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가주레이싱 ‘DNA’ 이식… 도요타 테크니컬 센터를 가다

지난달 31일 취재진이 시모야마 단지에 들어섰을 때 첫인상은 이질적이었다. 산중턱에 자리 잡은 건물들은 높이를 억제하고, 대신 양옆으로 길게 뻗어 주변 산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여기에 시야가 닿는 곳마다 잔디밭과 석회암 지대가 깔끔히 정비돼 있어 연구시설이라기보다는 일본식 고급 정원이 연상됐다.
그러나 고요한 외관 뒤에서는 3000명 가까운 엔지니어와 테스트 드라이버들이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의 당부대로 차를 만들고, 부수고, 다시 조립하는 치열한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테크니컬 센터 건립은 도요타의 오랜 숙원이었다. 1990년대 초 도요타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실제 도로와 같은 조건에서 차량을 시험해야 제대로 된 주행 성능을 갖춘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부지 선정과 환경 보전, 지역 협의 등 복잡한 과정을 해결하는 데만 무려 30년이 걸렸다.

이날 취재진은 시모야마 동쪽 구역의 핵심, 고속 주행 코스로 향했다. 이곳은 최대 고저차가 75m에 달하고, 구불구불한 도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취재진은 도요타 테스트 드라이버가 직접 주행하는 ‘GR 코롤라’에 동승했다. 도요타 테스트 드라이버는 도요타 내부는 물론, 일본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수준급 실력자다.
마치 레일 위를 달리는 듯한 안정감은 ‘GR’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코너 진입 구간은 일부러 울퉁불퉁하게 설계돼 있었다. 서스펜션 반응을 시험하기 위한 구간이다. GR 코롤라는 요철을 부드럽게 흡수하며 흔들림을 최소화했다.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소프트하지만 단단한’ 주행 감각이 돋보였다.
이어진 점프 구간. 순간적으로 차가 공중에 떴다가, 곧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연속 코너를 유려하게 통과하는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듯했고, 고속에서도 차체 밸런스는 흔들림 없이 유지됐다.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의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엔진음은 거칠지만, 승차감은 의외로 부드러웠다. ‘펀 드라이빙’과 정교한 주행성의 절묘한 균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테스트 드라이버가 속한 처완기능양성부는 마치 기동대처럼 움직인다. 문제가 생기면 현장으로 즉시 출동해 차량을 타보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보고 체계도 단순하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과 직접 소통하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팀이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마스터 드라이버’로서 지금도 개발 현장에 직접 참여한다. 시모야마 센터에는 2년 전 그가 테스트 주행 중 겪은 인상적인 사건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시모야마의 진가는 기술력만이 아니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설계 또한 눈길을 끈다. 전체 부지의 약 60%가 녹지로 남아 있다. 도요타는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3200여 종의 동식물 서식지를 관리 중이다.
이 지역에서 보존되고 있는 ‘사토야마’ 생태계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전통적 일본 농촌의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다. 도요타는 지역 주민들과 협력해 숲과 논을 관리하며 환경 보호 활동을 지역사회와 함께 이어가고 있다.
시모야마 내 환경 학습센터에서는 이러한 생태계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철학은 이곳의 땅과 공기 속에 녹아 있었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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