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을 ‘감사’하다 ⑧ 조은석, '집 근처'서 정부카드 상습 결제… 허술한 내부 감시
감사원 고위 간부들이 '자택 근처'에서 상습적으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써왔던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를 제한하거나 비용에 대한 별도 증빙을 제출받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다른 정부·공공기관의 예산 사용 실태를 감사해 온 감사원이 정작 내부의 예산 오남용은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뉴스타파는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통해 확보한 감사원 예산 자료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뉴스타파, 감사원 고위직 업추비·특경비 사용 실태 분석
업무추진비는 공무원이 내·외부 인사와 업무 협의나 간담회 등을 진행할 때 쓰는 경비다. 특정업무경비는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 업무를 위해서만 써야 하는 경비를 뜻한다.
여러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업추비의 자택 근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회계 관리에 관한 훈령'에는 "업추비는 사용자의 자택 근처에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는 객관적인 증빙 서류(출장명령서 등)를 제출한 경우 사용할 수 있다"고 나온다.
감사원도 업추비의 자택 근처 사용을 감사한 적이 있다. 감사원은 지난 2019년, 11개 정부기관의 업추비 사용 실태를 감사했을 당시 집 근처에서 업추비를 사적으로 쓴 공무원들을 적발했고, 징계 요구를 의결하기도 했다.

특경비 또한 별도 증빙 없이는 자택 근처 사용이 제한되는 경비다. 일반적인 회의나 간담회에는 사용할 수 없고, 업추비와 중복으로 결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랫동안 정부 예산 감시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세금 도둑 잡아라'의 하승수 대표(변호사)는 "특경비보다 집행 기준이 완화된 업추비도 자택 근처 사용을 금하는데, 특경비가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감사원 대변인실도 "특경비 집행 지침은 별도로 없고, 업추비 지침을 준용해 쓰도록 한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정보공개 소송으로 확보한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감사원장과 사무총장, 감사위원(원장 제외 6명)의 업추비, 특경비 집행 내역과 증빙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감사원 고위 간부 중에서도 자택 인근에서 업추비와 특경비로 밥값과 술값을 결제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 감사위원 시절 '자택 근처' 업추비·특경비 사용
조은석 현 내란 특별검사는 지난 2021년부터 올해 1월까지 감사위원을 지냈다. 감사원 예산 자료에 따르면, 조 특검은 2022년부터 매해 3천만 원에 달하는 업추비와 특경비를 썼다. 2022년 약 2천 7백 60만 원, 2023년 약 2천 9백 80만 원, 2024년 약 2천 9백 80만 원이었다. 6명의 감사위원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취재진은 감사원 예산 자료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조 특검이 쓴 업추비와 특경비 자료도 분석했다. 그중 정부 지침을 기준으로 조 특검이 자택 인근에서 업추비와 특경비를 쓴 사실이 없는지를 점검했다.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정보에 따르면, 조 특검의 집은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 남부 시외 버스터미널 인근의 공동주택(아파트)으로 확인된다.

확인 결과, 조 특검은 집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있는 치킨집에서 업추비를 2번, 특경비를 2번 썼다. 2023년 12월 15일, 2024년 6월 3일, 2024년 6월 4일, 2024년 10월 11일이었다.
총 결제 금액은 21만 5500원이었다. 결제 시각은 모두 밤 10시가 넘어서였고, 이 중 한 번은 밤 11시 14분이었다. 기획재정부와 감사원의 업추비 집행 지침에는 '밤 11시 이후'가 '비정상 시간대'로 규정돼 있다. 원칙적으로 업추비 사용이 제한된 시각이라는 의미다.
조 특검이 감사원 재무 부서에 제출한 증빙자료(집행내역서)를 보면, 조 특검이 늦은 밤 집 근처 치킨집에서 업추비와 특경비를 쓴 사유는 '감사 결과 이견 조정 활동', '안건 관련 심의 활동', '현장 조사 활동'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해당 사유들이 어떤 경우에 사용될 수 있는지 감사원에 질의했다. 감사원 측은 "'이견 조정 활동' 업추비는 감사 활동 결과 등에 대한 검토 및 조정이 필요한 경우, 사무처와 감사위원 간 혹은 감사위원 간 협의·간담회 등에 쓰는 돈이다"고 설명했다. 안건 관련 심의 활동과 현장 조사 활동에 대해선 "감사위원회 회의를 위한 안건 검토, 사무처 의견 청취, 부의안 작성·검토, 주요 정책 동향 파악 등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집 앞 식당·술집에서 '감사 결과 이견 조정 활동', '안건 심의 활동'
조 특검은 자택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중식당에서도 업추비와 특경비를 다수 사용했다. 총 6번이며, 2022년 5월 31일 특경비로 36만 8000원, 2022년 10월 19일 업추비로 18만 7천 원, 2024년 1월 특경비로 17만 3천 원 등이었다. 총 결제 금액은 119만 7000원으로 집계됐다.
조 특검 측이 제출한 증빙자료에는 역시 집행 사유로 '감사 결과 이견 조정 활동', '현장 조사 활동'이 기재돼 있었다.
조 특검은 집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있는 한식당에서도 총 3번에 걸쳐 54만 원을 결제했다. 모두 업무추진비로 썼고, 집행 사유는 '감사 결과 이견 조정 활동'이었다.
이 외에 집에서 5분 거리인 일본식 선술집에서 2024년 2월 15일과 19일 밤, 두 번 특경비로 식사를 했다. 총 39만 500원을 썼다. 집행 사유는 '감사계획수립 관련 주요 정책 및 사업 동향 파악', '안건 심의 관련 활동'이었다.
역시 5분 거리인 한 포장마차에서도 2023년 5월 2일 밤, 같은 해 12월 15일 밤 특경비를 썼다. 총 결제 금액은 19만 3000원이었다.
1인당 10만 원 오마카세 집인데... '5명이 20만 원 썼다' 신고
집 앞 사거리에 있는 초밥집에서도 특경비로 밥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증빙 자료를 허위 기재한 정황이 확인됐다. 조 특검 측은 증빙 자료에서 2022년 5월 19일 저녁 8시 43분, 이 초밥집에서 총 20만 원을 결제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포함해 총 5명이 모임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5명의 밥값을 특경비 20만 원으로 결제했다는 얘기다. 1인당 4만 원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이 식당은 저녁에 1인당 최소 10만 원짜리 코스요리를 무조건 주문해야 하는 소위 '오마카세' 초밥 식당이었다. 실제로는 2명이서만 밥을 먹었다는 뜻이다. 식당 측은 "장사를 한 지 11년이 넘었는데, 처음부터 계속 오마카세만 했다"고 말했다.
결국 1인당 식대를 낮춰 신고하기 위해 증빙 자료상 인원을 부풀린 게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

