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의 90%가 풋워크...시비옹테크 '정글 속 큰 고양이'처럼 코트 누벼"...WTA 전 현 스타·코치가 말하는 발의 중요성

〔김경무의 오디세이〕 지난 9월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가 WTA 500 대회인 2025 코리아오픈에 출전해 우승했을 때, 국내 팬들은 그의 코트에서의 예사롭지 않은 발놀림에 무척 놀라움을 표했다고 합니다.
실제 테니스 경기에서 '풋워크'(Footwork)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서브와 스트로크, 발리 등 중요하지 않은 기술이 어디 있겠습니까만은, 발은 테니스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입니다.
지난 1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2025 WTA 파이널'(단식+복식). WTA 투어 소속 그렉 가버는 전·현직 세계 최고선수들 인터뷰를 통해 그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어 주목할 만합니다.
'엘리트 풋워크의 찰나 세계 속으로'(Inside the split-second world of elite footwork)라는 글을 통해 그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강서브, 강력한 포핸드, 라인에 찍히는 번개같은 백핸드 위너들이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지만, 선수가 제때 그 자리(공을 칠 수 있는 최적의 자리)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이런 모든 장면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SNS에서는 잘 언급되지는 않지만, 선수들과 코치들은 이곳 WTA 파이널 무대의 엘리트에게 '견실한 풋워크' (sound footwork)는 절대적인 필수조건이라고 말합니다."
풋워크에 대한 선수들은 생각은 과연 어떨까요?
"중대합니다(crucial)."(세계랭킹 2위 이가 시비옹테크)
"저는 기술보다 풋워크 이야기를 훨씬 더 자주합니다."(코코 고프의 코치 장-크리스토프 포렐)
"필수적(생명선)입니다(Vital)."(그랜드슬램 여자단식 18회 우승자 크리스 에버트)
"엄청 중요합니다(Huge)."(제시카 페굴라의 코치 마크 머클라인)
"저로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전 세계 1위 시모나 할렙)
"테니스의 90%가 풋워크입니다."(아리나 사발렌카의 코치 안톤 두브로프)
"좋은 풋워크가 없으면, 좋은 멘털리티도 가질 수 없어요."(전 세계 1위 안젤리크 케르버)

그렉 가버는 또 이렇게 발움직임의 중요성을 언급합니다.
"1년에 60경기를 뛰고, 경기당 평균 130포인트를 소화한다고 칩시다. 포인트마다 평균 2~3번의 수비 동작이 들어간다면, 1년 동안 약 2만번 이상 공을 쫓아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좌우로, 전후로, 대각선으로. 공을 잡기 위해 온몸을 던져야 합니다. 고되지만 필요합니다. 성공은 발과 함께 시작됩니다."
올해 호주오픈 여자단식 챔피언이자 세계 6위 매디슨 키스(미국). 그의 코치이자 남편인 비요른 프란탱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테니스는 움직이는 경기입니다. 잘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풋워크는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발만 잘 움직인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샷과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사발렌카처럼 타고난 체격과 파워로 상대를 공략하는 공격형 스타일이 있는 가하면, 빠른 스피드와 수비력으로 맞서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저는 키가 크지 않았습니다(1m67). 그래서 빠르게 움직이고, 예측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했습니다. 때로는 너무 뒤에서 플레이할 때도 있었지만, 빠른 발이 그걸 커버해줬습니다."(그랜드슬램 여자단식 2회 챔피언 시모나 할렙)
키 1m62인 자스민 파올리니(이탈리아). 그는 복식 파트너 사라 에라니(이탈리아)로부터 '스쿠터'(Scooter)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요즘 선수들은 워낙 강하게 때리니까, 발이 정말 중요합니다. 공이 금세 돌아오니까, 몸이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자스민은 정말 빠릅니다. 키가 작으면 더 중요합니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하니까요."(에라니)
최고의 선수들은 공격과 수비를 완벽히 결합해 경기를 합니다. 세계랭킹 3위 코코 코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코코는 빠르지만, 빠르다고 해서 풋워크가 좋은 건 아닙니다. 풋워크는 조정 능력입니다. 빠르더라도 발이 잘못된 위치에 있으면 좋은 기술을 가질 수 없습니다. 작동하지 않아요. 누구나 기술은 개선할 수 있지만, 풋워크가 가장 중요합니다."(코코 고프 코치 장 -그리스토프 포렐)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풋워크를 지녔더라도, 경기의 속도는 종종 즉흥적인 대처를 요구합니다. "대부분의 샷은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나옵니다. 절반 이상이 그래요"(포렐)
결국 '중립'이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그렉 가버 취재에 따르면, 우리 발에는 약 20만개의 감각 수용기(sensory receptors)가 있습니다. 이들은 압력, 질감(texture)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뇌로 보냅니다. 약 1.5m의 신경 경로(neural pathways)를 따라 정보를 전달하고, 뇌는 그 데이터를 토대로 다시 발에 명령을 내립니다. 이 모든 과정이 약 0.25초 만에 이루어집니다.
