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24] ‘AI 시대의 스티브 매퀸’이 입은 성숙한 남자의 상징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대중의 관심이 가장 컸던 장면은 회장님들의 치맥 회동이 아닐까 싶다.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네 일상 공간에 들어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슈가 됐다. 정의선 회장의 올드머니룩, 자사 제품을 애용하는 이재용 회장의 점퍼를 비롯해, 입고 마시고 먹고 이야기한 모든 것이 관심을 받았다.
그중 남자의 물건이란 관점에서 단연 눈길을 끈 건 젠슨 황의 가죽 재킷이다. 그 유명한 시그니처 룩을 서울의 길거리에서 마주치니 AI 업계 리더의 상징이 아닌 중년의 패션 차원으로 다가왔다. 검은 반소매 티셔츠 위에 걸친 단단한 실루엣은 그야말로 박력 있었다.

가죽은 그 자체로 성숙한 남자의 상징이다. 가죽 재킷의 가장 큰 매력은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빚는 에이징(Aging)’에 있다. 거칠고 뻣뻣했던 새 가죽 재킷이 몸에 맞춰 주름지고 부드러워지는 과정에서 고유의 멋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변화로 가죽 재킷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역사와 이야기를 지닌 ‘남자의 물건’으로 거듭난다. 문제는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가죽 재킷은 그냥 보기에는 멋있지만, 가격부터 스타일링까지 막상 입으려면 부담스럽다. 그런 점에서 강남의 길거리에서 만난 젠슨 황은 현대의 남자, 특히 중년들이 어떻게 가죽 재킷을 소화하면 좋을지 보여준 ‘우리 시대의 스티브 매퀸’이라 할 수 있다.

가죽 재킷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제임스 딘의 더블 라이더 재킷이나 장식이 많은 할리 데이비슨의 마초적 분위기다. 하지만 젠슨 황은 지퍼가 정중앙에 있고 총장이 짧은 싱글 라이더 재킷을 주로 입는다. 불필요한 장식과 마초적인 무드를 덜어낸 절제된 양식은 영화 ‘대탈주’에서 스티브 매퀸이 입은 군용 A-2 재킷과 일맥상통한다. 젠슨 황의 싱글 라이더 재킷은 스티브 매퀸이 70여 년 전 영화에서 보여준 자유와 반항, 남자의 낭만을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해석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과 집념이 테크 산업의 야망과 맞닿았을 뿐, 본질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핏도 참고할 만하다. 남자의 가죽 재킷은 어깨는 딱 맞추되, 허리선에 떨어지는 짧은 길이가 이상적이다. 60대라 믿기 어려운 탄탄한 몸매 또한 젠슨 황의 가죽 재킷이 갑옷을 두른 듯 멋져 보이는 이유다. 이처럼 가죽 재킷은 남자의 태도를 담아낸 표현이다. 그러니 자기 자신에게만 떳떳하다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젠슨 황이 증명하듯 나이도 상관없다. 자신만의 삶의 태도와 자신감, 그리고 얼마간 예산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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