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가리면 기후위기 끝?…머스크의 ‘지구공학’, 더 큰 ‘재앙’ 부른다
영국왕립학회 “근본 대책 아냐”…환경단체 “탄소 감축 회피하는 핑계”
인공위성을 통한 태양에너지 차단으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대규모 인공위성 집단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양을 미세하게 조절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국왕립학회는 태양에너지를 인위적으로 막아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지구공학’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예기치 않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왕립학회가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줄이려는 인위적 개입은 효과가 일시적일 뿐 아니라 지구 곳곳에 예상치 못한 기후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구공학이란 인위적 개입을 통해 지구 기후를 변화시키려는 기술을 말한다. 탄소 배출량 감축만으로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기술이다.
영국왕립학회가 지난달 펴낸 ‘태양 복사 관리 정책보고서’를 보면 태양에너지를 차단하는 내용의 지구공학 기술을 통해 지구 온도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것 자체는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기술의 적용을 중단할 경우 멈춰 있던 기후변화가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전 지구 지표면 평균기온이 수십년 사이 1~2도가량 급상승할 위험성이 있다. 전 세계가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이번 세기말까지 1.5도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온도 상승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또 태양에너지를 차단한다고 해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고 해양 산성화 역시 해결할 수 없다.
인공위성을 이용하지 않고 태양에너지를 차단하는 지구공학 기술도 있다. 첫 번째는 고고도 항공기를 이용해 이산화황을 성층권에 뿌려 태양열 일부를 우주로 반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박을 이용해 해수에서 나온 미세한 소금 입자를 분사함으로써 대기 하층 구름의 태양에너지 반사율을 높이는 것이다. 소금 입자들이 구름의 응결핵 역할을 하면서 구름 속 물방울의 수가 증가하면 반사율이 높아진다는 원리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 같은 태양에너지 차단 기술이 지역별로 실행될 경우 다른 지역들에서는 태풍, 가뭄, 열대우림 소멸 등 기후재난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구 남반구 대기 상층에 이산화황을 뿌리면 북대서양에서는 허리케인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게 된다. 또 지구 북반구에 뿌리면 북아프리카 사헬 지역에 가뭄이, 열대 지역에 뿌릴 경우 지중해에 가뭄이 발생할 수 있다. 동남대서양에서 해양 구름의 반사율을 올려 태양에너지를 막으면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또 지구공학이 화석연료 연소라는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을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 보완 방법일 뿐 대체 방법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구공학을 핑계로 근본 대책인 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을 회피하려는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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