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눈] "교사보다 AI" 상담하는 학생들…교육 현장 대책은?
[EBS 뉴스]
교사의 시각에서 한국 사회와 교육 현장을 바라보는 '교사의 눈'입니다.
최근 한 조사에서 학생들이 고민이 있을 때 상담실이나 교사보다 생성형 AI를 더 자주 찾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학교가 정서적 안전망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교사와 상담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먼저 영상으로 보시죠.
[VCR]
"고민 있을 때 생성형 AI 이용"
학생 15.5% 응답
"교사에게 의지" 14.9%보다 많아
'학업·진로·고민'도 AI에 묻는 학생들
정작 세계는 '미성년자 AI 사용' 통제 강화
AI 찾는 학생들의 발길
상담실로 돌리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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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AI에게 고민을 상담하는 학생들, 이대로 괜찮을지 정유선 상담교사와 좀 더 깊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선생님 우선 시청자들에게 간단한 소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유선 상담교사 / 서울 이문초등학교
안녕하십니까.
서울지역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13년 차 전문상담교사 정유선입니다.
서현아 앵커
학생들이 고민이 있을 때 상담실이나 교사보다 생성형 AI를 찾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결과 어떻게 보셨습니까?
정유선 상담교사 / 서울 이문초등학교
요즘 학생들이 상담실이나 교사보다 생성형 AI를 찾는다는 조사 결과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길거리나 대중교통 어디서나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디지털 기기가 완전히 일상화 되었습니다.
특히나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접근성과 즉각성이 높은 AI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입니다.
또, AI는 24시간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와 같은 평가나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심리적 문턱이 훨씬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 결과가 학생들이 가족이나 친구, 교사 등 가까운 관계에서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정서적 고립의 신호로도 읽혀지긴 합니다.
인간적인 위로가 필요하지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 AI를 찾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학생들은 고민이 생겼을 때 '이 사람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을만한 사람인가'를 미리 살펴보고 나서 상담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상담의 출발점은 '신뢰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AI가 공감의 언어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로서의 진정한 공감이나 윤리적 판단, 책임 있는 행동은 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치유는 결국 관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렇기에 믿을 만한 사람,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점점 사라지고, 대신 AI가 그 자리를 채우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서현아 앵커
네, AI가 대세인 상황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게 학생들의 어떤 정서적인 고립을 나타내는 지표일 수도 있다라고 지적해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AI를 상담에 이용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정유선 상담교사 / 서울 이문초등학교
네, 저도 AI 상담 기능을 사용해본 적이 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거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고, 때로는 위로를 받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일반적인 상황에 대한 반응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고민의 맥락과 감정의 결이 다르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합니다.
특히 인간의 실존적 고민, 정체성, 존엄성, 인간성의 회복과 같은 주제는 단순한 대화 알고리즘만으로 다루기 어렵습니다.
함께 성장하거나 변화의 과정을 공유하기도 어렵습니다.
상담은 문자나 언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침묵, 호흡, 표정, 몸의 긴장감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 역시 상담에서 중요한 언어입니다.
AI 상담은 이러한 인간의 미묘한 신호를 감지하거나 반응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AI를 일시적으로 감정을 정리하거나 위로를 받는 임시 피난처로 활용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이해와 치유는 결국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납니다.
가족이나 친구, 교사 등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경험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연결감을 회복시켜 준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한편으로는 우리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여러가지 좀 힘든 점이 있을 때, 선생님이나 상담실로 찾아오기까지 벽이 또 높다라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 벽을 좀 낮추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하겠습니까?
정유선 상담교사 / 서울 이문초등학교
현재 학교 현장에서 전문상담교사들은 심각한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학생 수가 1,000명, 2,000명이 넘는 학교에도 전문상담교사는 단 1명입니다.
대규모학교에서는 하루에도 학교폭력, 자살, 자해와 같은 위기 사안이 여러 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한 명의 전문상담교사가 전교생의 상담을 맡으며 위기 대응은 물론, 각종 행정업무와 심리교육까지 병행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학생이나 장기적 상담이 필요한 학생을 여유 있게 맞이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상담은 문제가 심각한 학생 중심으로, 단기 개입 위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 등 일부 나라의 경우 전교생 250명당 1명의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는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 수준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책적으로는 '1학교 1전문상담교사'배치가 시급하고, 학교 규모와 위기학생 비율 등을 고려하여 전문상담교사를 추가 배치해야합니다.
정부가 저출생을 이유로 교사 선발을 줄이고 있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충분한 전문상담교사 배치가 필수적입니다.
아이들이 온전히 성장하려면, 그들의 마음을 지탱해 줄 어른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전문상담교사의 책무성과 헌신, 희생으로 버티는 구조를 넘어, 시스템이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을 해야 할 때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지탱하는 일은 개인의 열정과 희생만으로 지속될 수 없습니다.
전문상담교사 한 명이 수백 명의 학생을 감당하는 구조 속에서는, 아무리 헌신적인 교사라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진정한 안전망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상담교사로 현장에서 오래 일을 하셨는데, 요즘 학생들이 예전과 달리 새롭게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 있을까 궁금한데요?
정유선 상담교사 / 서울 이문초등학교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매우 깁니다.
하루에 9시간 이상 유튜브를 시청하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자극적인 쇼츠나 짧은 영상에 계속 노출되다 보니, 집중력은 짧아지고 감정의 진폭은 커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제는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는커녕, 10분짜리 영상조차 끝까지 보기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끊임없이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다 보니, 일상이나 학습처럼 자극이 적은 활동에는 쉽게 흥미를 잃습니다.
또한 SNS를 통해 비교와 경쟁의 문화에 노출되고, 루머나 혐오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자존감이 흔들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세상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거나, 때로는 극단적인 정치 성향이나 냉소적인 태도로 이어지는 모습도 보입니다.
요즘 학생들의 고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세대 전체가 겪고 있는 공통된 정서적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는 디지털 자극과 비교 문화는 학생들의 마음을 지치게 만들고, 관계를 피상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결국 교육의 목표는 학생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기르는 데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일수록, 인간의 실존과 존엄, 그리고 인간성의 회복을 중심에 둔 교육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온기 속에서 인간다움을 배우고 마음을 회복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AI가 고민을 들어주는 시대지만, 마음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건 결국 사람일 겁니다.
학생들이 다시 교사와 상담실로 향할 수 있도록, 학교 현장이 든든한 정서적 울타리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선생님 시간 관계상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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