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語 글월 文] 사람 필요할 땐 “소개시켜줘” 아닌 “소개해줘”라 해야
‘시키다’는 제삼자에 대한 사동 표현
‘하다’만 붙여도 그 행위 한다는 뜻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살면서 누군가에게 한번은 할 법한 말이다. 같은 제목의 달콤한 유행가도 있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소개받고 싶은 거라면 “소개시켜줘”가 아니라 “소개해줘”라고 해야 맞다.
‘시키다’가 일부 명사 뒤에 붙으면 사동(使動), 즉 제삼자에게 동작을 ‘하게 하는’ 뜻을 지닌 동사가 된다. 예를 들어볼까. ‘교육하다’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지만, ‘교육시키다’는 누군가를 가르치도록 다른 누군가에게 시키는 것이다. “거짓말하지 마”는 ‘거짓을 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지만, “거짓말시키지 마”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거짓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너 자꾸 거짓말시킬래?”처럼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다시 정리하자. 사람이 필요할 땐 “소개해줘”라고 하면 된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는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군가를 다른 누군가에게 소개하게 해줘’라는 이상한 뜻이 된다. 그런데도 일상은 말할 것도 없고 신문·방송에서도 ‘소개시키다’로 잘못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시키다’를 쓰면 본래 의도와 달라지는 말이 많다. 대부분 ‘-하다’ 형태로 타동사(목적어가 필요한 동사)가 되는 말이다. 가결·구속·금지·반려·부결·성사·왜곡·유발·주입·주차·출당·폐차·해소·훼손·희석 모두 ‘하다’만 붙여도 그 행위를 한다는 뜻이 되는데, 보다 강하게 말하고 싶은 심정에서인지 ‘시키다’를 붙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몇가지만 살펴보자.
회의에서 어떤 안건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면 ‘가결했다’고 하면 된다. “○○당이 원안을 가결시켰다”고 하면 안건이 가결되도록 ○○당이 다른 누군가에게 사주했다는 뜻이 될 터인데, 이 얼마나 황당한가. 하지만 신문이며 방송에는 이런 얼토당토않은 ‘가결시켰다’ ‘부결시켰다’는 표현이 넘쳐난다. “발레파킹 로봇이 차량을 주차시키고 있다”는 문장은 어떤가. 사람이 로봇에게 주차를 시켰더니 로봇이 또 누군가에게 주차를 시키고 있다니. 이 역시 “…로봇이 차량을 주차하고 있다”고 해야 맞다.
다른 주장도 있다. 많은 언중이 이미 ‘-시키다’를 사동이 아니라 단순히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로 사용하고 있으니 무조건 틀렸다고 몰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리는 있다. 사랑이 그렇듯 언어도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할 때 변하더라도 미리 알려는 줘야 오해가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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