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줘도 못 받은’ 지역화폐 지원금만 586억…“인구감소지역 더 배려해야”
취지는 ‘재정난 지역’에 더 많은 지원, 현실은 ‘재정난’ 탓에 지역화폐 발행 다 못 해
89곳 인구감소지역에 3000억 지원금…재정 여력 부족해 586억원 타지역으로 재조정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편집자주] 정부 예산안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예산안 속 숫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 속에는 대한민국의 희노애락이 녹아있다.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렇게 예산안은 국민의 삶을 결정짓는 설계도이자 국가의 지도로 평가된다. 예산안을 촘촘히 뜯어보는 일은 그래서 그 어느 일보다 중요하다. 어디에 세금을 '더' 쓰고 '덜' 쓰느냐에 따라 나의 오늘과 내일이 달라진다. 이재명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728조원으로 짰다. 역대 최대의 '슈퍼예산'이다. 이재명 정부는 어떤 미래를 설계했을까. 시사저널이 '예산안 돋보기' 기획을 통해 그 숫자들이 그려낼 미래와 남겨진 숙제를 짚어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대표 브랜드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사업에 풀 액셀을 밟는 모습이다. 올해 취임 직후 2차 추가경정(추경)예산안에서 6000억원을 증액한 1조원을 편성한 데 이어 내년도 예산안에선 총 1조1500억원을 편성했다.
이 돈은 어떻게 쓰일까. 지역화폐에 예산 지원이 필요한 것은 10% 안팎의 할인율 때문이다. 지역화폐 10조원을 발행할 때 10% 할인을 해주려면 1조원의 국비·지방비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이렇게 중앙정부와 지방의 공동지원 아래 발행된 지역화폐를 통해 지역공동체를 강화하고 소상공인을 지원해 지방균형발전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궁극적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올해 지역화폐 사업을 진행해 보면, 본래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지역별 지역화폐 발행 수요와 재정 여건, 국고보조율 기준 등을 감안해 지원금을 책정해도, 해당 지자체가 지방비를 분담할 여력이 없다면 사실상 지원금을 완전히 받을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전국 89곳 인구감소지역에 해당되는 지자체의 경우 정부가 약 2979억원 규모 지원금을 편성했지만, 이 중 약 586억원은 당초의 대상 지역이 받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재편성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이재명 정부 2026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지역화폐 사업에서 정부가 지역별로 편성한 지원금과 실교부액 간 차이는 수백억원에 달했다. 지원 대상 지역의 유형은 불(不)교부단체, 일반지역(수도권·비수도권 포함), 인구감소지역 등 세 가지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차 추경 당시 재정자립도가 높아 그간 국비를 보조하지 않았던 단체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역화폐 사업 취지대로라면, 정부는 해당 지역 유형 중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인구감소지역에 대해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우선 올해 행정안전부가 당초 편성한 지역 유형별 지역화폐 지원금은 △인구감소지역 2979억3300만원 △일반지역 6612억5500만원 △불교부단체 108억7700만원이었다. 여기서 실제 교부받은 금액은 얼마일까. 국고보조금통합포털(e나라도움)에 나온 지자체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국고보조금' 내용을 보면, 인구감소지역은 2393억7500만원을 지원받았다. 당초 정부의 계획보다 585억5800만원 적은 금액이다.
반면 일반지역은 523억1300만원, 불교부단체는 62억4600만원을 각각 더 지원받았다. 즉 인구감소지역보다 일반지역이나 당초 국비 보조를 받지 않아왔던 지역이 받아가는 추가 지원금이 더 큰 셈이다.

이런 불균형이 발생하는 핵심 원인은 지자체별 재정난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이 부족한 지역에 더 많은 국비를 책정해도, 지방비 분담금 대응 여력에 따라 이들 지역이 계획한 만큼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즉 정부는 국고보조금 차등 지원에 따라 각 시도에 지원금을 배분하고, 시도에서 다시 시군구에 배분하는데 이때 각 지자체의 지방비 확보 여력이나 기존 판매 실적 등 재정 능력에 따라 불가피하게 지원금이 다른 지자체로 재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년도 지방재정 여건이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금과 실교부액 간 차이를 해소하지 못한 채 지역화폐 사업을 강행한다면 사업의 실효성과 예산 편성의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산정책처는 "2026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국고보조사업의 대응지방비 소요 추계액은 약 45조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라며 "지역화폐 사업의 지방비 확보에는 더욱 제약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특히 일반적으로 여유재원이 충분하지 않고 인수 여건상 지방채 발행에도 제약이 큰 지역일수록 이러한 어려움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지방비 분담률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국비지원율'은 지역마다 차등화했지만, '지방비 분담률'은 정률로 고정했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에서 지역화폐를 구매할 때 소비자가 받는 할인율은 커지지만, 지방비 분담은 발행액의 5%로 동일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갖는 부담은 비슷해진다. 이에 재정 여건이 힘든 지역에 추가적으로 국고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국비지원율의 차등화 원칙이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는 평가다. 따라서 예산정책처는 "각 지자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할인율은 준수하도록 하되 자율성을 확대함으로써 해당 지역 지원 강화 취지에 맞도록 사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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