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미나에서 만난 거 기억나?"… 한국 과학자 수백 명 영입 시도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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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뛰어난 과학자 펀드 초청', '외국 전문가 프로젝트', '중국 재능 혁신 허브', '111 프로젝트'.
지난해 초까지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 수백 명은 이메일로 중국으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
단체 발신이 막히자 중국에선 제안의 명칭을 바꾸거나 연구원에게 출장이나 국제협력을 내세워 개별 접근을 시도했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 149명도 출연연 연구자들과 비슷한 시기에 중국의 영입 제안 메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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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조건 내세우며 연구자 영입 시도
단체 발신 막히자 인연 앞세워 접근도
"안보 위협... 기술 유출 대책 세워야"

'중국의 뛰어난 과학자 펀드 초청', '외국 전문가 프로젝트', '중국 재능 혁신 허브', '111 프로젝트'.
지난해 초까지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 수백 명은 이메일로 중국으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 해외의 뛰어난 과학자들을 초빙해 좋은 조건으로 연구할 기회를 준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이메일 도메인(인터넷 주소)이 천인계획을 연상시키는 '1000fb.com', '1000help.tech', '1000talent.online' 등이었다. 천인계획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해외 고급 과학기술인을 끌어들이는 중국 정부의 인재 정책이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산하 출연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출연연을 조사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이 한국 과학기술 인력 영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는 근거라는 것이다.
가장 많은 메일을 받은 곳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으로, 확인된 것만 226건(2020~2024년)이다. 기초연은 첨단산업의 기반이 되는 다양한 연구장비와 분석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신소재와 첨단 재료를 연구·개발하는 한국재료연구원은 188건, 과학기술 산업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127건을 받았다. 조사가 개인정보 문제를 고려해 일부 기관에서만 진행됐던 만큼 실제 메일이 전송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측된다.
메일을 받은 출연연들은 천인계획이 연상되는 도메인을 차단했다. 단체 발신이 막히자 중국에선 제안의 명칭을 바꾸거나 연구원에게 출장이나 국제협력을 내세워 개별 접근을 시도했다. 가령 일부 연구자들이 받은 메일에는 '우리 세미나에서 만났었는데, 기억나십니까' 같은 표현이 들어 있었다. 이미 아는 사이라며 친근하게 접근하려는 의도였던 걸로 보인다. 어떤 메일에는 개별 보수 협상이나 이력서 제출 요구까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우수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중국의 포섭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올해 5월 회원 200명을 조사한 결과, 123명이 최근 5년간 해외 기관의 영입 제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82.9%가 중국 제안이었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 149명도 출연연 연구자들과 비슷한 시기에 중국의 영입 제안 메일을 받았다.
이 같은 인재 포섭 시도에 현재 국내에선 '자율 신고'와 '기관 내부 경고'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선 해외 기관에서 자금을 받은 이력을 공개해야 하고, 유럽연합(EU)은 외국 정부의 개입 위험이 있는 연구에 대해선 사전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기술·지식 유출이 자칫 경제·안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최 의원은 "출연연까지 노린 중국의 기술 포섭 시도는 안보 위협"이라며 "국가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게 대응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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