집 근처서 업추비·특경비 49건 결제... 389만 원
취재진은 조 특검이 자택에서 도보로 10분 내 거리에 있는 식당, 카페, 술집 등에서 업추비와 특경비를 얼마나 많이 썼는지 정리했다. 도보 거리 측정에는 네이버·카카오 지도를 활용했다.
조 특검은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집 근처에서 업추비, 특경비를 총 49건 쓴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21건으로 총 결제 금액은 154만 6800원이었다. 2023년에는 10건에 총 74만 2400원을 썼고, 2024년은 18건, 160만 6000원이었다. 모두 합치면, 388만 9800원이었다.
다른 감사원 고위공직자 중에서는 이미현 현 감사위원이 4번 집 근처에서 특경비를 쓴 것으로 파악됐다. 이 위원의 집은 서울 여의도동의 한 공동주택(아파트)이다. 결제일은 2022년 10월 5일, 2022년 11월 9일(2건), 2024년 2월 16일, 총 결제 금액은 66만 5000원이었다.
조은석 "자료 작성 경위 몰라"... 감사원은 원론적 답변
뉴스타파는 조 특검에게 연락해 '자택 근처에서 업추비와 특경비를 쓴 이유가 무엇인지', '모두 감사원 업무 관련 사용이었는지' 등을 물었다.
조 특검은 자택 근처 사용에 대해서는 "자택이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이다. 법조인과 언론인을 만나려면 집 근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또 "강남 방면에 거주하는 감사원 직원들과 귀가 편의 등을 위해 그쪽에서 약속을 잡는 경우도 있다. 모두 감사원의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업무와 관련해 사용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인원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카드 전표 외 집행내역서 같은 증빙 자료가 있는 사실을 몰랐다. 증빙 자료를 작성하는 실무자가 나에게 인원 수 등 사용 내역에 대해 물어본 적도 없다. 어떤 경위에서 그렇게 작성됐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취재진은 감사원에도 연락해 '업추비와 특경비의 자택 근처 사용이 용인되는지', '관련 내부 감시와 통제 등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을 통해 매달 업추비 사용에 대한 집행 제한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이사항이 발견될 경우 소관 부서에 집행 적정성을 확인토록 통보한다. 또 사안이 중대할 경우, 해당 자료를 감찰담당관실에 송부할 수도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번에 확인된 예산 오남용 사례는 감사원장, 사무총장, 감사위원의 예산 자료만 분석한 결과다. 뉴스타파는 지난 9월 말 감사원에 "감사원장, 사무총장, 감사위원을 제외한 전 직원의 특수활동비, 업추비, 특경비 집행 내역과 증빙 자료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정보공개를 결정한 상태다.
뉴스타파는 감사원의 예산 오남용, 부정 집행 여부에 대한 취재를 이어갈 계획이다.
■ 관련 기사
감사원을 ‘감사’하다 ⑥ 국정감사날에도 현장조사했다는 감사위원...업추비·특경비 용도 허위 기재
감사원을 ‘감사’하다 ⑦ 유병호 등 감사원 간부들 고액 ‘쪼개기’ 결제 관행 포착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