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는 어디로?···예산·금융 쪼개진 뒤 경제정책 실험[박상영의 경제본색](9)

2025. 11. 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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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0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한수빈 기자

기획재정부가 18년 만에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다시 분리되면서 세종 관가는 술렁이고 있다. 단순히 ‘공룡 부처’를 둘로 쪼개는 조직 개편을 넘어 향후 경제정책의 방향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가 안팎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이 경제 운영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산 없는 컨트롤타워?…불안한 ‘경제 사령탑’

“앞으로는 다른 부처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달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이같이 당부했다. 기재부는 내년부터 재정경제부로 이름이 바뀌지만, 부총리제를 유지하면서 표면적으로는 기재부가 맡아왔던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이어받게 된다. 그러나 예산 기능이 분리된 상황에서 과연 그 역할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구 부총리의 당부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등을 주재하며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해왔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처들을 한자리에 모아 조율하는 역할에 대해 직원들 사이에서는 자부심이 컸다.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이 떠맡아야 할 국정 전반의 조정 부담을 덜어주는 의미도 있었다.

이러한 조정 기능의 핵심 동력은 ‘예산 편성권’이었다. 각 부처가 예산 확보를 절실히 원하는 만큼, 기재부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직 개편으로 예산 기능이 재정경제부에서 분리되면서 경제 부처 간 조정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정됐던 국내 금융정책과의 통합도 무산되면서 이러한 걱정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한 재경부 사무관은 “당장 다른 부처에서 전화조차 잘 받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사무관은 “국제금융국이나 국고국처럼 고유 업무가 명확한 조직은 상관없지만, 정책조정국이나 경제정책국은 업무 범위가 넓어 기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재정경제부에 세제 기능만 남게 되면서 ‘세제청’으로 전락했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내부에서는 정책조정국을 정책조정실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조직 확대가 실질적인 조정 기능 강화로 이어질지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조정 기능의 약화는 범부처적 경제 현안 발생 시 정부 대응 능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등장으로 정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조정 기능은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산’보다 ‘기획’에 무게 두는 기획예산처

최근 예산실의 한 간부는 기자들에게 “예산처가 아니라 기획처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단순히 예산 편성 기능에 머무는 조직이 아니라 중장기 경제전략 수립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과 재정정책·관리뿐 아니라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국가 중장기 발전전략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최근 임기근 기재부 2차관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도 기획예산처의 조직 방향과 기능 정립 방안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임 차관은 예산실 인력 일부를 줄이더라도 기획 조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새 기획예산처가 ‘기획 기능’에 무게를 두는 것은 과거 전례와도 맞닿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기획예산처는 보고서 ‘비전 2030’을 통해 산업구조 전환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는 제조업 중심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서비스업·의료·금융 등 신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복지 지출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육아비용 경감, 노인 장기요양보험 강화 등 복지를 성장의 한 축으로 삼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모델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보다 앞선 1960~1980년대 경제기획원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중장기 발전 전략과 부처별 예산을 총괄 조정하며 한국형 성장 모델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예산실 간부들 사이에서는 “우리의 뿌리는 경제기획원에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국가 주도에서 민간 주도 경제로 전환된 현시점에서 과거의 ‘기획’ 기능을 그대로 복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민간 기업들의 역할이 커지고, 자원 배분과 투자가 정부보다는 민간 주도로 움직이는 경제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새 기획예산처가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재정립해 민간 주도 성장 체제 속에서도 유효한 정책 컨트롤타워로 자리 잡을지가 향후 기획예산처의 성공을 가르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예산의 역할’이 변할 수도 있다. 그동안 예산은 경제정책 기능과 함께 있으면서 단기 경제 성과에 치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장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경제부처로서는 예산 만큼 좋은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2013년 이후 거의 매년 반복되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 대표적이다. 국가재정법에 추경 요건이 엄격히 제한됐음에도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재부는 추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추경은 부총리가 의지가 있으면 신속하게 편성이 됐지만, 앞으로 두 조직으로 분리될 경우 과거만큼 속도를 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서 빠진 금융정책 통합

애초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시한 조직개편안에는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와 통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는 이런 내용이 돌연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금융 관련 정부 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두는 것은 경제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당·정·대가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지만, 경제 상황이 급변하지 않았던 만큼 설득력은 떨어졌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언제까지 보완하겠다는 청사진이라도 제시를 해야 했지만 이마저도 없었다. 기재부의 권한 분산만 반영되고 금융정책 일원화, 금융소비자 보호의 독립성 강화 등은 빠진 반쪽짜리 정부 개편이 된 셈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금융이나 예산 같은 정책 수단이 없는 부처가 경제 현안을 주도적으로 조정한 사례는 없었다”며 “현재 체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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