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의 대북 제재에 “낡은 각본 답습”…새로운 접근 방식 요구

곽희양 기자 2025. 11. 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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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담화 발표
“제재 무기고 동원해도, 형세 변경할 수 없어”
발화 주체 격 낮추고 표현 절제…“향후 대화 염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대북 제재를 추가한 미국을 향해 6일 “실패한 과거의 낡은 각본을 답습한다”고 밝혔다. 제재 카드로 비핵화 대화를 시도한 과거 접근법을 거부하고,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만남을 제안해달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미국에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은철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우리 국가에 끝까지 적대적이려는 미국의 속내를 다시금 확인한 데 맞게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실패한 과거의 낡은 각본을 답습하면서 새로운 결과를 기대하는 것처럼 우매한 짓은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김 부상은 “최근 5번째로 발동된 대조선 단독 제재는 미국의 대조선 정책 변화를 점치던 세간의 추측과 여론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미국은 제아무리 제재 무기고를 총동원해도 조·미 사이에 고착된 현재의 전략적 형세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변경시킬 가능성은 영(0) 이하라는 데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사이버 범죄 수익자금의 세탁에 관여한 북한인 8명과 북한 기관 2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3일 북한 석탄·철광석의 대중국 수출에 관여한 제3국 선박 7척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 지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제안을 거부한 뒤 발표된 제재로 이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 부상의 담화는 제재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미국의 접근법을 거부하겠다는 의사 표명으로 풀이된다. 2018년 6월과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 전후 시기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제재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이 제재로는 자신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과거와 다른 셈법을 가져올 것을 압박한 것”이라며 “제재 해제는 비핵화 협상과 연관된 것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은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걸 강조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발화 주체의 격을 낮추는 등 수위를 조절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담화 주체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최선희 외무상보다 직급이 낮은 외무상 부상이다. 담화에서 흔히 언급하는 ‘미 제국주의’ ‘규탄·배격’이라는 표현은 쓰이지 않았고,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미 행정부’라 칭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담화의 표현이 굉장히 절제됐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위 조절을 통해 향후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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