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 수사에 영장 줄기각, 도덕성 논란까지…흔들리는 3대 특검

김임수 기자 2025. 11. 7. 15: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건희 특검 내부에서 “12월까지 수사 연장 필요한가” 문제 제기도
내란 특검, 추경호 구속 여부가 관건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닻을 올린 3대 특별검사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순항하는 듯하더니 막판에 거센 풍랑에 흔들리는 분위기다. 가장 규모가 크고 제일 먼저 출항한 내란 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은 지난 10월까지 기소하겠다던 외환 의혹 수사에 방점을 찍지 못하고 결국 달력을 넘겼다. 내란 특검은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수사에 매진한 끝에 11월3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조계에서는 영장 발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순직해병 특검(이명현 특별검사)은 뒤처진 속도를 따라잡기라도 하듯이 10월2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피의자 7명에 대해 한꺼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1명만 구속하는 데 그쳤다.

가장 요동치는 곳은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통일교 청탁·건진법사 의혹 수사 이후부터는 구심점을 잃고 가지를 뻗는 식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별건 수사 의혹이 불거지고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사망하는가 하면 항해를 이끄는 선장인 민중기 특별검사의 도덕성 논란마저 제기됐다. 검찰 복귀를 요구하는 파견 검사들의 반발도 불거졌다. 특검 내부에서는 "3차 연장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피로감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3대 특검이 정박해 있는 서울광화문과 서초동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내란 특검의 조은석 특별검사, 김건희 특검의 민중기 특별검사, 순직해병 특검의 이명현 특별검사 ⓒ연합뉴스·시사저널 최준필·시사저널 박정훈

"넉 달 넘게 강도 높은 수사 이어지면서 지친 분위기도" 

3대 특검은 성큼 다가온 수사 종료일을 앞두고 저마다 분주하다. 11월7일 기준, 3대 특검의 남은 수사 기간은 김건희 특검 51일, 내란 특검 37일, 순직해병 특검 21일이다. 내란·순직해병 특검은 3차 연장 카드를 모두 사용했고, 김건희 특검은 아직 3차 연장 카드를 쓰지 않았다. 최초 특검법은 30일씩 2차례 연장만 가능했으나, 국회에서 여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됨에 따라 30일씩 추가 수사가 가능해졌다.

사실 모든 특검이 수사 기간 연장을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은 민주당의 더 센 특검법 논의 당시 내부 반발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수사 기간 연장에 부정적인 의견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수사에서 중요한 것은 인력 충원과 자수(자백) 시 감경 규정 등이었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사 기간 30일 연장이 화두가 되면서 난처해졌다는 후문이다.

수사 기간 연장을 놓고 이 같은 동상이몽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의견이 모이지 못한 채 수사가 동시다발로 굴러가는 상황이다. 익명을 원한 김건희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원래대로 11월까지 하고 끝내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제대로 수사하려면 내년까지 이어져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나머지 수사는 국가수사본부로 넘겨 계속 진행하고, 남은 기간 공소 유지를 위한 전략을 짜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다. 재판을 통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처벌이 나와야 진짜 성공한 특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특검 사정에 밝은 한 검찰 간부는 "넉 달 넘게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다들 지친 분위기라고 한다. 이미 수사가 끝나 원대 복귀만 기다리는 수사 인력도 있다"고 했다. 다만 3차 연장 없이 11월에 종료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국회에서 더 수사하라고 법까지 개정했는데, 그런 결정은 못 할 것"이라고 했다. 특검 공보 라인에 있는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 반발 기류에 대해선 들어보지 못했다"며 "수사는 물론 재판까지 끝나가는 팀이 있는가 하면 한창 수사 중인 팀도 있다. 팀마다 상황이 달라 (민중기 특검이) 전체적인 관점에서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별건에 별건…유튜브發 의혹까지 수사

김건희 특검은 통일교·건진법사 수사팀을 이끈 부장검사들이 원청 복귀를 앞둔 상황에서, 팀을 재편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선 상태다. 신임 특검보로 부장판사 출신 박노수·김경호 두 변호사가 합류했고, 검찰에서는 기노성·김일권·신건호 부장검사도 새로 파견돼 업무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변호사 출신 특별수사관과 파견 경찰관만으로 구성된 이른바 '검찰의 김 여사 봐주기 의혹' 전담 수사팀도 별도 편성했다.

