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물명 한 글자 바꿔 1.7억 '대출 먹튀'··· 구청·대부업체 농락한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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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에서 건물명 한 글자를 교묘하게 바꾼 전입신고가 접수됐지만 주민센터가 발견하지 못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자신이 거주하는 것처럼 꾸며 1억7,000만 원의 담보대출을 받은 뒤 잠적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선순위 세입자가 없고, 소유자가 실거주 중일 때 담보 가치가 높은데 집에 임차인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이다.
B씨는 2022년 5월 1억7,000만 원을 대출받고 나서 한 달 치 이자를 낸 뒤 잠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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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세입자 없는 척 허위로 전입신고
주택 담보로 1억7000만 원 대출 후 잠적
法 "전입신고 접수한 지자체 과실 없어"

서울 성북구에서 건물명 한 글자를 교묘하게 바꾼 전입신고가 접수됐지만 주민센터가 발견하지 못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자신이 거주하는 것처럼 꾸며 1억7,000만 원의 담보대출을 받은 뒤 잠적했다. 피해를 본 대부업체가 관할 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지자체 행정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제4민사부(부장 이문세)는 지난달 24일 A대부업체가 성북구청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배상 책임이 없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사건은 202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는 본인 소유 다세대주택에 보증금 4억3,900만 원을 받고 세입자 C씨를 들였다. C씨는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으며 건물명을 '○○○비'로 기재했다. 알파벳 B를 한글 발음으로 표기한 건데 등기부등본상 건물명과 주민등록 서류를 한글과 아라비아 숫자로 기록하도록 한 주민등록법 시행령에 따랐다.
12일 뒤 임대인 B씨는 건물명을 '○○○ B동'으로 바꿔 써 자신 명의로 다시 전입신고를 했다. 주민센터 담당 직원이 건축물대장 대조 없이 접수해 이중 전입신고가 됐다. B씨는 주민등록정보 및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에서 '○○○비'와 '○○○ B동'이 다른 주소로 인식된다는 점을 악용했다.
B씨 목적은 대출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선순위 세입자가 없고, 소유자가 실거주 중일 때 담보 가치가 높은데 집에 임차인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이다. B씨는 같은 해 5월 한 법무사 사무소에 대출을 의뢰했고, 사무소 소개로 A대부업체와 연결됐다. 대출 실행 전 사무소 직원 D씨가 담보물 확인을 위해 현장을 방문하자, B씨는 세입자가 거주하는 301호와 당시 비어 있던 옆 집 302호 문패를 맞바꿔 302호를 담보물이라 속였다. 주민센터에 대출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신청할 때도 '○○○ B동' 주소를 써 무사히 발급받았다.
B씨는 2022년 5월 1억7,000만 원을 대출받고 나서 한 달 치 이자를 낸 뒤 잠적했다. A업체가 경찰에 고소장을 냈으나 피의자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수사는 중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A업체는 2023년 12월 B씨와 성북구청, 사무소 직원 D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성북구청 소속 주민센터가 ①동일 주소 이중 전입신고를 받은 뒤 사후 확인 절차를 밟지 않았고, ②사실관계와 다른 증빙서류를 발급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1심에 이어 지난달 항소심에서도 지자체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주민등록법상 전입신고는 주민 신고에 따라 처리하는 데 신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뚜렷한 이유가 없는 한 공무원이 수정할 의무는 없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D씨에 대해서도 "대출 적격 여부, 담보물 심사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라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B씨에게는 대출금 1억7,000만 원과 이자, 지연 손해금 배상을 명했다. 그러나 B씨는 3년 가까이 행방불명 상태라 피해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A업체는 호소한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공무원 행정 착오가 대부업체 피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행정의 빈틈을 파고든 사기 수법인데 책임 소재를 보다 명확하게 짚는 판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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