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띄운 이재용…AI·로봇 등 미래사업 '새판짜기' 돌입
정현호 "후배에 길 터주고 싶다"
이재용 회장, 장고 끝에 받아들여
사법리스크 털고 반도체 '본궤도'
삼성 대대적 체질개선 나설 듯
삼성전자가 전격적으로 사업지원실을 신설한 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끌 ‘뉴 삼성’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장(부회장)은 이 회장이 그릴 새로운 삼성을 위해 후배 경영진에게 길을 터주기로 결심하고, 먼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과 디바이스경험(DX) 등 양대 부문 경영지원실장을 지내며 사업 전반과 첨단 기술을 꿰고 있는 박학규 신임 사업지원실장(사장)을 앞세워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사업 육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반도체 회복에 자진사퇴 결단
7일 삼성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경영 2선 후퇴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사업지원TF장 취임 8년을 맞아 정 부회장이 후배 경영자들에게 길을 터주고 싶다는 뜻을 이 회장에게 전했고, 이 회장이 장고 끝에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삼성의 골칫거리였던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는 것도 정 부회장이 홀가분하게 퇴진을 결심한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 경쟁력을 회복했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선 테슬라 등 대형 고객사 유치에 성공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에 대해 “본격적으로 AI 흐름에 올라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인사 직후 바로 사무실을 비웠다”며 “정 부회장이 오래 고민했고, 욕심이 없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략, 인사, 진단 3개 팀으로 구축
이날 삼성전자는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개편하는 내용의 조직개편도 발표했다. 신임 사업지원실장은 박학규 사장이 맡았다. 사업지원실은 전략팀, 경영진단팀, 피플팀 등 3개 팀으로 구축됐다. 주력 사업 경쟁력 회복을 모색하고 신사업 밑그림을 그리는 전략팀장에는 최윤호 사장이 임명됐다. 최 사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을 지냈고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과 삼성SDI 사장(CEO)을 맡으며 전략뿐만 아니라 현장 경영까지 두루 섭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이 삼성전자에 편입되면서 탄생한 경영진단팀은 주창훈 사업지원TF 부사장이 이끈다.
주 부사장은 사업지원TF에 오래 근무한 인사 전문가다. 그는 삼성전자 주요 사업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점검하고 컨설팅까지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사팀장엔 사업지원TF 인사 담당 임원 출신 문희동 부사장이 올랐다.
사업지원TF가 정식 조직 사업지원실로 개편되면서 삼성전자의 미래 사업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이 더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박 사장, 최 사장은 미래전략실 시절부터 오래 합을 맞추며 삼성의 전략, 기획, 경영진단 등을 두루 경험한 ‘준비된 경영자’로 불린다. 개별 사업부가 볼 수 없는 큰 그림을 그리며 그룹 사업 전반을 조율하는 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 삼성 구체화
이 회장이 그리는 뉴 삼성이 더욱 구체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불가능하게 한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지난달 취임 3주년 때 공개 메시지를 내진 않았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회동 등을 소화하며 삼성을 이끄는 총수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식 주식 보상 제도를 임원에 이어 전 직원에게 도입하며 새로운 인재 경영 철학을 확립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이 회장이 ‘미래 사업’에 더욱 주력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실은 차세대 반도체, AI, 로봇 등 삼성전자의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JY 경영’을 삼성 전반에 뿌리내리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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