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오진으로 치료시기 놓쳐 하지마비 됐는데, 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

박용하 기자 2025. 11. 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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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이라는 상품만큼 분쟁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금융상품도 없습니다. 특히 의료 과실이 발생했을 때 보험금이 지급되는지 아닌지, 분명 소비자가 사전에 ‘질병’ 등을 알리지 않아 잘못했지만 상해 사고가 해당 질병과 연관이 없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건 있는지 등 물음표가 끊이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이 6일 소비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주요 분쟁사례들을 공개했습니다. 금감원이 소개한 사례들을 통해 보험가입자가 놓치기 쉬운 유의사항을 알아봅니다.

의료과실은 상해보험금 지급 대상

A씨는 1차 병원에서 비뇨기계 질환으로 수술을 받고 퇴원했으나 의식저하로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하던 중 사망했습니다. 1차 병원은 일반적으로 함께 시행하지 않는 두 가지 수술을 동시에 시행한 과실을 인정하고 유족과 합의했습니다.

A씨 유족은 보험사에 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보험사는 지급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수술에 동의했고, 수술 부작용도 예상 가능한 범위여서 ‘상해사고’가 아니라는 게 보험사 입장이었습니다. A씨 유족들은 의료 과실로 사망에 이르렀는데 보험금이 나와야 한다며 금감원이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금감원은 유족 손을 들어줬습니다.

고객이 수술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의료과실로 인해 상해를 입는 결과까지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었습니다. 또한 의료과실은 약관에서 규정한 상해에 해당하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앞서 대법원도 이와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의료진의 오진으로 치료시기 놓쳐 얻은 장해도 상해

의료 과실까지는 아니지만 의료진의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는 어떨까요.

B씨는 허리통증으로 단순 치료를 받다가 갑자기 하지마비 장해를 입었습니다. 병원은 오진으로 인해 제때 의료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문제는 보험사 였습니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보험사는 하지마비 장해가 의사의 직접적 의료행위 때문에 발생한 상해가 아니라 제때 의료조치를 하지 않아서(부작위) 벌어진 문제일뿐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금감원은 이 경우도 소비자의 편에 섰습니다.

금감원은 “부작위 의료과실이 신체에 침해를 초래했다면 작위에 의한 의료과실과 달리 볼 수 없으므로 상해의 외래성을 인정하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진의 부작위에 의한 의료과실도 상해사고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서울고등법원도 2023년 “의사의 부작위 역시 신체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작용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보험설계사가 고지의무 방해했다면 계약해지 불가

보험을 가입할 때는 자신의 질병 등을 사전에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병력을 알리려고 했는데 그럴 기회가 없어서 알리지 못했다면 어떨까요.

C씨는 전화를 통해 청약이 이뤄지는 텔레마케팅(TM)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가입 당시 그는 고지의무 사항에 대해 일부 질문을 받지 않거나, 질문에 답할 틈도 없이 바로 다음 질문을 받아 제대로 알릴 기회가 없었습니다.

C씨가 나중에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 측은 과거 입원력을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금감원은 녹취 등을 통해 설계사가 고객이 알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 사실대로 말할 기회를 방해한 사실이 있다면 고지 의무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해지한 보험 계약을 복원하라고 햇습니다.

금감원 측은 “설계사의 고지방해가 확인된 경우, 고지의무 위반을 적용하여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지의무 위반했어도 사고와 상관없다면 보험금은 줘야

사전고지 의무를 위반했더라도 그 질병에 관한 부분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D씨는 어깨 질환으로 의료기관의 ‘수술 필요’ 소견을 받았으나 이를 알리지 않고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그 뒤 상해 사고로 어깨를 다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보험사는 ‘고지 의무 위반’이라며 보험 계약이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도 거절했습니다.

E씨의 가족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E씨는 알코올의존증 입원이력을 고지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했고 상해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유족이 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 측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도 거절했습니다.

금감원은 고지 의무 위반 사항과 상해사고의 인과관계가 없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씁니다.

금감원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는 타당하나, 고지의무 위반사항인 과거 질병력과 보험가입 뒤 입은 상해사고는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상법 및 질병상해보험 표준약관에 따라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상법 등에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이 증명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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