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안맞는 백해룡 “마약 밀수범 진술 바뀌는 건 당연한 일”

강지은 기자 2025. 11. 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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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경정이 제기한 ‘마약수사 외압’
핵심 근거가 운반책들의 진술

인천 세관 공무원들이 필로폰 반입을 도왔다고 진술한 말레이시아인 마약 운반책 3명이 검경 합동수사단 조사에서는 종전 진술을 뒤집은 것(본지 4일 자 A8면)과 관련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경정은 “(운반책들의) 자기 방어에서 나오는 당연한 변호 활동”이라고 했다. 백 경정은 지난 5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운반책들의 진술이) 그때그때 달랐다”며 “검찰이 (종전 진술을) 왜곡하고 방향을 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반책들이 경찰 수사 때 ‘세관 직원들 도움을 받았다’고 한 진술이 진실이고, 검경 합동수사단이 사건을 덮기 위해 이들의 진술 번복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조계 인사들은 “백 경정이 제기하는 여러 의혹도 마약 운반책 진술 말고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백 경정 스스로 운반책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고 인정한 꼴 아니냐”고 했다.

백 경정이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시절 세관 공무원이 마약 밀수를 도와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말레이시아인 운반책은 3명이다. 2023년 9월 5일 검거한 여성 운반책 2명(A·B씨)과, 이보다 앞서 그해 2월 27일 검찰에 검거된 C씨다. 이들은 2023년 9월 백 경정 팀에 “(검거되기 전인) 2023년 1월 27일에도 당시 팔·다리·복부에 필로폰을 숨긴 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이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이 입국·통관을 도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최근 A·B씨는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 조사에서 “세관 직원들이 밀수를 도운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도 작년 12월 “(당시 상황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3명 모두 백 경정 팀 조사 때 했던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이와 관련해 백 경정은 지난 5일 A4 용지 20장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거짓 진술은 피의자들의 당연한 태도”라고 했다. 백 경정은 그러면서 “(2023년 11월) 세관 현장 검증 당시 운반책들 간 진술이 엇갈렸다. ‘작은 싸움’ ‘소동’ 때문에 현장 검증을 중지했다”고 했다. 운반책들의 증언이 수시로 바뀌었던 만큼 이들이 검경 합동수사단에서 세관 직원 도움이 없었다고 종전 진술을 뒤집은 것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백 경정은 “운반책 중 한 명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언더커버 경찰(위장 수사 경찰)’이라고 주장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꾸기도 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마약 수사 전문가들은 “수사를 교란하기 위해 말을 이리저리 바꾸는 건 마약 운반책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유독 백 경정이 세관 직원 연루 의혹만 굳게 믿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백 경정은 입장문에서 “(합동수사단이) 경찰 조서 내용을 왜곡하고 방향을 비틀기 위해 수형자들을 불러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도 했다. 백 경정은 “(수감자들을) 출정시켜 겁박하고 형량으로 ‘딜(거래)’하는 비열한 수사 방법은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주장의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합동 수사단에선 “백 경정이 근거도 없이 수사단을 공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합동 수사단이 구성된 동부지검은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

백 경정은 관세청장 등 관세청이 집단적으로 수사에 저항하고 있다면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면 수사에 응하라”고 했다. 그러나 애초 운반책들이 밀수를 도와줬다고 지목한 세관 직원들은 백 경정 수사팀의 소환 조사와 휴대전화 제출 요구에 수차례 응했다. 백 경정은 영등포서 형사과장 때 세관에 대한 압수 수색도 진행했다. 백 경정은 이날 “세관이 운반책들을 일제 검역에서도 빼내줬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관세청 관계자는 “일제 검역은 수하물에 음식물이 들어 있는지 검사하는 절차로 입국자 몸 수색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백 경정은 6일에도 입장문을 내고 “‘킥스’ 사용 권한을 부여받지 못해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고 했다. 킥스는 경찰과 검찰 등이 수사·기소·재판·집행 등 사건 관련 정보를 열람·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전자 정보 시스템이다. 검찰과 경찰은 별도의 킥스 시스템을 쓰고 있는데, 백 경정에게 어느 쪽 시스템을 사용하게 할지 검경은 아직 합의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백 경정이 이번 의혹 자체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를 빌미로 삼을 구실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다만 경찰 관계자들은 “킥스가 없어도 수사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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