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위대한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 [경기장의 안과 밖]

2025년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서사는 이미 만들어졌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이 열린 10월17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다저스타디움. 다저스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는 1회 초 밀워키의 첫 타자 브라이스 투랭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초구부터 패스트볼 제구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감을 되찾았다 2번 잭슨 추리오를 볼카운트 0-2에서 시속 100.3마일 포심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2018년 NL MVP인 3번 크리스천 옐리치는 2-2 카운트에서 시속 100.2마일 포심으로 역시 삼진. 좌타자 옐리치의 바깥쪽 낮은 코스에 거의 완벽하게 제구된 공이었다. 그리고 4번 윌리엄 콘트레라스는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초구 패스트볼 파울 뒤 스위퍼 두 개로 연속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다저스타디움 홈 팬들은 환호했다.
환호가 가라앉기도 전에 오타니는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했다. 메이저리그 유일의 투타 겸업 투웨이 플레이어인 오타니는 이 경기 선발투수이자 1번 타자였다. 표정은 평소보다 다소 굳어 있었다. 오타니는 필라델피아와의 디비전시리즈(DS)에서 18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이번 NLCS에서도 3차전까지 11타수 2안타, 슬럼프였다.
밀워키의 왼손 선발투수 호세 퀸타나의 초구는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트존 경계선을 아주 살짝 비껴가는 볼. 2구 슬러브는 이 공보다 더 낮았지만 주심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다. 볼 두 개가 연속으로 들어온 뒤 오타니는 5구째 가운데 싱커에 이 경기 첫 스윙을 했다. 파울로 풀카운트. 그리고 다음 공인 몸 쪽으로 떨어지는 슬러브를 강타했다. 누구나 이 타구의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비거리 136m 대형 솔로 홈런이었다.
2회 말 두 번째 타석은 볼넷. 4회 말 2사 세 번째 타석에서 오타니는 바뀐 투수 채드 패트릭을 상대로 다시 홈런을 터뜨렸다. 방향은 우중간으로 첫 홈런과 같았지만, 더 컸다. 다저스타디움 지붕을 넘겼다. 공식 비거리는 143m. 하지만 다저스 동료 맥스 먼시는 경기 뒤 “틀렸다. 최소 500피트(152m)는 날아갔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 타석은 7회 말 돌아왔다. 상대 투수는 정규시즌 30세이브를 따낸 밀워키의 마무리 트레버 메길. 메길은 볼카운트 1-2에서 오타니에게 시속 98.9마일 강속구를 던졌다. 하지만 오타니의 스윙 스피드를 이기지 못했다.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130m짜리 홈런. 스윙을 한 직후 오타니 자신도 탄성 소리를 냈다. 그리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마도 이 경기에서 처음인 듯하다. 더 활짝 웃어도 좋을 위업이었다.
오타니 이전까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한 경기 3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모두 11명이다. 이들 가운데 누구도 같은 경기에서 투수로 마운드에 선 적이 없다. 오타니는 NLCS 4차전에서 투수로도 6이닝 2피안타 무실점에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승리를 따냈다. 포심 최고 구속은 시속 100.3마일, 평균은 시속 98.5마일에 달했다.
오타니를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2025년 NLCS 4차전에서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기를 만들어냈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거의 없다.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적어도 현역 중에서는 오타니 단 한 명이다. 그리고 새로운 논쟁이 이어진다.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4차전 뒤 “역사상 최고 야구선수가 누구인가라는 논쟁은 10월17일 금요일에 끝났다”라고 썼다.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GOAT(Greatest Of All Time)로 꼽을 수 인물은 베이브 루스다. 루스는 1920년 메이저리그 최초로 50홈런을 쳤다. 종전 기록이 자신이 전해에 기록한 29개였다. 1920년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의 7.9%를 루스 혼자서 때려냈다. 올해 메이저리그 홈런왕인 칼 랄리(시애틀)의 60홈런은 리그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통산 타자 WAR(대체선수 대비 승수) 1위 선수가 루스(167.0)다. 그리고 투수로도 12.4승을 해냈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5시즌을 보낸 오타니는 타자로 36.0승, 투수로 13.7승이다. 단일 시즌 기준으로는 역대 타자 1~4위에 루스의 이름이 올라 있다.
그다음은 배리 본즈일 것이다. 역사상 그 어떤 타자보다도 투수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줬다. 통산 열두 번이나 고의사구 1위에 올랐다. 2004년엔 볼넷 232개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고의사구만 무려 120개였다. 통산 WAR 164.4승은 루스에게 근소하게 뒤진 2위다. 역대 최고 WAR 시즌 5, 6, 10위는 본즈의 몫이다.
루스는 야구의 새로운 시대 흐름에 누구보다 일찍 올라선 선수다. 메이저리그는 1920년부터 반발력이 좋은 야구공을 채택했다. 비거리가 긴 타구를 때리기에 유리했다. 그래서 야구사는 1920년 이후를 ‘라이브볼 시대’로 명명한다. 루스는 1919~1924년 6년 연속 양대 리그 홈런 1위였다. 라이브볼 첫해인 1920년 2위와의 차이는 35개였다. 1921년에도 35개. 하지만 1922년엔 2개로 줄었고, 1923년에는 사이 윌리엄스가 루스와 공동 1위였다.
본즈도 시대 흐름에 올라탔다. 좋지 않은 방향이었다. 그의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는 ‘스테로이드 시대’였다. 숱한 선수가 기량 향상용 약물을 복용했다. 본즈는 상대적으로 늦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복용을 시작했다. 본즈가 가장 위대했던 시기는 정상적이라면 기량이 쇠퇴해야 할 36세부터 4년이다. 약물로 얼룩진 위대함이었다.
하지만 오타니는 시대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 선수다. ‘투타 겸업은 아마추어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는 100년 가까운 통념을 깨고 두 부문 모두에서 최고 수준 활약을 해왔다. 오타니 이후 여러 선수가 투웨이 선수에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베이브 루스도 투타 겸업 시즌은 실질적으로 딱 2년이다. 게다가 오타니는 메이저리그가 어느 때보다도 넓어진 시대에 뛰고 있다. 루스의 시대에는 오직 백인만이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었다. 지금은 미국 흑인과 히스패닉, 동아시아 선수까지 경쟁하고 있다. 지금 메이저리그는 과학의 힘으로 선수 기량이 유례없이 급속도로 높아진 시기이기도 하다. 오타니 자신도 기량을 끌어올렸다. 2018년 메이저리그 첫 시즌에 오타니의 포심 평균 구속은 시속 96.7마일이었다. 올해는 시속 98.4마일이다.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이룬 향상이다.
지금 추세라면 오타니는 5년 안에 통산 500홈런을 달성할 것이다. GOAT에 대한 논쟁이 그때에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지금도 해볼 수 있는 질문이 있다. 역대 모든 프로야구 선수를 대상으로 가상의 드래프트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과거 선수들도 당대 기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다. 전체 1순위로 뽑혀야 할 선수는 루스일까, (약물복용을 하지 않은) 본즈일까, 오타니일까.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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