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닮은’ 피지컬 AI 공장으로 온다…제조업 한국 ‘기회이자 과제’

권효중 기자 2025. 11. 7. 0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혁신파도, 뒤바뀔 산업판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개최된 엔비디아 개발자 컨퍼런스 GTC 2024에서 엔비디아의 로봇공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새너제이/AFP 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을 주도한 미국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인공지능을 넘어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현실 공간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규모 일자리 감소와 고용 불안정, 경제적 불평등 심화 등의 과제도 동시에 안게 됐다.

피지컬 인공지능은 물리적 세계에서 구현되는 차세대 인공지능이다. 힘, 중력, 속도 등 물리 환경을 이해하고 현실에서 인간처럼 활동하며 판단을 내린다. 챗지피티(GPT) 같은 지금의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종합해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피지컬 인공지능은 현실의 물리 법칙과 사물, 시각 정보 등을 종합해 사람·사물과 상호 작용하며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인공지능이다. 인간을 본뜬다는 인공지능의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기술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월3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부대행사인 ‘시이오(CEO) 서밋’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물리적 세계와 만나는 피지컬 인공지능을 맞이하고 있다. 로봇 산업도 곧 ‘챗지피티 모멘트(순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챗지피티가 몰고 온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처럼 피지컬 인공지능이 적용된 로봇 산업도 거대한 변혁을 맞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 ‘시이에스(CES) 2025’에서 14대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와 함께 무대에 올라 “이제는 피지컬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선언했다.

피지컬 인공지능이 적용된 분야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영역은 휴머노이드다. 이 영역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나라는 중국이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매체인 엠아이티(MIT)테크놀로지리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업 160개 중 60개 이상이 중국 기업이었다. 샤오미(이족 보행), 유니트리(로봇 개) 등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이들은 서빙·접객에서부터 공연에까지 로봇을 활용한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스타트업 피겨 에이아이(AI), 구글 딥마인드 등이 경쟁하고 있다. 테슬라가 2021년 공개한 ‘옵티머스’는 인간과 같은 팔다리를 갖추고 촉각과 시각 센서 등을 달고 있으며, 피겨 에이아이가 개발한 휴머노이드는 지난해 독일 베엠베(BMW) 공장에 투입돼 시범적으로 일하기도 했다.

‘완전 자율주행’ 역시 피지컬 인공지능으로 이룰 수 있는 분야다. 현재 테슬라 차량의 ‘오토파일럿’은 인간이 손을 운전대 위에 두고 있을 때의 보조 기능이며, 완전자율주행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피지컬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도로 위 다른 차와 사람, 장애물 등을 파악해 100% 스스로 운전에 도전한다.

한국은 피지컬 인공지능 분야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다. 피지컬 인공지능을 위해서는 수많은 정보를 인식하는 센서부터, 두뇌 역할을 하는 신경망 처리장치(NPU)와 빠른 연산을 위한 인공지능 가속기가 필요한데, 젠슨 황이 이번에 한국 정부와 주요 기업에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대로 지피유가 대량으로 확보되면 한국 내 피지컬 인공지능 개발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더욱이 한국은 제조 공장과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강점이 있다. 엔비디아의 입장에서 에이치비엠부터 시스템 반도체까지 모든 분야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자율주행과 공정 자동화를 연구해온 현대차는 최고의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은 조선과 자동차, 각종 소재 및 부품까지 제조업 기반도 탄탄하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미국과 달리 제조업이 살아 있고, 독일 등 제조업이 살아 있는 유럽과 비교하면 직접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최고의 ‘테스트 베드’(실험장)”라고 말했다.

다만 피지컬 인공지능이 가속할 경우 예상되는 일자리 문제와 양극화 심화는 해결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모건스탠리는 장기적으로 미국 노동자의 40%와 직업군 75%가 휴머노이드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자리는 사라지고, 피지컬 인공지능 주도권을 쥔 소수의 대기업만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해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피지컬 인공지능 전환은 산업 생태계에는 기회가 되고, 특히 물류 창고 등 인간이 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이나 노동자 재교육 등을 통해 노동 시장의 변화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