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을 ‘감사’하다 ⑦ 유병호 등 감사원 간부들 고액 ‘쪼개기’ 결제 관행 포착
감사원 전·현직 최고위 간부들이 직원 회식 등에 집행한 수백만 원의 경비를 ‘쪼개기 결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식당에서 50만 원 이상을 집행할 시 두 차례로 나눠 결제하거나, 자리에 동석한 두 간부가 비용을 절반씩 분담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특정 수사 또는 감사 업무에 제한적으로 써야 할 특정업무경비를 업무추진비와 섞어서 분할결제한 사례까지 확인됐다. 이는 기획재정부 예산집행 지침을 어긴 것으로 정부는 이런 방식의 ‘쪼개기 결제’를 금지하고 있다.
감사원 간부들의 ‘쪼개기 결제’… 기재부 지침 위반
뉴스타파가 감사원과의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확보한 2022~2024년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이하 특경비), 업무추진비(이하 업추비) 집행내역을 보면, 같은 기간 감사위원들의 ‘쪼개기 결제’는 최소 6건으로 나타났다. 업추비나 특경비 집행 카드로 50만원 이상의 고액 지출 건을 분할결제한 사례다. 이외에도 ‘동일한 모임’의 비용 지출을 업추비와 특경비로 번갈아 경비처리한 사례까지 합치면 쪼개기 결제 건수는 더 늘어난다.
#유형1. 50만원 넘는 ‘고액’ 결제에 ‘특경비’ 활용
유병호 감사위원은 2022년 7월 사무총장이 된 이후, 한날 한시 한 식당에서 두 개 카드로 나눠 식비를 ‘쪼개기 결제’했다.
그는 사무총장에 취임한 직후인 2022년 7월 6일, 감사원에서 도보로 4분 거리에 있는 한 한우구이 식당에서 오후 1시 1분 결제를 진행했다. 업추비 카드로는 40만 1700원, 특경비 카드로는 32만 원을 써서 총 72만 1700원을 결제했다.
이렇듯 유 위원은 같은 식당에서 같은 시각 분할결제를 했지만 각각의 집행 증빙은 의견수렴(업추비)과 현장조사(특경비)로 나누어 기재했다. 쪼개기 결제뿐 아니라, 집행 증빙을 허위로 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유 위원은 같은 달 26일, 서울 광화문 인근 한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도 분할결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후 8시 45분, 동시에 두 개 카드로 결제한 내역이 확인된 것이다. 그는 이날 특경비 카드로 48만 원을, 업추비 카드로는 23만 6000원을 결제했다. 총 결제 금액은 71만 6000원이다.
이때도 그는 2개의 카드를 섞어 쓰면서 각각의 예산 집행 사유와 인원을 다르게 기재했다. 특경비는 자신을 포함한 10명이 모여 ‘현장조사 활동을 했다’는 내용이었고, 업추비는 ‘감사원 직원 4명에게 의견수렴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정부 지침상 50만 원 이상을 결제하면 동석한 상대방의 신원을 기재해야 하는데, 이를 회피할 의도로 분할결제를 선택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무엇보다 유 위원의 이 같은 ‘쪼개기’ 패턴은 정부가 정한 예산 집행 지침을 어긴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업무추진비 등 다른 비목으로 집행이 가능한 경비는 특정업무경비로 집행하는 것을 지양하라”라고 규정하고 있다. 업추비로 집행 가능한 내부 회의나 간담회 비용은 특경비로 쓰지 말라는 뜻이다.
또 지침은 “수사, 조사, 감사 등 수행을 위한 비공개 회의, 정보수집 활동을 위한 비공식 간담회 등 대외 비공개가 바람직한 사항”은 예외적으로 특경비를 집행해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앞선 쪼개기 사례의 경우, 이미 같은 건에 대해 일부 금액을 업무추진비로 결제했기 때문에, 지침이 명시한 예외 조건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형2. 특경비 ‘더치페이’
현직인 이미현 감사위원과 이남구 감사위원이 한 날, 한 시, 같은 식당에서, 동시에, 동일한 금액을 나눠 결제한 내역도 확인됐다.
두 위원은 지난 2023년 12월 20일, 서울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한 한우구이 식당에서 각각 30만원씩 특경비를 사용했다. 두 위원의 카드 결제 시각은 정확히 오후 8시 16분으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이미현 위원은 본인을 포함한 3명이 모여 ‘감사 안건을 심의했다’고 집행 사유를 기재했고, 이남구 위원은 본인 포함 6명이 ‘현장조사 활동을 했다’고 적었다.
뉴스타파는 두 위원에게 해당 결제 건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20여년 간 감사원에 재직한 유희상 전 감사위원과 최성호 전 사무총장도 동일한 시점에 분할 결제한 내역이 확인됐다. 2022년 3월 30일, 유 전 위원과 최 전 사무총장은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고급 중식당에서 각각 24만 8500원씩 분할결제했다.
먼저 유 전 위원이 오후 8시 28분, 최 전 사무총장은 1분 뒤인 8시 29분에 결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들도 각각의 집행 증빙을 다르게 적었는데, 유 전 위원은 총 5명이 ‘심의활동비’ 명목으로 식사를 했다고 적었고, 최 전 사무총장은 ‘현장조사활동비’ 명목으로 모두 4명이 식사를 했다고 적었다.
