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동서발전도 ‘죽음의 외주화’, 이 중대재해 고리 언제까지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일 노후된 보일러 타워가 해체 작업 중 무너져 노동자 9명이 매몰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7일 소방본부에 따르면 2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고, 인명피해는 사망 3명·사망 추정 2명이다. 남은 2명은 아직 위치를 찾지 못했다. 현장의 2차 붕괴 위험 탓에 구조 작업이 더뎌 실종자들 안위가 걱정이다. 매몰된 노동자들은 모두 해체 공사를 맡은 한진중공업 협력업체인 코리아카코에서 고용한 하청 노동자들이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위험은 하청에만 떠넘겨지는 ‘죽음의 외주화’가 또 비극을 불렀다.
붕괴 사고는 노후화돼 사용이 중단된 보일러 타워의 철거 준비 작업을 하던 중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타워 발파 전 시설이 쉽게 무너지도록 하기 위해 일부 기둥을 절단하는 ‘취약화’ 작업 중이었다고 한다. 보일러 타워는 터빈을 돌리는데 쓰이는 증기를 만드는 설비로, 30년가량 사용되다 지난해 철거가 결정됐다. 총 3기의 타워 모두 이달 16일 철거키로 했고, 그중 가운데 있던 타워가 무너지면서 노동자들이 변을 당한 것이다. 당시 영상에는 타워 상부 철골이 기울며 연쇄 붕괴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기둥 절단 후 하중 분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구조물 전체가 연쇄 붕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체 공정이 제대로 된 안전진단 절차 없이 이뤄진 것 아닌지, 위험성 평가를 했는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사고 당시 경고음이나 대피 방송도 없었다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책임을 묻고 바로잡아야 한다.
발전소에서 후진국형 산재가 줄지 않는 배경엔 ‘위험의 외주화’가 있다. 다단계 하청 구조를 거치면서 노동자들의 안전은 아래로,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국내 발전 5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의 최근 5년간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위험의 외주화가 매우 심각하다. 사상자 528명 중 하청 노동자는 443명으로, 전체의 85%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사고난 한국동서발전이 94%로 가장 높았다. 이곳에선 지난 7월에도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반복된 죽음이 우연일 리 없다. 뼈아픈 경험에서 아무런 경각심과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일터에서 생명을 앗는 이런 중대재해 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원·하청 간 근본적 해법은 없는지 묻게 된다.
이번 참사는 정부의 공공현장 안전 강화 선언 이틀 만에 일어난 대형 인명 피해여서 더 참담하다. 지난 4일 고용노동부는 공공기관 긴급 안전대책 회의를 열고 공공부문 불법 하도급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산업 현장의 안전의식이 높아지고 감독관리가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엄포만으론 한계가 있다. 공공기관부터 위험을 전가시키는 고용구조를 바로잡아 ‘죽음의 외주화’를 끊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땜질식 처방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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