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버티는데 한계"… 신안군 공무원 5년간 80여명 떠났다
매주 월요일 ‘새벽 3시 기상’ 출근만 5시간 소요
금요일 퇴근 때 날씨 안좋으면 섬에 그냥 갇혀
낡은 관사·끊긴 문화…외로운 생활
온전히 쉴 수 있는 날 토요일 하루뿐
"애정 없인 버틸 수 없는 근무" 현실

천사섬이라 불리는 전남 신안. 그러나 그 이름 뒤엔 외딴 섬마다 고립된 행정을 지탱하는 공무원들의 고단한 일상이 있다. 1004개의 섬마다 행정의 손길이 닿아야 하지만,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현장은 점점 비어가고 있다. 배
편에 묶인 출퇴근, 낡은 관사, 끊긴 문화 인프라 속에서 공무원들은 '버티기'로 하루를 견딘다. 문제는 이 같은 고립된 근무 환경이 공무원의 잇따른 전출과 퇴직으로 이어지며, 행정의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신안군을 떠난 공무원은 80여 명에 달한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으나 지원자조차 없어 재공고를 반복하는 실정이다.
섬 공무원의 이탈은 단순한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지방소멸과 행정 지속성의 위기로 직결된다. 남도일보는 3회에 걸쳐 신안 섬 지역 공무원들의 근무 현실과 인력 이탈의 원인, 지속 가능한 섬 행정을 위한 대안 등을 심층 분석한다. <편집자주>
"배가 안 뜨면 하루가 멈춰요."
전남 신안군 신의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최연소 직원 정재연(25)씨의 하루는 오전 3시부터 시작된다. 광주 자택을 나서 목포항으로 향하고, 오전 5시 40분 첫 배를 타야 한다. 이마저도 바다가 잠잠해야만 출근이 가능하다. 풍랑주의보라도 내려지면 배는 멈추고, 업무도 함께 멈춘다.
신의면까지는 배로 약 2시간, 육상 이동까지 합치면 꼬박 5시간이 걸린다. 금요일 퇴근길이나 일요일 복귀길에 배가 끊기면 섬에 '갇히는' 일도 있다. 정씨는 "사실상 쉴 수 있는 날은 토요일 하루뿐"이라며 "휴일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기 위해 월요일 새벽 배를 탄다"고 말했다. 이어 "월요일에 바람이 많이 분다는 예보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일요일 배를 타고 간다"면서 "기상 예보를 보며 배 시간을 조정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생활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대부분 오래된 민박을 개조한 관사에서 지내는데 여름엔 벌레가 들끓고 장마철엔 곰팡이 냄새가 가득하다. 인근 병원이나 편의시설도 멀어 생활 불편이 끊이지 않는다. 손희선(25)씨는 "생활 자체가 근무의 연장이자 인내의 연속"이라고 토로했다.
1992년부터 섬 근무를 이어온 박향란 신의면장은 "직원이 힘들어하면 보면 안다. 조금만 지켜보면 '이 친구는 떠나겠구나' 감이 온다"면서 "한 번은 부모님이 함께 부임한 직원이 있었는데 부모가 '여긴 아니다'라며 데려가 버린 일도 있었다"고 했다.
공무원이 한 명이라도 빠지면 면 단위 행정은 즉시 흔들린다.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남은 직원들이 두세 배의 일을 떠안는 일도 흔하다. 2년차 직원 박상훈(34)씨는 "여기서 일한다는 건 행정의 끈을 잇는 일"이라며 "누군가는 해야 할 자리라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팀만으로는 행정이 지속되기 어렵다. 최근 신안군을 비롯한 섬 지역에서는 신규 공무원의 조기 퇴직이 잇따르고 있다. 정주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젊은 인력의 이탈은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박인희 하의면장은 "섬 근무는 애정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있어야 한다"며 "이런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젊은 인력 유입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훈 기자·박장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