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X', 악녀 김유정의 치명적인 유혹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2025. 11. 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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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도 날 함부로 할 수 없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갈거야."

그러나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한 기존 작품들이 '범죄의 기원'이나 '숨겨진 괴물의 정체'를 파헤치는 데 집중했다면, '친애하는 X'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불행한 유년기를 함께 한 남녀가 강한 결속, 비극적인 사랑으로 얽혀있다는 점과 여성 캐릭터에 대한 남성의 절대적 희생을 그린다는 점에서 '친애하는 X'는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백야행'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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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사진제공=티빙 

 "나는 아무도 날 함부로 할 수 없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갈거야." 

다른 사람의 삶을 짓밟고 정상에 선 여자. 아름답고 매혹적인 그녀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는 타인을 제물삼아 더욱 눈부시게 빛난다. '친애하는 X'는 지옥 같은 현실의 밑바닥에서 교묘하고 영악하게 살아남은 한 여자가, 그 생존의 대가로 희생시킨 'X'들에 대한 고백이다. 

반지운 작가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친애하는 X'는 '국내 최고의 여배우 백아진의 몰락과 그 뒤에 숨겨진 두 얼굴'을 그린 작품이다. 63화에 걸쳐 촘촘하게 쌓아 올린 복수와 욕망의 서사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로 재탄생해 상상 속 백아진을 살아숨쉬는 인물로 우리 앞에 세웠다. 

4화를 첫 공개한 '친애하는 X'에서 밝고 순한 이미지로 오랜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김유정은 화려함과 잔혹함을 동시에 품은 백아진으로 화면을 장악한다. 특유의 맑고 순진무구한 눈빛은 속내를 짐작하기 힘든 어두운 심연처럼 다채로운 빛을 뿜어내고 입술의 미세한 진동은 순수 악과 생존, 두려움의 감정을 오가며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 끈다. 기존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부수고, 그 위에 새로운 얼굴, X들 앞에 가면을 쓴 백아진으로 분해 연기 지평을 한층 넓혔다. 김영대, 김도훈 등 배우들과의 밀도 높은 케미, 초반부 서사의 긴장감 안에서 김유정의 파격적인 변신이 빛을 발한다.

'친애하는 X'는 주인공이 곧 가해자라는 과감한 설정을 택했다.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 매력적인 소재로 차용되온 사이코패스 주인공을 한번 더 내세워 낯선 존재를 마주하는 불편하지만 호기심 어린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한 기존 작품들이 '범죄의 기원'이나 '숨겨진 괴물의 정체'를 파헤치는 데 집중했다면, '친애하는 X'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현재 공개된 4화의 말미에서는 연예인의 길로 들어서는 아진의 모습을 그리며 스타 산업 시스템 안에서 시작될 그녀의 악행을 예고했다. 이는 '이미지'라는 신기루같은 허상 뒤에 선 인물이 추앙받고 추락하는 과정을 통해 아진 한사람의 이야기에서 엔터산업과 그 안에서 소비되는 인물, 그리고 대중의 시선으로 범위를 확장시킨다. 

사진제공=티빙 

불행한 유년기를 함께 한 남녀가 강한 결속, 비극적인 사랑으로 얽혀있다는 점과 여성 캐릭터에 대한 남성의 절대적 희생을 그린다는 점에서 '친애하는 X'는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백야행'을 연상시킨다. 어둠 속에 숨은 두 남녀의 과거, 파괴적이지만 끊을 수 없는 연대. 도덕이 붕괴하는 지점을 그린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많이 닮아있다. 작품 초반부, 악마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학대와 폭력에 시달리던 주인공의 어린시절도 상당히 유사하다. 주인공에 대해 연민과 동정을 갖게 하는 한편, 마냥 옹호할 수 없는 잔인한 범죄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결을 가진다. 다만 앞으로 펼쳐질 '친애하는 X'가 스타 산업·이미지 정치·관계망 속에서 인간의 폭력성과 자기보호 본능을 '백야행'과는 차별화된 맥락으로 보여줄지 궁금하다. 

초반 회차는 서사적 떡밥을 촘촘히 배치하며, 엔터 산업에 뛰어든 백아진의 치열한 입성기를 향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초반의 서늘한 서스펜스를 이어가며 인물의 내적 동기와 사회적 맥락을 얼마나 치밀하고 설득력 있게 완성하느냐다. 김유정의 대담한 변신이 그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굵직한 이정표로 남을지, 그리고 새로운 팜므파탈의 얼굴을 또렷이 각인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명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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