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항 멈추라" 파업에 "황금 연휴 하늘길"만 바라본 언론
[뉴스분석] 올해만 인천공항서 6명 사망…생명·안전 직결된 파업에 '하늘길 시민 불편'만
"시민의식 못 따라오는 언론, 하늘길 뒤에 사람 있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자들의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하나같이 '황금연휴에 하늘길이 막히나', '시민 불편'으로만 사안을 접근했다. (…) 최근 청년 노동자들의 과로사, 새벽배송 야간노동자들의 노동 여건이 보도되는데 이런 문제가 집약된 공간이 바로 공항이다. 더군다나 야간노동을 연속으로 시켜 많은 청년들이 아파서 나가고, 죽어서 나간다. 이런 현실을 언론이 다루기를 바란다.” (문설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
인천·김포 등 전국 공항 노동자들이 연속 야간노동 중지와 저임금 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원청 공사가 개선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노조 지도부가 단식 11일째에 이른 가운데, 노동자들은 파업 못지 않게 답답한 현실 중 하나로 언론보도를 꼽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노동자들은 인천공항의 시설과 운영, 보안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직고용이 아닌 3개 자회사 소속이다. 전국공항노동조합 조합원들도 한국공항공사의 3개 자회사 소속으로, 인천을 뺀 전국 14개 공항의 시설, 운영, 보안을 맡고 있다. 공항에서 시설·전기·건축·탑승교(탑승연결통로)·토목·보안·미화·주차·카트 등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이들이다. 두 노조는 지난 3월 전국공항노동자연대를 결성한 뒤 함께 쟁의행위를 벌여왔다.
공항 노동자들 요구는 “죽음의 공항을 멈추라”로 모인다. 이를 위해 4조2교대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3조2교대제에서 노동자들은 '주주야야비휴' 순서로 일주일에 이틀 연속 밤샘 노동을 한다. 저녁 6시 출근해 밤을 새 일하고 아침 9시에 돌아간 뒤, 그날 저녁 6시에 복귀해 또다시 밤을 새는 구조다. 이 탓에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다고 노동자들은 말한다.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인천공항에서만 6명의 노동자가 근무 중 사망했다. 고용형태를 넓히면 사망 노동자는 9명이 되는데, 이중 서울지방항공청 소속 인천공항 근무 관제사가 7월13일 숨진 뒤엔 '관제사 처우 개선과 최소한의 인력을 확충해달라'는 유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5명의 자회사 노동자가 추락사·화재 등으로 쓰러졌고, 3명은 근무 도중 또는 연속 야간근무 직후 뇌출혈 등으로 쓰러졌다.
주진호 인천공항지역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지난 5일 열린 '공항 파업 장기화, 책임과 해법' 기자간담회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2급 발암물질인 야간노동을 줄이려 이미 공공기관들은 4조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자회사 노동자들과 합의 이행을 수년간 미루며 회피하고 있다. 그 사이 수많은 노동자가 지치고 다치고 심지어 사망하고 있다”고 했다.

