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CFA 신순규, 신작 에세이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 출간

곽성일 기자 2025. 11. 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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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MIT 출신 월가 애널리스트의 불가능을 넘은 삶과 통찰 담아
“시각장애는 한계가 아니다… 함께하면 불가능도 평범해진다”
▲ 신순규 에세이_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_표1 (1)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공인재무분석사(CFA)이자, 하버드·MIT에서 공부하고 월가에서 30년 넘게 활동해 온 신순규 애널리스트가 신작 에세이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판미동)를 출간했다.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2015), '어둠 속에 빛나는 것들'(2021)에 이어 4년 만의 신작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 온 그의 인생 철학과 글로벌 금융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담았다.

이번 책에는 지난해 9월 16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국제 시각장애인 음악축제' 연설 전문이 함께 수록됐다. 벨라음악재단 후원회장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우리의 더 큰 목표는 인류가 힘을 합칠 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이 가능하고, 심지어 흔한 일이 될 수 있음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준비부터 후원 확보까지 8개월의 과정을 기록한 뒷이야기는 책의 백미로 꼽힌다.

책 제목이자 저자의 좌우명인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는 미국 고등학교 시절 그가 양궁을 배울 때 시작된 문장이다.

당시 시각장애인에게 양궁은 불가능한 운동으로 여겨졌지만, 그의 스승은 "못 하는 게 아니라,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며 활을 쥐게 했다. 이 말은 이후 신순규의 인생을 이끄는 원칙이 되었고, 그의 경력 전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다.

그는 "시각장애가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처럼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스스로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삶의 전환점에서 주저하는 이들에게, '시도하는 용기'가야말로 가장 실질적인 해답임을 일깨운다.

책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난 아내의 말을 듣지 않기로 했다'에서는 월가 애널리스트로서의 현실과 가족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2장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에서는 장애에 대한 열린 시선과 사회적 포용을,

3장 '올인하는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에서는 투자 과열 시대의 윤리와 균형 감각을,

4장 '오늘은 퍼펙트 데이, 거의'에서는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그의 글에는 냉철한 경제인의 언어와 동시에 인간적인 온기가 묻어난다.

그는 "내가 만드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보고서가 아니라 관계"라며 "가족과 동료, 친구 사이의 신뢰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창조"라고 적었다.

월가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삶의 통찰도 깊다.

그는 "전쟁, 위기, 경기침체 속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다"며 "작은 연대와 이해의 행동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진짜 자본"이라고 말한다.

냉철한 숫자와 따뜻한 마음이 공존하는 그의 문장은, '경제'와 '삶'의 균형을 사유하게 만든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울린 연설, "불가능은 함께할 때 사라진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2025년 9월 파리 유네스코 본부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제 시각장애인 음악축제' 연설문이 실려 있다.

행사를 공동 추진한 벨라음악재단 김미라 대표는 유네스코 본부에 수백 통의 이메일을 보내며 8개월간 제안을 이어갔고, 결국 세계 30여 개국의 시각장애인 음악가들이 한 무대에 올랐다.

신순규는 "이 무대는 단지 음악이 아니라 인류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사건"이라며 "함께하면 불가능이 평범해진다"고 말했다.

그의 연설은 현장 관객은 물론, SNS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감동을 전했다.

'볼 수 없다는 것이 느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그의 말은, 시각장애를 넘어 인간 보편의 메시지로 울림을 남겼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난 신순규는 아홉 살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어머니의 권유로 피아노를 배우며 세상을 듣는 법을 익혔고, 열다섯 살에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일반 고등학교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경영학과 조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장애인에게 닫힌 직업'을 연구하던 중,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첫 사례가 되자'고 결심했다.

이후 JP모건을 거쳐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에서 근무하며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CFA 자격 보유자가 됐다.

그는 현재 월가에서 31년째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보육원 출신 청년을 돕는 야나 미니스트리(YANA Ministry) 이사장, 시각장애인 음악가를 지원하는 벨라음악재단 후원회장으로도 활약 중이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시각장애는 내 현실이지만, 그 현실이 내 인생의 한계를 의미하진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는 일, 그것이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