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간지’ 잡고 매진 행렬…“멈춤 가운데 움직임, 한국춤만의 무기” [인터뷰]

고승희 2025. 11. 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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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 무용스타 ‘기무간지’ 기무간 출연
서울시무용단 ‘미메시스’서 노연택과 호흡
기무간 “나는 움직이는 사람…메시지 담고파”
지난해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 출연 이후 ‘기무간지’라는 별칭을 얻은 무용수 기무간(왼쪽)과 서울시무용단 단원 노연택이 신작 ‘미메시스’에서 호흡을 맞춘다. [서울시무용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깊이 삼킨 숨 위로 내딛는 걸음걸음이 가뿐하다. 묵직한 장검을 쥔 손이 하늘에서 땅으로 직선을 그리면, 강렬한 섬세함이 파장을 일으킨다. 지난해 순수무용의 화력을 증명한 엠넷(Mnet)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춤사위로 인기를 끈 기무간(32). 별칭은 ‘기무간지’. 그가 최근엔 보지 못한 전통 한국무용으로 돌아왔다.

“한국무용을 전공했지만, 나만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탐구하면서 경계를 넘는 작업을 많이 해왔어요. 오랜만에 추는 전통춤이자, 당분간 제 작품에선 보기 힘들 진한 한국 춤의 정서를 담은 작품이에요.” (기무간)

기무간의 탑승과 함께 서울시무용단의 ‘미메시스’(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는 티켓 오픈과 함께 인기다. 교방무·한량무·소고춤·장검무·살풀이춤·승무·무당춤·태평무 등 여덟 가지 전통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재구성한 ‘미메시스’에서 그는 태평무와 장검무에 출연한다.

기무간이 길고 묵직한 장검을 들고 전사처럼 움직일 때 그의 곁엔 네 명의 남자 무용수가 그를 에워싼다. 서울시무용단 노연택 단원은 “장검무에서 무간 형은 장군이고, 우리(서울시무용단) 네 명은 장군을 보좌하고 수호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네 사람은 장군 기무간을 중심으로 서울시무용단의 장기인 칼군무는 물론 자반 돌기까지 보여준다. 기다란 장검이 서로를 위협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 윤혜정 서울시무용단 단장은 “연습 기간 열심히 맞춰 공연에선 놀라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 출연 이후 ‘기무간지’라는 별칭을 얻은 무용수 기무간(오른쪽)과 서울시무용단 단원 노연택이 신작 ‘미메시스’에서 호흡을 맞춘다. [서울시무용단 제공]

‘미메시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예술 창작의 기본 원리로 제시한 모방과 재현을 일컫는 말이다. 노연택은 “우리 전통을 모방해 재해석하는 무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각각의 춤과 자연의 속성을 연결해 춤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이다. 소고춤의 발동작은 땅을, 장검무의 절도 있는 춤사위는 번개를 상징한다. 한량무에선 바람을, 승무는 하늘을 떠올릴 수 있는 움직임이 나오게 된다.

기무간과 노연택의 인연이 깊다. 2018년께 각종 콩쿠르에서 만나며 서로의 길을 지켜봤다. 기무간은 한국무용의 기반 위에 자신의 춤을 찾아 나섰다. 노연택은 “어릴 때부터 형의 춤은 물론 춤을 출 때의 엄청난 집중력을 좋아했다”며 “오랜만에 무용실에서 만나 무척 반가웠다”고 했다. 기무간도 마찬가지다. 그는 “무용계에 남자 무용수의 수요가 워낙 적다 보니,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잘 알고 있어 서울시무용단 단원들도 낯설지는 않다”며 “연택이는 가는 방향이 달라 최근 만날 일은 없었는데 요즘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들려와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노연택은 2023년 서울시무용단에 입단, 올 초 매진된 인기 공연 ‘스피드’로 독무를 췄다.

한국무용의 한계를 넘어 자기만의 독창적인 춤의 세계를 열어가던 기무간에게 우리 전통춤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는 “유려한 곡선과 높낮이의 변화, 정중동의 미학, 멈춤 가운데의 움직임은 다른 어떤 춤에서도 볼 수 없는 무기”라며 “한국춤에 깊이 접근하는 사람들에게선 호흡, 덜 펴진 손끝만으로도 춤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지난해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 출연 이후 ‘기무간지’라는 별칭을 얻은 무용수 기무간(왼쪽)과 서울시무용단 단원 노연택이 신작 ‘미메시스’에서 호흡을 맞춘다. [서울시무용단 제공]

각기 다른 자리에서 춤을 추는 두 사람은 그리는 미래와 바람은 저마다 다르다. 새내기 단원 격인 노연택은 “어떤 춤을 추기보단 관객들이 보는 노연택이 매작품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하는 무용수로 보이길 바란다”며 “표현력보다 작품성을 잘 살리는 무용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일찌감치 경계를 넘고, 벽을 깨며 ‘나의 춤’을 춰온 기무간은 다양한 춤을 추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의 춤을 ‘한국무용’이라고도, ‘현대무용’이라고도 설명할 수 없게 됐다고 돌아본다. “완전히 (한국무용의) 경계를 넘어가고 싶었다”는 그는 “그렇다고 현대무용을 배운 것도 아닌데, 그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너무 장황해 나 자신을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는 틀에 갇히지 않는 ‘다양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것은 기무간이 그리는 창작 세계로 가닫는다.

“전 춤을 추기보단, 메시지를 담고 싶은 것 같아요. 제가 하는 것이 작품이 되려면 그건 춤으로만은 안 되고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는 어떤 이야기를 보고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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