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인공지능이 공조 판 키운다… '수십조 시장' 누가 휘어잡나
독일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
삼성, 15억유로 지분 100% 인수
LG도 OSO그룹 흡수… 시장확대
유럽 히팅시장 중심의 사업 운영
中은 美 가정용 HVAC 시장 눈독
개인 넘어 B2B까지 글로벌 확장


삼성전자, LG전자가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내걸었다. 흔히 공조 사업이라 하면 냉방·난방사업으로 에어컨이나 히터 등을 떠올린다. 그런데 기존에도 해왔던 이 사업이 인공지능(AI) 사업과 결합되면서 미래 핵심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의 경우 에너지 효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저전력 고효율 제품이 대한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애시당초 에어컨 보급률도 낮은 시장이라 현지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크다.
북미 지역의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공조시장인데다, 최근 인공지능(AI)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주요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것은 HVAC 사업의 높은 성장성을 예측하게 한다. AI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AI 데이터센터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고부가 제품인 칠러(초대형 냉방기)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삼성·LG전자, 유럽 공조업체 인수… 현지화 강화
삼성전자는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유로(약 2조37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계약을 6일 마무리했다. 이번 인수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첫 조단위 인수합병(M&A)으로, 공조 사업 확장의 의지를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로봇·자율주행·확장현실(XR)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해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 플랙트는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가진 독일 최대 공조기기 업체다.
미국에서는 현지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지난해 합작법인인 '삼성 레녹스 HVAC 노스 아메리카' 설립했다. 합작법인은 삼성전자 50.1%, 레녹스 49.9% 지분으로 올해 하반기 미국 텍사스주 로아노크에서 설립됐다. 2014년에는 미 시스템에어컨 유통업체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하며 현지 유통망 확장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6월 유럽 최대 온수 솔루션 기업인 'OSO그룹' 지분 100%를 인수하며 유럽 온수·히트펌프 시장 공략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OSO는 1932년 설립된 이후 난방·온수를 아우르며, 유럽 히팅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노르웨이 혼순드와 스웨덴 아말에 생산 기반을 두고 있으며, 스테인리스 워터스토리지 분야에서는 유럽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지난달 말 노르웨이 OSO 본사에 방문해 현지 임직원들과 워크숍을 갖고, 미래 사업 방향과 시너지 방안 등을 모색했다. LG전자 역시 OSO가 독자적인 사업 구조를 이어가도록 했다.
유럽의 경우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대신 온수·히트펌프 등의 시장이 활성화된 가운데, 탈탄소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이후 에너지 효율 규제가 강화돼 저전력·고효율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비전선포식에서는 냉방, 히트펌프, 환기청정기 등 HVAC 영역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공유했다. 경동나비엔은 작년 9월 '비전 50-50' 선포식에서 냉방, 히트펌프, 환기청정기 등 HVAC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 전략을 제시했다.
◇中도 뛰어든 HVAC… 글로벌 업체들도 사업 확대
글로벌 업체들도 HVAC 사업 경쟁력을 공격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쉬는 지난 7월 미국 대표 공조업체인 존슨콘트롤스와 존슨콘트롤스-히타치 에어컨 합작법인을 76억유로(약 12조1000억원) 규모의 인수 계약을 마무리했다. 보쉬는 이번 인수를 토대로 미 HVAC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가정용 HVAC 분야에서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는 올해 초 미 현지 HVAC 유통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하이팩(Hi-PAK) 인버터 히트 펌프 패키지 시스템을 출시하는 등 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TCL은 올 2월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서 열린 북미 최대 공조전시회 'AHR 엑스포 202'에 참가해 첨단 중앙공조(VRF) 시스템, 고성능 자연냉매 프로판(R290) 3열 히트 펌프, R290 일체형 온수기 등의 HVAC 솔루션을 선보였다.
현재 미 HVAC 시장은 존슨 콘트롤즈, 레녹스를 비롯해 트레인, 캐리어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LG전자, 삼성전자, 경동나비엔 등이 현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들 미국 선도 업체들은 칠러 사업도 병행하고 있으며, 칠러 시장에서는 일본 다이킨 등이 글로벌 강자로 꼽힌다. LG전자의 경우 터보 칠러 분야에서 글로벌 빅5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60억유로(약 9조6000억원)에 존슨 콘트롤스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지만, 레녹스와의 합작법인 형태로 방향을 굳혔다.
◇AI 수요 증가에… B2C 넘어 B2B로 영역 확장
이처럼 국내 업체들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이 HVAC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그만큼 시장 성장력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에어컨, 히트펌프 등 기존 소비자 중심의 시장(B2C)에서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상업용 HVAC 수요도 빠르게 커지고 있어 새로운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단독 주택 중심의 주거 형태에 덕트(후드) 설치가 용이해 유니터리 방식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동주택과 중소빌딩 공급이 늘어나면서 개별 공조 시스템과 유니터리·개별 공조를 합친 결합형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기업간거래(B2B)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개별공조 중심의 솔루션에서, 산업·대형 건물용 솔루션과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 '삼성 HVAC 테스트 랩'을 설립하고, 냉난방기의 난방 성능을 좌우하는 '제상 시스템'과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 '히트펌프 솔루션'의 신뢰성 검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테스트 랩이 위치한 아사히카와는 내륙 분지로 겨울철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 월 누적 적설량이 최대 127cm에 달하는 혹한·강설 지역으로 극한 기후를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LG전자는 작년부터 미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 HVAC 제품을 생산하며 현지화 전략을 강화했다. 지난 4월엔 미 워싱턴DC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DCW) 2025'에 첫 참가해 칠러를 포함한 B2B HVAC 솔루션을 선보이는 등 현지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LG전자는 올해 데이터센터향 냉각 솔루션 수주를 작년 대비 3배 이상 늘리는 등 시장보다 2배 빠른 압축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HVAC 사업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칠러 매출은 2년 내 1조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작년말 조직개편에서 ES사업본부는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별도 사업본부로 출범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BIS 월드에 따르면 2028년 HVAC 시장 규모는 610억달러(88조8000억원)로 추산된다. 또 시장조사업체 비스리아(BSRIA)에 따르면 북미 공조 시장은 올해 320억달러(약 43조5000억원)에서 2034년 488억달러(약 66조4000억원), 시장조사업체 모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유럽 HVAC 서비스 시장 규모는 올해 2025년에 157억2000만달러에서 2030년엔 237억3000만달러(약 34조원) 규모로 각각 높은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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