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가 바꾼 10년…광주역,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윤준명 기자 2025. 11.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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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루 이용객 9백명 불과
평균 2만명 송정역과 격차 심화
인근 상권 공동화현상 급속진행
달빛道·경전선개량사업 등 관건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동 광주역 광장. 윤준명 기자

"KTX가 끊긴 뒤 손님이 가파르게 감소했어요. 상권의 슬럼화 현상도 매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7일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상가에서 점심 장사를 준비하던 김모(61)씨는 한산한 테이블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0년전 KTX열차의 마지막 광주역 운행 이후 이용객이 급격히 줄면서 인근 상권이 침체되고 가게들의 매출도 빠르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전에는 식사시간마다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이제는 하루에 몇팀정도만 온다"며 "시민들은 물론 외지인까지 감소하면서 상권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광주역 일 평균 이용객은 918명에 불과했다. 2015년 4684명과 비교하면 겨우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7일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동 광주역 대합실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준명 기자

이날 광주역 내부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대합실과 승강장은 적막이 감돌았고 1층 매장 한곳은 문을 닫은 채 방치돼 있었다. 창구 4곳 중 1곳만이 표를 판매하고 있었으며 일부 전광판은 이용객 감소로 사용이 중지됐다.

광주역에도 전성기는 있었다. 타지로 향하는 많은 노선과 번화가인 금남로·충장로와 가까운 이점 덕분에 매일 수많은 기차 이용객으로 붐비며 한때 광주의 관문으로 불리기도 했다.

택시기사 송경수(66)씨는 "예전에는 택시를 타려면 네줄씩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상권도 활기가 넘쳤고 광주역을 찾는 승객도 많았다"며 "지금은 기사들끼리 '잠시 쉬러 오는 곳'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그땐 광주에서 손에 꼽히도록 번성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도심을 관통하는 철도의 소음과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2000년 들어 경전선 광주 구간에서 제외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2004년 KTX 개통 이후 한동안은 광주송정역보다 두배 이상 많은 이용객을 유지했지만, 2008년 도시철도 1호선 2차 구간 개통으로 송정역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격차는 점차 좁혀지기 시작했다.
7일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동 광주역 대합실 안에 이용객 감소에 따른 전광판 사용 중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15년에 이뤄진 호남고속선 개통은 광주역에 결정적인 타격을 안겼다. KTX의 운행이 중단되면서 이용객은 2014년 4860명에서 2016년 1069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송정역은 같은 기간 4973명에서 1만9021명으로 급증, 이후 2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셔틀·통근열차 도입으로 소폭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2023년 12월 노후화로 운행이 중단되면서 이용객은 다시 1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용객 감소의 여파는 상권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10년 동안 주변 식당과 숙박업소 등이 노후화하며 공실이 늘었고 도보 10분 거리에 있던 백화점도 철수했다. 거대 번화가의 몰락은 이미 위축돼가던 주변 상권의 공동화마저 가속했다.

성석현(70)씨는 "역 인근 상권이 쇠퇴하고 사람이 없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며 "KTX 운행 중단의 여파가 갈수록 심각해져 격세지감이다. 광주역과 주변 생활권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7일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동 광주역 일대 상권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준명 기자

아직 반전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핵심은 '달빛고속철도'와 '경전선 개량 사업'이다. 

송정역에서 광주역을 거쳐 서대구역까지 연결되는 '달빛고속철도 건설 특별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며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의 길이 열렸다. 개량을 통해 기존 경전선이 광주역에 종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또한 공사 중인 도시철도 2호선은 시민들이 대중교통만으로도 광주역을 쉽게 오갈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역 주변에서는 노후 주거지 정비와 상권 회복을 위한 도시재생 사업도 추진 중이다.

다만 달빛철도 후속 절차 지연과 경전선 관련 예산 확보 난항으로 사업 추진에는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열차 운행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침체된 역 주변 상권의 회복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호남고속선 개통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광주역이 다시금 지역의 관문역이자 번화가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지역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