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투자사 사칭한 '불법 리딩방'… 텔레그램 잠입한 금감원에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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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금융감독원이 공조해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국내 투자자 대상 '온라인 불법 리딩방'을 운영해 약 200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구속됐다.
이들은 해외 유명 금융회사를 사칭하면서 피해자를 유인했고, 번역조ㆍ상담조ㆍ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하는 등 치밀하고 정교한 범죄 계획을 세웠다.
금감원은 이들이 운영하는 리딩방에서 확인한 아이디(ID)로 인스타그램 등 SNS ID를 유추해 사진과 성별, 생년월일 등 신원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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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신뢰 쌓고 더 큰 투자 유도 '돼지도살'
중국인 총책 시나리오, 번역·상담·모집 체계화
조직원 텔레그램 확보… 증거 수집·신원 특정

경찰과 금융감독원이 공조해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국내 투자자 대상 ‘온라인 불법 리딩방’을 운영해 약 200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구속됐다. 이들은 해외 유명 금융회사를 사칭하면서 피해자를 유인했고, 번역조ㆍ상담조ㆍ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하는 등 치밀하고 정교한 범죄 계획을 세웠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사기조직 54명을 검거하고,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해외 금융회사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면서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허위 광고를 냈다. 이를 통해 총 229명에게 194억 원의 피해를 입혔다.
이들은 2024년 2월부터 2025년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수익 투자처’ 광고글을 게시해 피해자들을 오픈채팅방으로 유도했다. 채팅방에서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공범이 자신의 거짓 성공 사례를 공유했고, 투자 전문가를 사칭한 이들은 피해자들이 보유 중인 주식에 대한 분석을 해 주면서 신뢰를 쌓았다.
이후 이들은 ‘투자 리딩’을 해 주겠다며 자체 제작한 허위 주식매매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도록 유도했다. 투자금은 대포통장으로 받고, 앱 화면에는 실제로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피해자에게 소액의 수익을 안겨준 뒤 ‘저점에 추가 매수를 하면 더 큰 수익이 날 수 있다’며 투자 금액을 키울 것을 유도했고, 이후 충분한 금액이 모이면 앱을 삭제하고 잠적했다. 돼지를 천천히 살찌운 뒤 도살하듯, 범행 초반에 피해자와의 신뢰를 쌓아 더 큰 투자를 끌어내 한꺼번에 수익을 실현하는 이른바 ‘돼지도살’ 수법이었다.

범행은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중국인 총책이 범행 시나리오를 작성하면, 한국인 조직원들은 이 시나리오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번역조’, 피해자를 유인하는 ‘상담조’, 대포통장과 조직원을 구하는 ‘모집책’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처음에는 영국계 유명 자산운용사인 J사를 사칭해 피해자를 모았다. 이후 3개월마다 영국 거래소인 A사, 미국 투자자문사인 V사, 미국 투자 플랫폼 I사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캄보디아 내에서 범행 거점도 옮겨 다녔다. 범죄수익은 자금세탁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 명의의 계좌에 우선 분산 이체했고, 이후 수표로 출금한 뒤 현금으로 다시 바꿨다. 이를 다시 장외 거래(OTC)를 통해 가상자산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했다.
이들의 범행은 금감원의 ‘잠입 조사’로 덜미가 잡혔다. 금감원은 내부 조직원의 제보를 받은 뒤, 조직원의 텔레그램 계정을 확보해 증거 자료를 직접 수집했다. 금감원은 이들이 운영하는 리딩방에서 확인한 아이디(ID)로 인스타그램 등 SNS ID를 유추해 사진과 성별, 생년월일 등 신원정보를 확인했다. 금감원이 캐낸 정보를 넘겨 받은 경찰은 전과기록 등 수사자료를 함께 분석해 피의자들의 신원을 특정했다.
검거된 피의자는 캄보디아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31명과 국내에서 자금세탁에 가담한 23명이다. 이 중 콜센터 근무자 16명과 자금세탁 가담자 2명을 구속했다. 이와 별도로 해외 체류 중인 17명에 대해 여권을 무효화하고 적색수배에 나서는 등 국제공조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콜센터 조직원들은 주로 친구 등 지인이나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해외에서 고액 알바를 할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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