"풋워크가 잘못되면, 코트에서 발걸음이 너무 헷갈립니다. 풋워크 훈련을 많이 할수록 몸이 더 조화로워지는 걸 느낍니다. 오랜 만에 경기 나오는 선수들은 발이 좀 엉성합니다."(그랜드슬램 여자단식 3회 결승 진출자 온스 자베르)
그러나 핵심은, 리턴 뒤 코트 중앙으로 재빨리 복귀해 '중립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음 공을 양쪽 어디로든 대비할 수 있습니다 .
"요즘 선수들이 코너로 정말 강하게 때리기 때문에, 살아 남으려면 수비를 잘하고 다시 중립으로 돌아오는 게 필수적입니다."(제시카 페굴라 코치 머클라인)
공과 몸 사이의 최적거리 유지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요즘 매디(키스)의 포핸드 쪽에서 이걸 자주 얘기해요. 그의 포핸드는 무기이지만, 상황에 따라 공간을 더 확보하면 훨씬 강력해질 수 있습니다. 가끔은 너무 가까워져서 스윙을 충분히 펼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키스 코치 프란탱젤로)
풋워크 조정이 그 해답입니다.
"요즘 선수들은 예전보다 적은 스텝으로 코트를 커버합니다. 카를로스 알카라스나 야니크 시너를 보세요. 그들의 움직임은 거의 완벽에 가깝습니다. 특히 시너는 왼다리로 백핸드 쪽을 열며 움직이는 효율성이 탁월합니다. 코트 중앙에서 사이드 라인까지 2~3스텝만에 도달하는 능력은 엄청난 이점입니다."(프란탱젤로)
그렉 가버에 따르면, 시비옹테크는 마치 '정글의 커다란 고양이'처럼 코트를 누빕니다. 겉보기엔 여유롭고 부드럽지만, 상체를 먼저 기울이며 이미 다음 동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발이 튀어 나가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입니다.
좌우로 2~3번 중간 스텝을 밟은 뒤, 미세한 조정 점프를 연속으로 하며 그는 공중에 떠 있는 듯합니다. 특히 어려운 공도 시비옹테크는 순식간에 멈춰서서 '끼익!' 균형을 잃지 않고 되받아칩니다. 순식간에 수비를 공격으로 전환합니다.
현재 여자 테니스에서 이런 움직임을 이보다 잘하는 선수는 없습니다. 그가 리듬을 타고 조화를 이룰 때의 장면은 마치 발레를 보는 듯합니다. US오픈 현장에서는 그의 훈련장소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코트 몇개 너머까지 들려오는 특유의 '끼익' 소리가 그것입니다.
"모든 건 거기서 시작돼요. 공을 치기 전에 올바른 위치에 있지 않다면, 손만으로는 플레이할 수 없어요. 누가 처음 이걸 가르쳐줬는지는 모르지만, 풋워크가 정말 중요하다는 건 늘 알고 있었어요."(시비옹테크)
레전드인 크리스 에버트는 어린 시절 아버지 지미 에버트에게 테니스를 배웠습니다. 그는 미국 연령별 챔피언이었고, 기본기를 철저히 강조하는 지도자였습니다.
"폭발적인 힘으로 완벽한 샷을 하려면, 세팅과 균형이 완벽해야 해요. 시비옹테크가 그 부분을 정말 잘합니다. 코코도 마찬가집니다. 제가 그들의 경기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발입니다. 첫 스텝의 반응속도, 공 주위에서 발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능력, 두 선수 모두 최고입니다."(에버트)
"나무에 비유하자면, 모든 건 뿌리에서 시작됩니다. 요즘 시대의 톱 플레이어가 되려면, 발이 빨라야 합니다. 저는 시비옹테크의 움직임이 좋아요. 아주 낮게 자세를 잡고 다리의 힘이 엄청나죠. 완벽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시모나 할렙)
현재 세계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에게 발 움직임이 처음부터 자연스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코칭팀에 따르면, 그는 그 부분을 극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습니다.
"항상 공 위에 정확히 위치해 있다면, 상대의 시간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상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죠. 압박을 주는 겁니다. '이제 네가 뭘 해보라'는 식이죠. 사발렌카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기술이 완벽하지 않아도, 풋워크가 최고라면 정상에 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샷에도 적응할 수 있으니까요. 풋워크는 근본입니다."(안톤 두브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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