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자기 정치’에 李 견제구? 명·청 ‘재판중지법 엇박자’ 막전막후

박성의 기자 2025. 11. 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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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재판중지법’ 추진 의지 드러낸 지 하루 만에…용산 “불필요한 입법”
‘대통령 정쟁에 끌어들이지 마라’ 메시지에…‘명.청 갈등설’ 모락모락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말라.' 드러난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 의중)' 앞에 여권이 동요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이른바 '재판중지법'(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제동을 건 가운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을 위한 당의 '선의'에 대통령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당혹감이 감지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입법에 대한 당정 간 이견을 넘어, 그간 쌓여온 당 지도부에 대한 대통령의 불만 표시로 읽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최근 행보에 거리감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표가 4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혐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국민의힘은 '대통령 5대 재판' 재개 요구

"이제부터 민주당은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 '국정보호법' '헌법 84조 수호법'으로 호칭하겠다. 국정안정법 논의가 지도부 차원으로 끌어올려질 가능성과 이달 말 정기국회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11월2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중지된다는 게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이며,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로 해석한 바 있다. 헌법상 당연히 재판이 중단되는 것이니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11월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대통령실이 '재판중지법 중지 신호'를 보낸 것은 여당이 야심 차게 관련 입법 추진 의지를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앞서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에 대한 5대 재판을 개시하라고 군불을 때니 민주당이 끓지 않을 수 없다"며 재판중지법이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들이 1심에서 모두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가운데, 야당이 이 대통령 재판 재개를 촉구하자 민주당이 입법을 통해 '사법 리스크 차단'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판단은 달랐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만약 법원이 헌법을 위반해 재판을 재개할 경우, 그때 가서 위헌 심판을 제기하고 이와 더불어 입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자신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해석해도 된다"고 했다. 강 실장의 발언을 요약하면 ①헌법상 대통령 재판은 이미 중지됐기에 입법은 불필요하며(법리적 판단) ②법원이 재판을 재개하더라도 사후 대응이 가능한데(시기적 판단) ③정쟁을 유발하는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정치적 판단)는 세 가지 판단 아래 현시점에서 민주당의 재판중지법 추진을 '오판'이라고 규정한 셈이다.

대통령실이 적신호를 띄우면서 여당도 재판중지법 추진 의지를 곧바로 접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대통령실의 입장이 나온 11월3일 당일 간담회를 통해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6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뒤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로, 당 지도부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본회의 처리가 가능한 상태였다.

11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정청래 대표 ⓒ시사저널 이종현

정청래 '개딸 정치'에 보낸 대통령의 경고장?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판중지법'을 도마에 올린 이는 정청래 대표가 아닌 박수현 대변인이고 '추진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한데, 이것이 마치 확정된 당론처럼 확산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도둑이 있으니 담을 쌓는 것이고 총알이 날아오니 방탄조끼를 입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재판중지법 추진은) 박수현 대변인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말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재판중지법이 번복되는 과정에서 나온 대통령실의 '메시지', 그리고 이 메시지를 전한 '메신저'가 의미심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선 대통령실은 재판중지법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단지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넘어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수위 높은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이 메시지를 대통령실의 대변인이나 당정 가교 역할을 하는 우상호 정무수석이 아닌, 이 대통령의 복심인 강훈식 비서실장이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전했다. 비단 재판중지법에 대한 우려를 밝히는 것을 넘어 사실상 당을 향한 이 대통령의 '엄중한 경고'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권 내부에서도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가 대통령실과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아 혼선이 초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명(親이재명)계 모임인 '원조 7인회' 멤버로 꼽히는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11월4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재판중지법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정 대표를 향한 (대통령실의) 경고성 메시지라기보다는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지 말라는 취지"라면서도 "당에서 이 문제로 불필요한 논의가 되는 것 자체를 두고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설'도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레임덕'도 오지 않은 정권 초에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이 충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많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정치 시계'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당장 이번 재판중지법 추진과 관련한 엇박자 배경도 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라지면서 발생한 '필연적 충돌'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과와 코스피 4000 달성 등 '행정 성과'를 홍보하고 싶어 하는 이 대통령 입장과, 내년 전당대회와 지방선거 공천 등을 앞두고 '입법 성과'를 통해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얻고 싶어 하는 정 대표의 상황이 부딪치고 있다는 추측이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11월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는데 정 대표가 고집스럽게 (재판중지법 추진을) 밀어붙였던 모양"이라며 "(정 대표가 재판중지법을 추진하면)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1월4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재판중지법을 둘러싸고 용산과 정청래 대표 체제 간 미묘한 갈등이 감지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강성 당원 기반의 당 운영에 경고장을 보낸 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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