관된 사람들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번 사건 피고인이 아닌 이 대통령에 대해선 연관성 판단을 유보했을 뿐이다.

집권 여당이라면 국민에게 박탈감을 주는 부동산 개발 비리를 점검하고 막는 게 우선이다. 판결문 어디에도 없는 ‘조작 기소’를 주장하며 공소 취소를 요구하면, ‘수뇌부’가 누구인지 따져볼 빌미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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