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쌀 산업, 언제까지 이대로 둘 작정인가

박병원 퇴계학연구원 이사장·前 청와대 경제수석 2025. 11. 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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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량 줄어드는데
비싸게 구매·보관하느라
해마다 1조7000억 낭비
논콩 재배 보조금은
문제를 콩으로 옮길 뿐
쌀 향한 미신적 집착 버려라
전남 나주시 봉황면의 한 농협창고. 인부들이 매입한 공공비축미를 창고로 옮기고 있다. /김영근 기자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어떤 강도로 쌀 수입 확대를 요구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의 미국 콩 수입 중단이 미국을 타협하게 만든 주요 요인임은 안다. 미국에,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농산물 수출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우리가 쌀과 관련해 의미 있는 양보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했더라면 대미 투자 금액 등에서 좀 더 유리한 결말을 지을 수 있지 않았을까? 쌀에 대한 미신적 집착이 대외 통상 교섭 때마다 짐이 되는 이 상황을 언제까지 그대로 둘 것인가?

쌀 문제에 대해 여론조사는 필요 없다. 전 국민이 참여해 ‘돈으로 투표한’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1970년 136.4kg이었던 1인당 쌀 소비량은 작년 55.8kg으로 59%나 줄었다. 밥쌀 수요가 513만톤에서 287만톤으로 준 것이다. 일본·대만처럼 앞으로 더 줄 것이다. 이것이 가마당 20만원 수준에 팔릴 수 있는 물량의 한계다.

가공용·주정용 쌀은 3만원, 사료용은 2만4000원에 팔린다. 더 이상으로는 안 팔린다. 멀쩡한 쌀을 이 값에 팔기는 정서적으로 좀 곤란하다. 정부가 몇 년간 팔지 못한 쌀을 이 값에 팔아 준다. 1990년에 8만톤에 불과했던 가공용 쌀 수요가 지난해 84만톤까지 늘었다는 것의 민낯이다. 사료용으로도 작년에 40만톤을 비롯하여 지난 10년간 200만톤 이상을 팔았다. 사들이는 가격은 국산 19만원, 외국산 8만원 정도이다. 사고파는 가격 차이로만 연간 1조원 이상, 보관비 금융 비용 등을 감안하면 1조7000억 정도 손실을 내고 있다. 이것은 얻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날리는 돈이다. 언제까지 이걸 일이라고 하고 있을 작정인가?

그동안 쌀 생산도 많이 줄어 작년 359만톤은 1988년 605만톤까지 생산한 때에 비해 40% 줄었다. 쌀 재배 면적이 87년 127만ha에서 금년 68만ha로 46%나 줄었지만 10a당 생산량이 1990년 449kg에서 작년 514kg로 14%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쌀 수입 개방을 막는다고 자초한 의무 수입 물량이다. 1995년 450% 수준에서 시작해서 매년 조금씩 관세를 깎아가면서 수입 개방을 할 것이냐, 아니면 1986~88년 3년간 국내 소비량의 1%에서 시작해서 10년 후 4%까지 수입을 늘려가는 의무를 질 것이냐를 선택할 때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10년 후 재협상에서도 다시 관세화 개방을 거부하고 8%까지 의무 수입량을 늘려가는 쪽으로 선택하는 바람에 지금 우리는 해마다 쌀 40만9000톤을 수입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1986~88년 소비량 510만톤 기준으로 8%이지, 지금 290만톤 수준으로 떨어진 밥쌀 수요 기준으로 보면 14%에 해당하는 큰 물량이다. 무엇보다 아픈 것은 이 의무가 영구적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150%의 관세만으로도 쌀 수입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이미 1999년에 결단한 관세화 개방을 우리는 끝까지 기피한 업보다.

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손실을 줄여 보겠다고 농식품부는 보조금을 주어가면서 논콩 재배를 장려하고 있다. 이 늘어난 콩을 팔리게 하겠다고 콩 수입을 제한하여 수입 콩을 쓸 수밖에 없는 유지, 장류, 두부 등 식품 가공 업체가 곤경에 처해 있다. 국산 콩과 수입 콩의 가격 차가 4~5배나 되는 상황에서 국산 콩을 증산하면 쌀 과잉보다 어려운 문제를 만들 뿐이라는 것을 모르다니 경제 부처가 맞는지 모르겠다. 결국 쌀에서 겪는 문제를 콩으로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해서 지킨 쌀 산업에서 우리 농민은 얼마나 벌고 있을까? 2024년 10a당 쌀 판매 수입은 115만원(10a당 514kg이 나오니까 가마당 18만원), 여기서 10a당 경영비 58만원을 빼면 소득은 57만원이고 생산비 88만원을 빼면 순이익은 27만원이 된다(경영비와 생산비의 차이 30만원은 자기 노임과 자기 토지 임대료). 우리 농가 평균 경작 면적인 1.5ha를 경작했다면 855만원, 405만원이 된다. 쌀 농가 49.3만호 전체로 4.2조원, 2.0조원이 된다. 정부가 쌀을 사고팔면서 허공에 날리는 돈과 농업 예산 20조원 중 쌀과 관련된 금액을 합치면 쌀 농가가 버는 것보다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지면이 다했다. 2023년 우리는 밀, 옥수수, 콩을 1654만톤 수입했다. 달러를 벌어들이는 능력에 우리 식량 안보가 달려 있다. 쌀이 더 이상 나라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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