새롭게 진용을 갖춘 특검은 11월 중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매관매직 의혹 수사를 매듭짓기 위해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순차적으로 소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11월8일에는 공천 개입 의혹을 촉발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오세훈 서울시장사이 대질신문이 예정됐었으나 명씨가 불참 의사를 밝혔다. 양평 관련 의혹을 풀기 위해 현재 출국금지 상태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을 이달 말께 소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평 관련 수사의 경우 단계마다 인권침해 요소가 없는지를 검증하며 차분히 진행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해당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던 양평군 공무원이 10월10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공무원은 생전에 남긴 메모에서 "수사관의 무시 말투와 강압에 전혀 기억도 없는 진술을 했다"고 밝혀 특검은 강압 수사 논란을 해명하느라 한 차례 진땀을 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중기 특검의 네오세미테크 주식 거래 의혹은 치명타가 됐다. 민 특검이 상장 폐지 직전에 보유 주식을 전량(1만2036주) 처분해 억대 수익을 얻었다는 게 골자다. 네오세미테크는 수백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종목인 데다 수사팀이 김 여사를 수사하면서 거론됐던 종목이다. 민 특검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지인들과 특검 중도 하차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별건 수사 논란도 꼬리표처럼 이어지고 있다. 특검법에 수사 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하면서 '종묘 차담회 의혹' '비서관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 같은 새로운 수사 건들이 계속 튀어나오는 중이다. 특검은 최근 이미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숨겨진 주포 이아무개씨와 김 여사의 관계도 파고 있다. 이씨는 김 여사와 건진법사를 연결해준 장본인이자 몇 년 전부터 진보진영 유튜브 채널에서 주목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특검이 수사 막바지 이씨를 주목하는 것은 검찰의 봐주기 의혹 수사와 맥이 닿아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김 여사 측은 특검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며 별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항변한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측도 재판 과정에서 특검의 별건 수사에 정식 항의했다.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다는 공소사실 이외에 '경찰 수사 정보 유출 의혹'을 언론에 공표했다는 것이다. 재판부 역시 특검에 "(수사 유출로) 추가 기소할 계획이냐"고 물었고, 특검 측은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추경호 구속영장 기각 땐 수사 동력 꺾일 수도

내란 특검 역시 중대 갈림길에 놓였다. 석 달 가까이 수사한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진행될 예정이다. 내란 특검은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해 계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국회 표결을 방해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추 의원에게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이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추 의원은 특검의 구속영장이 부실할 뿐만 아니라 '정치 보복쇼'를 하고 있다면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당당히 임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자신의 저서를 통해 추 의원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의 단초를 제공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SNS로 "침소봉대해서 공개하는 특검의 언론 브리핑 행태를 볼 때, 알려지지 않은 객관적 증거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영장 기각에 힘을 실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한 전 대표를 비롯해 표결 불참 의원들의 진술 확보에 실패한 상황에서 영장이 청구된 만큼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없다면 기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구속영장에 이어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기각된다면 내란 특검의 남은 두 달 수사는 동력을 크게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여당에서 계엄의 내란 성격 규명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조은석 특검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의혹 관련 추가 기소도 11월 셋째 주에 이뤄질 전망이다. 당초 지난 10월 기소를 목표로 했으나 다소 늦춰졌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 등을 지시했고, 해당 무인기가 실제 평양 인근에 추락해 군사 기밀이 유출된 만큼 외환죄가 성립된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북한과 통모(공모)했다는 입증이 쉽지 않은 만큼 '일반이적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특검은 최근 이어지는 브리핑에서 '외환 수사'가 아닌 '외환 의혹 수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체적으로 힘을 빼는 인상도 남겼다.

3대 특검(김건희·내란·순직해병)의 피의자 추가 소환조사를 앞둔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김건희 여사 ⓒ사진공동취재단

순직해병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측과 피의자 소환일자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특검은 11월8일 소환을 요청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은 11월15일 토요일에 조사받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특검은 10월23일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하려 했지만, 변호인단의 재판 일정과 맞지 않아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한 차례 조사 이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순직해병 특검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별도 특검을 꾸려 집중적으로 수사했으나 앞서 수사기관들의 수사 내용과 비교해 새롭게 밝혀진 것이 사실상 많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명현 특검이 현상을 쫓지 않고 전직 대통령과 군 수뇌부, 보수 기독계가 얽히고설킨 큰 그림을 완성하려다 실기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순직해병 특검은 지난달 윤 전 대통령 소환 시도가 불발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로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이후 공소 유지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로펌 대표변호사는 "직권남용 혐의는 법원에서 가장 좁게 해석하는 대표적인 형사사건"이라며 "직권남용이 성립하려면 권한을 넘어선 행위가 있어야 하고, 그 행위가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게 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통령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라는 것을 법리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고, 윤 전 대통령이 구체적인 지시가 아닌 격노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수사 외압과 강요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가 약해 보인다"고 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