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발달장애의 시간은 느리게 가요” 쉼 필요한 ‘평생 돌봄’ 부모들

강윤서 기자 2025. 11. 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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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자녀엔 ‘육아’ 아닌 ‘평생 돌봄’ 필요…부모의 일·가정 양립 절실
與한정애, 발달장애 자녀 대상 ‘육아휴직 연령제한 제외’ 법안 대표발의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 필요…다양한 삶이 어깨 맞대는 법안 되길”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지난 4월1일 서울의 한 장애인복지관 내부 모습. ⓒ연합뉴스

"아이의 키는 어느새 어른만큼 자랐는데, 마음은 여전히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약 27만 명의 발달장애인이 있다. 그리고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는 '평생 돌봄'의 부담을 짊어지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이들이 지는 돌봄의 무게는 아이가 자랄수록 무거워진다.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 등의 특성으로 인해 일상생활과 사회적 활동에서의 제약이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발달장애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의 돌봄과 지원은 쳇바퀴처럼 계속된다.

평생 돌봄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특수학교들이 위치한 서울 강서구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한정애 의원(4선·강서구병)은 고민 끝에 입법의 힘을 활용했다. 한 의원은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들과 만나 근로환경에 대한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이들을 위해 '자녀 연령제한이 없는 육아휴직 제도'를 마련하자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한 의원은 지난달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의 경우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때 자녀의 연령 제한을 적용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이로 인해 이들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고 일과 가정 양립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자는 취지다.

현행법은 근로자가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때 그 대상 자녀의 연령제한이 존재한다.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연령은 만 8세 이하(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만 12세 이하(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발달장애 자녀는 장애 특성상 육아휴직 제도 대상의 법정 나이를 넘어 성인이 된 후에도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비롯해 삶 전반에서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 의원은 지난 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의 연령에 상관없이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0월21일 국회에서 주택시장안정화TF 명단발표 및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번 법안을 발의하게 된 계기는.

"제 지역구인 강서구에는 서진학교를 비롯한 특수학교들이 있어 자연스럽게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하루는 '아이의 키는 어느새 어른만큼 자랐는데, 마음은 여전히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어 갈수록 돌보기가 더 어렵다'는 고민을 들었는데, 그 말씀이 참 오래 마음에 남았다. 발달장애 자녀의 양육은 부모의 의지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가가 이분들의 삶을 더 책임지고, 현실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개정안을 준비했다."

현 육아휴직 제도로 인해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가 겪는 고충은 무엇인가.

"지금은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엔 사실상 제도의 보호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발달장애 자녀의 경우 신체적 나이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데 휴직도, 근로시간 조정도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돌봄 공백을 메꾸기 위해 부모가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렇게 되면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뒤따라온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만다."

사회적 인식 차원에선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발달장애 자녀의 양육에는 온 사회, 온 나라가 필요하다. 이들의 양육은 일시적인 '육아'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돌봄'의 과정이다. 발달장애인의 시간은 굉장히 느리게 흐르고, 때로는 멈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그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진정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가 만들어지리라 생각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

"한국에 살고 있는 27만 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겪고 있는 삶의 부담을 조금이나 덜 수 있길 바란다. 돌봄에 대한 부담을 덜고 보다 안정된 일상과 일자리를 이어갈 수 있길 바라본다. 서로 다른 속도의 삶이 어깨를 맞대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회, 그 시작이 이 법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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