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이 닫히면 마을도 닫힌다' 학교도 지역도 살리는 지역언론
[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 옥천신문 '작은학교 실태 보고서'
학생 편의가 먼저, '전학 불가' 교육청 원칙 바꾼 거제신문
복지에서 지워진 고려인…'차별' 지적한 전남일보 기자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학교 소멸'은 지역의 위기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학생 수 감소는 열악한 통학 여건과 학습 여건, 부족한 주거, 일자리 부족, 고령화 등 지역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학교가 없어지면 젊은 지역 주민들은 계속해 지역을 떠나고, 한 번 닫힌 학교가 다시 문을 열기란 쉽지 않다. 이에 충북 옥천의 지역신문 옥천신문은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 사회 살리기에 집중했다. 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지난달 31일 청주 오스코(OSCO)에서 열린 '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 발표에 나선 김기연 옥천신문 기자는 “학교가 없어지면 젊은 가정은 대전 등 도심 지역으로 나갈 수밖에 없고 지역은 급속하게 동력을 잃는다”며 “학교는 지역사회로 다시 학생들과 가정, 지역 인구를 불러들일 중요한 구심점”이라고 강조했다.
옥천군 내 21개 초·중·고등학교 중 14개는 학생 수가 30명 이하인 '작은 학교'다. 이에 옥천신문은 2023년부터 올해까지 16회에 걸친 기획보도를 통해 모든 작은 학교의 학생 수 감소 수치와 관련 정책을 보도했다. 지역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교육 정책도 비판했다. 작은 학교를 살리겠다면서 학생들의 건강권을 책임질 영양교사, 보건교사 등 필수 인력을 감축하는 충북교육청의 정책을 비판했고, 보도를 통해 필수 인력들을 지켜낼 수 있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한 지역사회 움직임도 조명했다. 기획 초반에는 옥천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인 청산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20명 이하로 감소해 폐교 위기에 놓이자 지역 사회에서 전개된 지역 살리기 운동을 보도했다. 주민들은 '지역 살리기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십시일반 1억 원 이상의 돈을 모았고, 빈집을 정비해 교육 이주 가정을 유입하며 현재는 학생 수가 약 30명으로 늘어났다. 김 기자는 “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비춰지고 보도가 되어야 효능감을 얻을 수 있다”며 “단순히 학생 수가 감소되고 있다고 접근하기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안남면 주민들은 마을 교육 교사로 활동하기도 하고, 교사와 학부모들이 직접 모여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동이면에 위치한 동이초등학교는 지역의 생태 자원을 교육과 엮은 마을 교육 과정을 통해 학생 수가 늘고 있다. 김 기자는 “작은 학교에서 학생 수 한 명은 도심권 학교 학생 100명의 역할을 한다. 작은 학교에서는 학생 수 한 명으로 학교가 폐교가 될 수도 통합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학생 수가 줄어드니 인력도 줄고 교육 정책도 줄인다'는 생각을 반대로 해야 한다. 학생 수가 부족하고 지역이 열악해도 기반을 계속 만들면서 홍보와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는 게 지역사회의 책임이자 교육 당국, 주민과 행정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보도를 통해 지역 출향민이 학교를 다시 찾아와 미술관을 만들거나 주민이 공부방을 여는 등 지역 여건이 열악한 교육, 문화, 복지를 다시 갖춰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옥천군 지자체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을 세우려는 의지도 보이고 있고 주민이 같이 모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론장도 만들었다”며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게끔 기반을 만드는 게 지역언론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학생 편의가 먼저, '전학 불가' 교육청 원칙 바꾼 거제신문
경남 거제시 상문동은 최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인구가 급증한 지역이다. 그런데 청소년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지만 중학교는 한 개도 없었다. 학생들은 매일 왕복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버스로 통학해야 했고, 2026년 상문중학교 개교가 확정됐다. 그러나 개교를 불과 1년 앞두고 경상남도교육청은 개교 시 1학년만 전학을 허용하고 2·3학년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같은 학교군 내 전학은 제한되는데 상문중은 이미 고현중·계룡중과 같은 학교군에 포함돼 있고, 신설 학교는 1학년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늘려가는 게 교육과정 운영에 유리하다는 행정 편의적 이유 때문이었다.

교육청 정책에 반발한 학부모들은 거제신문에 취재를 요청했고, 거제신문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특히 충남 아산 역시 상문동과 같은 조건으로 같은 학교군에 신설 학교가 들어섰는데 학생들의 통학 불편을 고려해 3학년 전입을 허용한 사례를 발견해 보도했다. 거제신문은 교육청의 '전학 불가' 원칙은 절대적 법 규정이 아닌 행정 재량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김현준 거제신문 기자는 “교육청의 행정 편의적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학생들을 위한 정책적 결단을 촉구했다”며 “다행히 보도는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거제신문의 첫 보도 후 여론은 빠르게 확산됐다.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수만 도의원이 경상남도의회 정례회에서 교육청을 상대로 공식 질의를 했고, 마침내 7월 교육청이 기존 입장을 전면 철회하면서 상문중 개교 시 2·3학년 전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기자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방침이 지역신문의 보도와 주민의 여론, 정치권의 논의가 더해져 완전히 뒤집혔다”며 “상문중 사례는 지역언론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문제를 공론화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복지에서 지워진 고려인…'차별' 지적한 전남일보 기자들
“소비쿠폰, 그게 뭐래요?” 지난 7월 폭염 속 안부를 물으려 전화한 광주 고려인마을 주민에게 전남일보 기자들이 들은 말이다. 전 국민을 위한 복지를 취지로 한 정부의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정책에서 고려인들은 배제됐던 것이다. 정성현 전남일보 기자는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시장에서 장을 보고 같이 일을 하며 세금을 내는데 왜 이들은 국민 복지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나 생각했다”며 “이들은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지만 행정 사각지대로 복지 밖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영주권을 얻은 외국인, 결혼 이민자, 난민 인정자들만 소비쿠폰을 받을 수 있었고, 대다수 고려인을 비롯한 그 밖의 이주민들은 제외됐다. 이정준 기자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포용적 복지'에서 어긋난 셈이었다”고 지적했다. 고려인마을에 대한 차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도 했다. 2021년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고려인마을 주민들은 마스크 배부, 백신 예약 등에서 사각지대에 놓였었다.

정승우 기자는 고려인마을 주민들 이야기, 재외동포법의 한계, 해외 사례 등을 취재했다. 정 기자는 “가족관계증명서가 없거나 국적을 상실한 채 입국한 고려인들은 동포 자격을 갖기 어려워 반복적 차별이 이어져 왔다. 반면 독일은 동포를 역사적 귀환자로 보고 시민권과 복지를 보장하는 등 해외에선 동포를 단순한 체류자가 아닌 실질적 국민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며 “한 주민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 같은 민족으로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애정을 갖고 이 땅에 살아가고 있었고 그만큼 더 서운함이 크다고 말했다. 보도 이후 대한고려인협회도 청원을 제기했고 평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전남일보 기자들은 주민 증언과 현장 르포로 국적·제도의 경계에 놓인 이들의 현실을 드러냈다. 이후 청원, 지자체 성명, 인권위 진정, 대통령실 검토 지시가 이어지기도 했다. 정승우 기자는 “지역신문이 중앙의 이슈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편견도 있지만, 보도를 통해 대통령실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보며 지역언론의 역할과 가능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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