2022년 4월 28일, 두 사람은 서울 종로3가에 위치한 또 다른 고급중식당에서 ‘분할결제’를 했다. 각각 27만 4500원씩, 총 54만 9000원을 오후 8시 55분 동시에 결제한 것이다. 이중, 유 전 위원은 ‘감사결과 이견조정활동을 했다’며 업추비를 썼고, 최 전 사무총장은 ‘현장조사 활동’을 벌였다면서 특경비를 사용했다.
뉴스타파는 예산집행 지침상 쪼개기 결제가 금지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유 전 위원에게 질의했지만, 그는 감사위원 재직 당시 최 전 사무총장과 식사를 한 적이 없다고만 밝혔다.
#유형3. 회의 한 번에 회의비는 두 번
조은석 전 감사위원은 재직 당시인 2023년 11월 1일, 서울 삼청동 소재 한 한우구이 식당에서 오후 1시 7분과 8분, 각각 49만 9000원과 28만 7000원을 특경비 카드로 분할결제했다. 두 건 모두 자신을 포함한 13명이 모여 ‘안건 심의 관련’ 회의를 했다는 명목이었다. 모두 78만 6000원 어치 식비를 계산하면서 굳이 같은 카드, 같은 명목으로 쪼개서 결제한 것이다.
#유형4. 1차는 업추비로 2차는 특경비로
연속된 모임인데, 업추비-특경비로 나눠 결제한 사례도 확인됐다. 유병호 감사위원은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지 5일 만인 2022년 6월 20일 저녁 8시 36분 서울 강남역 한 고깃집에서 72만 9000원을 결제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등을 감사했던 김숙동 당시 과장 등 모두 7명이 모인 자리에서였다. 집행 명목은 ‘감사활동 관련 의견수렴’이었다.
이로부터 약 두 시간 후인 10시 36분,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은 도보로 약 4분 거리에 있는 한 수제맥주집에서 특경비 카드로 20만 3400원을 한번 더 결제했다. 50만 원 이하이기 때문에 누가 동석했는지는 기록하지 않았지만 본인 포함 5명이 ‘현장조사 활동’을 벌였다며 경비처리했다. 당시 유 사무총장의 동선을 고려하면, 1차를 마친 후 2차로 자리를 옮겼을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불과 두 시간 전 인근 고깃집에서 감사원 내부 직원들과 회식을 하다가, 돌연 감사 안건에 대한 현장조사를 했다는 셈인데, 일반적인 경비 지출로는 보기 어렵다. 만약, 직원 회식에 업추비가 아닌 특경비 카드가 사용됐다면, 지침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한달여 후인 2022년 7월 27일 오후 9시 21분,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은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한 한정식집에서 57만 2000원을 업추비 카드로 결제했다. 최재혁 과장 등 8명에게서 ‘감사활동 관련 의견수렴’을 했다는 명목이었다.
이번에도 그는 1차를 마친 후 직원들과 2차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약 한 시간 후인 10시 42분 일본식 선술집에서 특경비 카드로 6만 8000원을 결제한 내역이 확인된다. 이 선술집은 앞선 한정식집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조은석 전 감사위원도 재직 당시 업추비와 특경비를 섞어 쓴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주로 1차는 업추비로, 2차는 특경비로 처리한 경향이 나타났다. 이런 방식의 ‘쪼개기’는 모두 23건이었다. 정부 지침상 업추비와 특경비는 서로 혼용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조 특검은 “공적 업무와 관련해 사용한 것”이라며 “카드 전표 외 별도의 증빙자료가 작성되고 있는 것은 몰랐고, 비용정산 담당 실무자가 사용 내역에 대해 자신에게 물은 적도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50만원 이상 집행 시 동석자 공개 의무 회피
감사원은 건당 5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하면 주된 참석자의 소속과 이름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하는 내부 지침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난 감사원 고위 간부들은 50만 원이 넘는 고액 회의비를 분할결제함으로써 이 같은 규정을 회피했다.
더구나 50만 원 이상의 고액 지출 건에서도 참석 인원을 부풀리는 등의 부실한 집행 증빙이 확인됐다. 유병호 감사위원은 2023년 5월 18일 오후 8시 10분 서울 중구 소재 신라호텔 내 뷔페 식당인 ‘더파크뷰’에서 74만원을 결제했는데, 당시 사용 인원은 10명이었다.
하지만 2023년 3월 기준, ‘더파크뷰’의 성인 1인당 식사 요금은 평일 기준 최소 16만 8000원으로 10명이 먹었다면, 74만원 이상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인원 부풀리기가 의심되는 내역이다.
지난 2019년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 11개 정부 부처가 쓴 업추비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당시 감사원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국무총리실의 ‘쪼개기’ 결제 관행을 지적했다. 각 부처가 50만 원 미만 단위로 분할결제를 진행하고 참석자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반면, 감사원에 대해선 내부 감사를 진행한 결과, ‘23시 이후 심야 집행시 증빙자료 누락’을 지적했을 뿐, 분할결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감사원 “내부 시스템으로 관리”… 지침 위반 여부엔 침묵
뉴스타파는 감사원 측에 간부들의 ‘쪼개기 결제’ 관행을 알고 있었는지, 특경비를 업추비와 구분 없이 써도 문제가 없는 것인지, 감사원 내부의 예산 집행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내부 시스템을 통해 매월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집행 제한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특정업무경비에 대해서는 업무추진비 집행 지침을 준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소관 부서에 집행 적정성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고, 집행 적정성에서 중대하게 벗어난 경우에는 관련 자료를 감찰담당관실에 송부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위 간부들의 예산 지침 위반 여부에 대해선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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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김지윤 jiyoo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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