노사는 수년 전 4조2교대제 도입에 합의했다. 인천공항공사가 2020년 노·사·전문가 협의회에서 4조2교대로 개편에 합의했고, 2년 뒤 인천공항 자회사들도 합의했다. 하지만 원청 공사가 4년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천공항은 직고용 노동자들엔 이미 20년 가까이 4조2교대를 시행해왔다.
김포와 김해를 비롯한 14개 공항(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의 경우 열악한 임금 구조 개선도 요구한다. 야간 노동과 저임금 구조가 이어지면서 지난 5년 새 연평균 이직률은 보안검색의 경우 17%(현직자 대비 퇴사자)에 이른다는 것이다. 김포공항 기계직군 노동자인 최인주 전국공항노조 중부본부장은 현재 노동자들이 야간·연장 수당을 포함해 받는 월급은 평균 3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은 이를 위해 원청 공사가 예정가격보다 인건비를 8% 깎아 자회사에 지급하는 '낙찰률 제도' 단계적 폐지, 출산휴가나 예비군 등 불가피한 사유로 자리를 비워도 불필요한 인건비로 쳐 자회사가 토해내게 만드는 '결원정산제도' 폐지도 요구한다. 자회사 노사는 이 부분도 뜻을 같이 하지만, 원청인 한국공항공사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항 파업을 다루는 언론 관심사는 일터 현실이나 노조 요구가 아닌 아닌 이용 불편 여부에 쏠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분석시스템 빅카인즈 집계에 따르면, 전국공항노동자연대가 함께 파업한 10월1일부터 지난 4일까지 '공항 파업'을 언급한 기사는 343건에 이르렀다. 그러나 포털 뉴스 검색창에 '인천공항 파업'을 치면 상위 주제로 '파업 중 막힌 인천공항 변기' '공항 관리 미흡 논란'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파업에 총력 대응' 'APEC 정상 속속 입국하는데, 공항 노동자 총파업 선언' 등이 나타났다. 모두 파업에 따른 이용 불편을 부정적으로 비추거나, 원청 사측의 대응에 주목한 보도들이다.

보도량을 봐도 노동자들이 일손 놓은 배경을 언급한 보도와, '이용 불편'에 집중한 보도 차이가 극명하다. 빅카인즈에 따르면 10월1일 이래 “황금연휴”를 언급하며 공항 파업을 다룬 기사는 53건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올해 사망한 노동자 집계나 공항노동자 '사망(숨졌다, 목숨 등 관련 키워드 포함)'을 언급한 기사는 단순 언급 사례를 합해도 16건에 그쳤다. 일간지 중에선 인천일보가 지난 2일 노조가 발표한 올해 6명의 노동자 사망 사례를 따로 지면 보도한 정도다.

다른 파업과 달리 '파업 중 공항 이용에 큰 불편이 없었다'고 강조하는 보도들도 눈에 띈다. 일례로 뉴스1은 <APEC 관문 김해공항서 총파업…외국인 관광객들 의외의 반응> 제하 기사에서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이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김해공항에서 파업하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대체로 너그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독일인 공항 이용객의 “이런 파업은 보통 APEC과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 일어난다. 노동자들이 일의 조건이 나빠 개선을 원한다면 시위할 권리가 있기에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인터뷰를 덧붙였다.
이 같은 보도 배경의 일부엔 공항 사업장이 필수공익 사업장으로 묶여 파업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구조가 놓여있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공항·철도 등 노동자들이 파업하더라도 업무유지를 위해 일부 노동자들은 참여할 수 없도록 한다. 14개 공항은 업무 필수유지율이 평균 30% 가량이고 글로벌 허브인 인천공항은 좀더 높아 탑승교 운영(탑승구 연결통로 운영) 필수유지율은 78%에 달하기도 한다. 언론 보도가 파업이 위력을 발휘하면 시민 불편을 말하며 노조를 탓하고, 적으면 불편이 적었다며 노동자 요구는 보도하지 않는 형식으로 양분되는 셈이다.
문설희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15개 공항이 추석 명절에 함께 파업에 돌입한다고 했을 때,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졌다”며 “그런데 하나같이 '황금연휴에 하늘길 막히나', '시민 불편'으로만 사안을 접근했다. 노동자들도 시민들에 불편 끼치는 것을 저어해 큰 불편이 없던 것으로 나타나니, 이제는 '불편이 없었다'는 기사만 내보내고 있다”고 했다. 문 국장은 “언론이 안전한 일터를 위해 파업한다는 본질을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인주 전국공항노조 중부본부장은 통화에서 “공항 현장의 분위기는 언론과 정반대다. 우리가 시위와 선전전할 때 가장 따뜻하게 격려하고, '열심히 하시네요 파이팅 하세요' 하고 지나가는 이들이 이용객들이다. 외국인들도 인천공항의 단식농성장을 지나가며 지지를 표하고 음료도 준다”며 “언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사용자 입장을 되풀이하거나 파업이 해가 되는 것처럼 비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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